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nghyunsoo
마인즈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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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울렛, ‘아빠’는 배스 프로숍
Hwanghyunsoo

 

겨울에 손님이 찾아온다면 은근희 걱정이다. 처음 오는 경우에는 토론토 다운타운의 유명 관광지를 보여주면 되지만, 벌써 여러번 온 친구에게 좀 색다른 곳을 보여주고 싶은데 마땅치 않다. 오늘 아침, 산책을 함께한 선배에게 “손님이 오는데 어디 좋은 곳 없어요?” 평소 이곳저곳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여행 고수’여서 여쭤봤다.


답이 신통치 않다. “이 겨울에 토론토 오는 사람이 문제지…” 산책을 마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이 난 곳이 있다. 20년전 내가 처음 토론토에 왔을 때, 누군가 나를 데리고 갔던 곳인데 그때의 풍경을 잊을 수 없다.


토론토 바로 동쪽 스카보로(Scarborough)라는 도시에 블러프스 파크(Bluffers Park)이라는 아주 멋진 공원이 있다. 묘한 절벽도 있고 비치, 요트 마리나도 있어서 여름에 인기가 좋고 엄청 붐비는 곳이지만, 겨울에도 볼 만하다. 비치 옆 온타리오 겨울 호수가를 걷는 낭만도 즐길 수 있다. 바람이 아주 많이 부는 날은 물론 피해야 한다. 여름철에는 수영도 하고, 공원 잔디밭에서 바비큐도 가능하다.


 자가용 이용 시 온타리오 호수를 바라보면서 브림리 로드(Brimley Road)를 타고 쭉 내려오면 정면에 블러프스 파크 사인이 보인다. 그 사인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가면 절벽으로 가는 길인데, 바비큐 하는 시설도 있고 피크닉 하기 좋은 공간이 많다. 왼쪽으로 도로를 따라서 조금만 가면 큰 주차장이 나오는데, 그 끝에 모래비치가 펼쳐진다. 


 겨울철에는 주차 공간이 널널 하지만, 날씨가 좀 풀리면 멀리 주차하고 와야 한다. 주차 요금 내는 기계가 있지만, 가을이나 겨울시즌에는 무료다. 호수를 뒤로 하고 왼쪽에 교회 건물처럼 보이는 곳으로 올라가면 작은 공원이 있는데, 올라가는 길이 경사가 별로 없어 천천히 산책하기 좋다.

 

 

 


 
한 15분쯤 올라가면 공원 전체와 온타리오 호수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밑에서 바라보던 절벽 윗부분이어서 가까이 다가가 사진도 찍을 수도 있지만, 조심해야 한다. 절벽과 비치 사이에 마리나 선착장이 있어 다양하고 멋진 요트도 볼 수 있다. 선착장 옆 카페에서 온타리오 호수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을 마시는 여유를 부린다면 ‘손님 접대 끝’이다. 커피 값이 좀 비싸지만… 


블러프스 파크는 아무리 여유를 부려도 2시간이면 눈에 다 담을 수 있다. 그래서 다음 코스로 토론토 동북쪽에 있는 퍼시픽몰(Pacific Mall)이나 유니온빌(Unionville) 둘 중에 한 곳을 선택하면 좋다. 퍼시픽 몰은 현재 옆에 대형 쇼핑센터를 신축해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캐나다 안에서 ‘중국’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게나 식당에는 아예 영어는 없고 한자만 써 놓은 경우가 많고, 캐나다에서 볼 수 없는 어수선한 전통시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한류 덕분에 한국 화장품 가게도 많이 있고, 2층 식당가가 특히 인기가 있다. 여러 다양한 음식점들이 많고 주스와 차를 파는 코너도 많지만, 될 수 있으면 그냥 눈으로 만 보고 나와야 한다. 건물도 오래되고 주방이 지저분해 위생 상태가 염려돼서다. 


퍼시픽 몰은 홍콩의 거대 자본이 만든 것인데, 바둑판처럼 정렬된 가게 사이의 통로에 도로 표지판을 붙여 놓았다. 예로 ‘Queen Street’라고 해놓았는데, 그 표지가 홍콩의 거리 이름이란다. 몰 안에만 450개의 가게가 있는데, 불법 음반, 불법비디오, 짝퉁 물건을 팔아 경찰이 압수 한적도 있다.


 퍼시픽 몰을 구경했다면 유니온빌은 뛰어넘는 게 좋을 듯하다. 유니온빌은 작은 이국적 마을 분위기인데, 낮에 가면 콧바람 쐬기 위해 온 아시안들이 대부분이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꽃으로 마을 장식을 예쁘게 하지만 겨울철에는 썰렁하다. 날이 따뜻하면 패티오(patio)에 앉아 프렌치 프라이스 시켜 맥주 한잔 제끼면 백수로 사는 보람을 느낀다. 


이쯤되면 배고플 시간이다. 그래도 참을 만하면 번밀(Vaughan Mills)쇼핑센터 안의 푸드코트에서 식사하길 권한다. 낮 시간에는 약 20분이면 갈 수 있다. 일단 음식이 간편하고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어서다. 피자, 햄버거, 시네몬 빵, 멕시코 음식, 차이니스, 타이, 월남국수, 일본, 홍콩, 채식 스넥, 아이스크림, 찻집, 과일 전문점, 그리스 요리, KFC, 스시, 초코렛, 스테이크, 푸라이 전문점, 버블티, 샌드위치, 요거트 등 다양하고 이색적인 먹거리가 많이 있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후에는 몰을 눈요기 하며 운동삼아 걸으면 소화도 되고 좋다. 


 

 

 


또한 낚시를 좋아하는 ‘아빠’들은 배스 프로샵(Bass ProShops)에 들리면 눈 돌아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다양한 물건들을 볼 수 있다. 각종 캠핑 장비부터 의류, 낚시 장비, 각종 미끼, 사냥 도구,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고기 수조까지 있다.


 엄마들을 나이아가라 아울렛 몰에서 끌고 나오기 어렵듯, 아빠들을 이곳에서 데리고 나오려면 눈꼬리가 올라가야 가능하다. ‘엄마’는 아울렛, ‘아빠’는 배스 프로숍만 가면 시간을 헤프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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