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nghyunsoo
마인즈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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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봐도 참, 어려운 질문이다
Hwanghyunsoo

 

당신은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

1번 후보: 부도덕한 정치인과 자주 어울린다. 부적절한 혼외 관계가 있다. 지독한 골초에 매일 마티니를 여덟 잔에서 열 잔 마시며 술버릇이 나쁘다.

2번 후보: 과거에 두 번이나 해고된 경력이 있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늦잠을 자며 정오가 되어야 일어난다. 대학 시절에 아편을 피운 적이 있으며 매일 밤 위스키를 마시고 역시 술버릇이 나쁘다.

3번 후보: 전쟁 영웅으로 훈장을 받은 적이 있다. 채식주의자이며 담배는 피우지 않고 어쩌다가 맥주 한 잔을 마신다. 혼외 부적절한 관계가 전혀 없다.

(정답은 이 책의 마지막에서 확인하세요.)

 

 이 질문은 홍콩중문대학교 차이쯔창 교수가 쓴 <정치인의 식탁>의 앞 부분에 나오는 글이다. 글쓴이는 정치학자이며 중국과 홍콩의 저명한 시사평론가다. 그는 음식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정치가들의 성격과 스타일, 그리고 세계 정치사를 탐구한 매우 흥미로운 책을 써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또한 정치인들이 좋아한 음식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요즘 미국이 <코로나19>로 흔들리고 있는데, 언론은 뉴딜 정책을 도입해 빈부 격차와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한 루스벨트(Roosevelt) 대통령의 이야기를 자주 끄집어 내어 백악관을 곤혹스럽게 한다.


루스벨트는 1933년부터 1945년까지 12년간 4번이나 당선된 대통령으로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모두 경험한 20세기의 주요 지도자다. 그의 인생을 다룬 <하이드 파크 온 허드슨(Hyde Park on Hudson)라는 영화를 보면 루스벨트의 리더십을 이해할 수 있다.

▲세계 대공항을 맞아 미국의 루스벨트대통령은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뉴딜정책을 추진한다.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빈부의 격차와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 국왕 조지 6세가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1939년 6월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3개월 전이었다. 유럽에 짙은 전운이 감돌 무렵으로 루스벨트 대통령의 초청 형식이었지만 영국이 미국의 도움을 간절히 필요로 할 때였다. 오늘날 같으면 미국과 영국이 오랜 동맹국으로 우호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당시는 미국과 영국이 독립전쟁의 아픔과 상처가 아직 많이 남아 있던 시절이다. 이처럼 양국 관계가 민감하고 불안한 상태에서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미국 시민들의 눈에 영국 왕실에 대한 이미지가 좋을 리 없었다.


따라서 조지 6세의 미국 방문은 매우 조심스러웠고 성과를 장담하지 못했다. 워싱턴에서의 공식 일정이 끝난 후 루스벨트는 뉴욕의 어머니 집으로 국왕 부부를 초대한다. 좀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눠 보고자 해서다.

 ▲1936년 6월 영국 국왕 부부가 루스벨트대통령과 핫도그로 점심식사를 한다. 국왕 부부가 핫도그를 입에 넣는 순간 영국과 미국은 더 이상 상하 관계가 아니라 평등한 관계가 된다. 이른바 ‘핫도그 외교’가 생겨난 모습이다.

 

루스벨트는 국왕 부부가 짐을 풀자 국왕에게 마티니를 권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잔을 권하며 말없이 잔을 비운다. 그리고 어머니, 장모, 부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서로에게 다가간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같이 동행한 캐나다의 맥킨지 킹(Mackenzie King) 총리와 셋이서 국제 정세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이어간다. 당시 마흔 네 살이던 국왕보다 열일곱 살이나 많았던 루스벨트는 인자한 아버지처럼 친근하고 자연스레 대화에 임했다. 조지 6세는 불안했던 마음도 풀리고 서먹함도 무너져 내렸다.


다음날 점심, 역사적인 ‘핫도그 외교’가 있었다. 이 음식을 두고 언론에서는 영국 왕실에 무례를 범했고 모욕을 줬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루스벨트의 속내는 달랐다. 서민들이 먹는 핫도그와 맥주를 왕실의 권위자가 먹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도도하고 고귀한 이미지를 친숙한 서민 이미지로 바뀌기를 바랬다.


당시 영국은 독일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었고 미국은 좋든 싫든 영국을 지원해야 했다. 따라서 전쟁에 끼어드는 데 따른 반대 여론을 무마해야만 했다.


사실 국왕 부부는 핫도그가 나오자 무척 당황했다. 왕실 식사 예절에 익숙한 부부에게 핫도그는 실로 난감한 음식이었다. 어떻게 먹어야 할 지 몰랐던 왕비는 미간을 찌푸리며 “어떻게 먹어야 하냐?”고 물었다.


“아주 간단하죠. 입에다 넣고 씹으면 되죠. 다 먹을 때까지.” 이 말을 들은 국왕이 먼저 용기를 내어 핫도그를 집었다. 한 개를 먹고 나서 더 주문한 핫도그에 머스터드 소스를 듬뿍 치다가 바지에 흘리고 말았다.


조지 6세의 점심 식사로 핫도그를 준비한 것은 루즈벨트 대통령 부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국무부에서는 반대를 했지만 루스벨트는 다분히 의도적인 계획이 있었다.


“외국여행을 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낯선 나라에서 보는 색다른 풍경, 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외국의 특이한 음식이지요. 영국의 왕이 버킹검 궁전에서 매일 먹는 식사를 굳이 미국에서도 다시 차릴 필요는 없겠지요”


퍼스트 레이디였던 엘레나 루즈벨트 여사가 남긴 말이다. 그렇다고 루즈벨트 대통령 부부가 조지 6세 국왕 부처에게 미국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오찬 메뉴로 핫도그를 선정했을 것 같지는 않다.


다음날 뉴욕 타임즈 1면에 “영국 국왕 핫도그를 맛보다”라는 기사가 났고 미국인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받는다. 영국 국왕 부부가 핫도그를 입에 넣는 순간, 두 나라는 더 이상 상하 관계가 아니라 평등한 관계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핫도그 외교’는 이렇게 생겨 났다.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자 영국과 미국은 보란듯이 군사동맹을 맺고 독일, 이태리, 일본 제국주의와 대항해 싸우기 시작한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 1번 후보는 루스벨트, 2번 후보는 처칠, 3번 후보는 히틀러이다. “당신은 누구에게 투표하겠어요?” 답을 봐도 참, 어려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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