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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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걸어왔던 길(The journey we have taken)(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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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당시의 어린이들은 왜 그리도 코를 많이 흘렸는지 초등학생 모두가 가슴에는 이름표 대신 코수건을 매달고 다녔는데 비포장 되어있는 도로에서 일어나던 먼지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요즈음의 어린이들에 비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라느라 그랬었겠지만 우리 모두가 지저분하고 더러웠던 것 같다.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서울로 올라와 생활하게 되었는데 처음엔 가는 곳마다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나를 보고 낄낄거리고 놀려대기도 했지만 그런대로 서울생활이 시골생활보단 전깃불도 오래 쓸 수 있고 또 수돗물도 접할 수 있는 것들이 훨씬 좋았다.

 

 그러던 어느날 집에 와보니 어머니 아버지가 부산을 가셨다며 나와 이종사촌 되는 형님이 집에 와서 하교하는 나를 붙잡고 나보다 14살이나 위였던 형님이 군에서 돌아가셨다고 말하며 나를 자기네 집으로 데려가 저녁을 먹였다.

 

 원래 필자의 가족은 여자 여섯 그리고 남자 둘이었다는데 세 분의 누님과 당시 군에서 돌아가신 형님을 포함해 가족 8남매 중 지금은 4명만 남게 되었다. 당시엔 거의 가정들이 많은 수의 자식들을 낳았지만 그리 발전되지 못한 의료기술, 또 비위생적인 주변환경, 먹을 것들이 충분치 않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영양실조 등으로 죽긴 하였지만 그래도 인구증가율은 폭발적이었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데 전봇대는 물론 이곳 저곳 허름한 벽마다 붙어있는 포스터엔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자수하여 광명 찾자, 그리고 극장에서 상영되던 영화 포스터들이 생각난다.

 

 그렇게 서울에 올라와 학교생활을 한지 얼마 안 되어 갑자기 밖에서 총소리와 아우성 소리가 들리고, 다니던 학교에서 일찍 하교를 시키고, 다시 학교를 나가자 갑자기 칠판에 가득히 적혀있는 혁명 공약을 외우라며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반공을 제일의 국시로 삼고. 사회의 부패와 구악을 일소하고. 절망과 기아에서 허덕이는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고. 나중에 정권을 이양하고 등등. " 여섯 가지나 되는 혁명공약을 아침마다 외쳐야 할 때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1961년에 일어난 5.16혁명이었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또 희생을 당했는데 실패하면 역적이고 성공하면 영웅이 되어버리는 역사이긴 하지만 글쎄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는 밤새도록 따져도 알 수가 없는 일 같다. 어쨌든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내던 중 영장이 나오고 군대를 가게 되었는데 당시 필자는 형님이 군대에서 돌아가셨기에 독자로 일찍 제대를 할 수 있었다.

 

 당시 격화된 민심을 달래기 위해 갑자기 만들어낸 잠깐동안만 행해진 깜작 법 개정 때문에 군 생활을 1년도 안 되어 남보다 일찍 제대를 하게 되고, 다시 다니던 학교에 복학을 하고, 또 졸업을 하자마자 이곳 캐나다에 오게 된 나는 이제 벌써 노년이 되어 이렇게 지나온 뒷길을 돌아보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당시 대학을 졸업해도 아주 특출하게 공부를 잘했거나 아님 튼튼한 줄이 있지 않으면 제대로 된 직장을 잡기가 쉽지 않은 때에 마침 이곳 캐나다에 삼촌이란 연줄로 인하여 23년의 한국 생활을 마치게 되고 지금은 이 낯선 땅 캐나다에 와서 벌써 50년이란 세월을 맞이하고 있다.

 

 나의 조국 한국에서의 지난 23년간의 인생 속에 만났던 그 수많은 모든 사람들은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살았는지 몰라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하고 살았든, 모두가 사느라 힘이 들었고 고생들을 많이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며 이제는 아직도 어디엔가 살아 있다면 어디선가 필자와 같은 생각들을 하고 있을 것이란 상상을 해본다.

 

 한국에서의 인생은 그저 그렇게 끝이 나고 이제 지난 50년간의 캐나다 생활을 돌아보니 어찌 보면 고생이었다 말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일하면 그것에 대한 대가를 정확히 받을 수가 있고, 일확천금의 기회나 아님 부정부패를 하여 돈을 벌 수도 없고 오히려 세금도 많이 내야 하고, 또 겨울이 너무 길고 어찌 보면 삭막하고 재미없는 나라, 매일 살아가는 문화생활도 한국보다 뒤지는 나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나라가 선진국이고 나같은 평범한 사람이 살기에는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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