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nghyunsoo
마인즈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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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의 바이든 취임 축하 공연을 상상하며…
Hwanghyunsoo

 

“저는 지금 미국 워싱턴 의회 의사당 앞에 나와 있습니다. 지금 들으시는 환호 소리에서 알 수 있듯 정말 대단한 인파인데요. 의회 의사당에서 링컨 기념관까지, 그 구간이 인파로 가득 차서 걸어 다니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 이유, 바로 새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기 때문이죠. 집에서 편하게 텔레비전으로 봐도 될텐데… 섭씨 0도를 넘어서는 추운 날씨와 혼잡한 교통을 무릅쓰고 왜 여기까지 나왔을까요? 바로 역사의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다소 흥분한 기자의 멘트가 이어지고 군중들의 여러 모습이 겹친다. 수 많은 인파의 술렁임 속에서 가느다란 바이올린 소리가 들린다. 잠시 뒤, 군중 소리가 차츰 작아지더니 이내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워지는데, TV 화면은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이 클로즈업된다. 연단에 함께 앉아 있던 둘은 무언가를 찾는 듯 몸을 뒤쪽 무대로 돌린다. 그 수많은 인파를 단번에 침묵하게 만든 것은 바로 4명의 아티스트가 만든 선율이었다.

 

2009년 1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의 취임식 장면이다. 벌써 1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이 축하 공연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클라리넷이 빚은 4중주는 화합과 평화를 알리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그들이 연주하는 5분 21초 동안, 미국은 4인의 연주를 통해 역사적인 새로운 출발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스라엘 출신 유대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자크 펄만(Itzhak Perlman), 중국계 첼리스트 요-요 마(Yo-Yo Ma), 베네수엘라 출신 피아니스트 가브리엘라 몬테로(Gabriela Montero), 시카고 출신 흑인 클라리넷 연주자 앤서니 맥길(Anthony McGill)이 참여한 공연이었다.

 

연주자들 면면도 시대를 대표할 수 있지만, 동서양, 흑인과 백인 등 다양한 인종이 함께 만들어 가는 미국의 위대함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이었다. 악기의 편성도 2차 세계대전 중 포로수용소에서 프랑스 작곡가 메시앙에 의해 처음 시도된 형식을 취함으로 미국의 부정적인 전쟁의 이미지를 지우려는 속내가 담겼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 무대에서 이자크 펄만(Itzhak Perlman), 가브리엘라 몬테로(Gabriela Montero), 요-요 마(Yo-Yo Ma), 앤서니 맥길(Anthony McGill)이 <Air and Simple Gifts>를 연주하고 있다.

 

그들이 연주한 <Air and Simple Gifts/아름답고 간결한 선물>라는 곡은 영화 ‘스타워즈’ ‘쉰들러 리스트’ ‘ET’ 등을 작곡한 영화 음악계의 거장 존 윌리엄스가 썼다. 이 곡은 전환기 미국의 변화를 상징하는 곡으로 작곡가 에런 코플랜드(1900~1990년)의 발레 곡 중에서 교회 찬송가와 재즈 리듬을 정교하게 편곡한 것이다.

 

그동안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선 그 시대 톱 스타들의 축하 공연이 이어져 왔다. 그런데 4년 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초청 가수 섭외가 어려웠다. CNN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팝스타 셀린 디옹, 엘튼 존, 팝페라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 등이 공연 요청을 거절했다고 보도한다. 또, 선거운동 당시 공개적으로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던 연예인 카니예 웨스트나 키드락 등도 참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FOX뉴스는 "출연진 섭외 목록을 채우는 것이 내각을 채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꼬집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꼰다. 또한 처음에는 출연하겠다던 흑인 가수 제니퍼 홀리데이가 대통령 취임식 축하 공연 계획을 취소한다고 말하면서 취임식 준비위원회를 곤혹케 했다.

 

'Bones' 'Nothing's Real but Love' 등으로 이름을 알린 영국의 팝 가수 레베카 퍼거슨도 인종 차별에 저항하는 노래 '스트레인지 푸르트'를 부를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보내온다. 영국의 유명 소프라노 샬럿 처치도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힌다. 처치는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당신의 참모들이 나한테 취임식 때 노래를 불러 달라고 요청했는데,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내가 당신을 독재자라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안녕"이라고 말한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위한 축하무대는 오바마 취임식에 상대가 되지 못한다며 그때는 비욘세와 U2, 브루스 스프링스틴, 스티비 원더 등 정상급 가수들이 공연을 펼쳤다고 평한다. 한편 2001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취임식 때도 리키 마틴과 제시카 심슨, 데스티니스 차일드 등 유명 가수가 축하 공연을 했었다.

 

결국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축하 무대는 컨트리 음악 가수 토비 키스와 배우 존 보이트, 그리고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스 갓 탤런트'에서 준우승한 재키 에반코가 참석한다. 또한 트럼프를 지지한 취임 축하 무대에 한국계 팝페라 가수 로즈 장이 출연해 화제가 되었다. 그녀는 2세 재미교포로 스미스 칼리지에서 연극을 전공했으며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한 가수였다. 하지만, 당시 한인 커뮤니티의 반응은 그리 달갑지 않았는데, 앞서 출연을 안하겠다고 한 가수들이 너무 많아 김이 빠져 버린 때문이다.

 

 ▲로즈 장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아시안 아메리칸 1천여 명이 참가한 취임 축하무대에 출연했었다.

 

한편 이번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 준비위원회는 “내년 1월 20일에 열리는 취임식은 다른 취임식과 크게 다를 것이라며, 군중이 모이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다”라고 밝힌다. 예년 같았다면 지난주 빌보드 차트 1위를 한 BTS(방탄소년단)의 축하 공연도 상상할 수 있었을텐데 참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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