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nghyunsoo
마인즈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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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년생 '커피 한잔'과 '국민교육헌장'
Hwanghyunsoo

 

 

1968년은 북한 무장공비 김신조가 청와대를 기습한 해다. 향토 예비군이 창설되고 주민등록증이 처음 발급된다. 국민교육헌장이 선포되고, 극심한 가뭄도 겹쳐 암울하기만 했던 해였다.


 카지노계 대부인 전낙원의 사무실에 한국일보 연예부 기자인 정홍택, 작곡가 신중현이 모였다. 잡설을 하다가 전낙원이 자기가 키우는 가수라며 젊은 여인 두 명을 소개한다. 한눈에 봐도 뛰어난 미모와 늘씬한 몸매까지, 대박 느낌이 났다. 전낙원이 키우고 신중현이 담금질을 한다면 이건 분명히 히트칠 거라고 정홍택은 생각했다.


펄 시스터즈 이야기다. 당시 기록을 보면, “한국 가요계에 이런 듀엣은 없었다. 뭇 남성들 혼 빼앗아”라는 기사를 볼 수 있다. 좀 ‘거품’이라 생각하겠지만, 펄 시스터즈는 나오자 마자 방송가를 뒤집어 놓는다. 노래 실력도 좋았지만, 뛰어난 미모, 늘씬한 몸매로 추는 열정적 춤은 젊은이들의 혼을 빼앗을 정도였다.

 

  

 

 

이때 나온 곡이 <커피 한잔>, <님아!>, <미인>이다. 인기가 치솟자, 전낙원은 출연을 자제시키고, 그들을 라스베가스로 진출시켰다. 그의 전략은 맞았고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당시 라스베가스에는 일본의 걸 그룹 ‘핑크레이디’가 있었는데, 그들의 설 자리가 없어질 정도였다.


전낙원의 설계가 완성되어 가는 중에 문제가 생긴다. 매니저와의 불화설이다. 매니저는 철저한 관리를 하려 했고, 펄 시스터는 자유롭고 싶어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신중현과의 사이도 멀어진다.


신중현은 스파르타식 교육으로 유명하다. 음악을 하는 데 조금의 일탈도 허용하지 않는 장인 정신이 대단한 작곡가다. 신중현의 분노가 매우 커졌고 좌절감을 느꼈다. 신중현이 곡을 안 줬다. 펄 시스터즈는 노래를 더 배워야 했고 춤도 더 개발해 연습해야 했다. 펄 시스터즈는 가수 생활을 오래 하지 못했다. 노력해야 할 때 자유스러움을 택했고, 땀 흘려야 할 때 편안함을 찾았다. 


어떤 평론가는 “부와 물거품 같은 인기에 겸손한 자세를 잃어버렸다.”고 까지 악평을 했다. 펄 시스터즈는 언니 배인순이 1976년, 동아그룹 회장 최원석과 결혼하며 해체된다. 그들의 음악을 이해하려면 당시의 가요계를 좀 뒤돌아봐야 한다.


당시 대중가요는 트로트와 번안 가요가 주를 이뤘다. 이미자는 <여자의 일생>, <황혼의 부르스>, <서울이여 안녕>를 연달아 히트시킨다. 패티김은 <9월의 노래>, 1967년에 <안개>로 데뷔한 정훈희가 <강 건너 등불>, <날개> 등으로 톱 대열에 합류한다. 


<파란 이별의 글씨>의 문주란, <짚세기 신고 왔네>의 김세레나, <박달재 사연>의 박재란 등이 유행했다. 남진은 <별아 내 가슴에>, <너와 나>, <미워도 다시 한번>을, 배호는<누가 울어>, <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랑>을, 차중락의 <철없는 아내>, 조영남은 번안곡 <딜라일라>로 혜성 같이 나타나고, 정미조의 <개여울>, 양희은, 김세환, 송창식, 윤형주, 어니언스 등의 통기타 부대들이 연일 주옥 같은 노래들을 라디오를 통해 토해내던 시절이었다. 


오늘의 한류는 그들이 있어 가능했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가수들 틈에서 펄 시스터즈는 <커피 한잔>으로 1969 MBC 10대 가수 가요제의 가수왕을 수상하며 걸그룹 최초 가요대상, 데뷔곡으로 가요대상이라는 화려한 업적을 이룬다.  


그녀들의 정상은 신중현의 음악이 있기에 가능했다. <커피 한잔>은 고고 풍의 노래가 유행하기 전, 사이키델릭(Psychedelic) 사운드 풍의 노래다. 이 사이키델릭 사운드는 트로트와 번안곡이 판치는 가요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준다.  


젊은이들은 새로운 리듬에 맞춰 새로운 춤을 췄고, 국민교육헌장을 외워야 하는 답답한 세상에서 벗어나려 했다.

 

 

 


  
 며칠 전 방송에 펄 시스터즈가 나왔다. 그때 그 모습은 아니지만, <커피 한 잔>의 가사만큼은 국민교육헌장처럼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커피 한 잔>과 <국민교육헌장>은 같은 68년 12월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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