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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걸어왔던 길(The journey we have taken)(5)
JOHNCHO
2022-05-12
(지난 호에 이어)
그렇게 한국에서 23년 간의 삶을 살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캐나다에서 시작된 이민생활은 누구나 다 그랬겠지만 참으로 고독하고 힘든 시간이었다. 원래 한국에서 막일을 해본 것이 아니었기에 이곳에서의 공장생활은 어딜 가든 특별한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없던 필자에겐 막일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필자에게 육체적으로 많이 힘이 드는 일이었고, 또 가족이 없고 혼자였던 나에겐 갑자기 헤어졌던 친구들을 더 생각나게 만들었다.
혹한 겨울날 눈보라가 치고 영하 25도를 넘나드는 꼭두새벽에 공장에 출근키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그때의 시절은 필자를 깊은 향수병에 젖어들게 했는데 어떤 경우엔 밤 12시에 일을 시작해 아침 8시에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고 그것이 당시엔 무척이나 견디기 힘든 일이었지만 지금도 누군가는 그 자리에 서서 그런 일들을 하고 있다 생각하니 필자가 했던 일들 역시 별일이 아니었다 생각이 든다.
당시에 필자가 받은 시급은 약 $1.60 정도였고 오버타임을 하게 되면 $2.40 이상을 받으니 당시 돈이 많이 필요했던 필자에겐 거절하기 어려운 유혹이었으며, 그러다 보니 공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많았던 것 같다.
그렇게 여러 달을 지내며 힘들었던 공장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 쯤에 어느 지인의 소개로 당시에 한인들 사이에 유행했던 Becker라는 편의점에 매니저로 취직이 되었고 그래도 주 7일 근무에 또 장시간의 일이었지만 공장에서 받는 주급보다는 훨씬 돈을 많이 벌 수 있었고, 또 심한 노동이 불필요한 직업이었기에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몇 년 동안 해낼 수가 있었다.
다만 필자는 결혼한 부부가 하는 일을 혼자 했기에 일하는 사람들을 더 고용해야 했고 따라서 버는 수입은 덜했지만 그런대로 돈 버는 재미와 함께 일하는 것도 그리 힘들지 않았다.
사람은 환경에 따라서 적응을 할 줄 아는 동물이라서 그런지 수년 동안 한국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골이었지만 한국음식이나 또 한국사람들이 별로 생각이 나지 않을만큼 잘 적응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젊은 나이라 그래선지 그 일 역시 2-3년을 하고 나니 흥미를 잃게 되었고, 돈이 좀 모이게 되자 더욱 일하기가 싫어졌고 결국엔 그 일도 그만두고 한국엘 나가게 되었다.
한국에 한두 달 머무는 동안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나마 모아놓았던 돈도 모두 써버린 나는 다시 빈털터리가 되어 캐나다로 돌아오게 되었지만 막상 돌아오니 갑자기 없어져버린 직장을 다시 구할 수가 없었고, 결국 나는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 막일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많이도 성급했고 철이 없었던 행동이었다.
그래도 이민생활을 몇 년 하고 나니 귀가 어는 정도 열리고 또 말도 제법 할 줄 아는 처지가 된지라 다시 Becker 편의점에 매니저로 고용이 되었고 몇 달 후 아내가 이 나라에 도착했을 땐 돈에 대한 걱정은 없이 살 수가 있었고 몇 년 동안의 편의점 경영을 하다가 1979년 부동산 중개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것이 지금까지의 직업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물론 지난 50년 동안 여기저기 짧은 기간들이었긴 하지만 이것저것 손을 대어 본 것들도 있지만 워낙 특별한 기술이나 전문지식을 소유치 못했던 필자의 대체적인 본업들은 이것들이 전부다.
이렇게 이민생활 50년을 살면서 아들 둘 그리고 딸 하나를 낳아 벌써 그들이 결혼을 해 벌써 40대 중반이 되고 아직은 어린 2, 3세 되는 손녀딸이 둘이 생겼다. 나와 같은 또래의 친구들에 비해서 많이 늦긴 했어도 요즘같은 세상이라면 아이들을 가지려 힘쓰지 않는 젊은이들이 이해도 간다.
지난 50년간 어찌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캐나다도 많이 변했겠지만 그보다 비교할 수 없이 많이 변한 곳은 우리가 떠나온 모국 대한민국이라 생각이 드는데 경제적은 물론 생활수준은 이곳 우리가 살고 있는 캐나다를 훨씬 능가해 어찌 보면 우리가 후진국에 살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대견도 하지만 이젠 우리가 돌아갈 수 없는 대한민국이라 생각할 때는 그곳 생활이 부럽기도 하고 다만 정치계는 물론 교육계, 의학계 등 모든 분야에 부정과 부패의 소식을 들을 때면 우리가 살던 대한민국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크고 작은 전쟁은 계속되었지만 지금 역시 세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계속 오르는 물가는 물론 이젠 세계적으로 올라만 가는 은행 이자율은 우리 모두를 갈팡질팡하게 만들고 있고, 우리 모두는 설마하면서 일상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불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세월은 흘러 벌써 5월 중순이 되었고 계절적으로는 캐나다로서는 최고의 즐거운 계절이지만 어찌 마음은 아직도 한겨울처럼 무겁기만 한 것 같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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