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nghyunsoo
마인즈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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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가 제인을 만났을 때
Hwanghyunsoo

 

고 박정희 대통령이 죽기 전까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양주는 빨간색 조니워커이다. 해외관광이 불가능하던 시절, 조니워커는 외국을 다녀온 친지나 지인이 큰 맘 먹고 사다 준 선물이었고, 나름의 권력 과시였고, 바라보고만 있어도 흐뭇할만한 자산이었다. 


 조니워커의 세련된 사각 병도 눈을 혹하게 했지만, 모자를 쓰고 긴 장화를 신은 영국 신사가 지팡이를 들고 힘차게 걸어가는 그 유명한 라벨 ‘스트라이딩 맨(Striding Man)’은 보통 사람들에겐 서양 문화를 이유 없이 동경하게 할만큼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100년이 된 조니워커의 패키지와 라벨 디자인은 지금도 명품이다.


 해외여행은 물론 양주 수입도 금지된 시절에 집집마다 한 병씩 갖고 있던 조니워커는 독일 광부나 월남전에서 돌아온 병사, 중동에서 일한 건설 노동자들의 가방에서 나온 것이었다. 중동 건설노동자들이 귀국 때 공항면세점에서 조니워커를 2병씩 사오는 것은 관례였고 세관에서도 제한된 규정을 어겨도 조니 워커 1병쯤 더 가져 오는 것은 눈감아 주었다.


1979년 고 박정희 대통령이 마지막 만찬장에 있었던 술이 시바스 리갈이었다는 것이 알려지기 전까지 고급 양주는 조니워커였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양주 맛을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위스키는 대한제국 시절 서구 열강의 외교관들에 의해 소개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광복 후 우리나라에 미군정이 시작되면서 군 매점을 통해 위스키가 시중에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50년대에는 소주에 색소를 섞은 짝퉁 위스키인 도라지 위스키가 인기를 얻었다.


조니워커는 1820년 스코틀랜드에서 존 워커(John Walker)의 식품점에서 처음 판매된다. 그 당시 식품점은 싱글몰트 위스키를 주로 판매했었다. 그의 식품점도 역시 싱글몰트 위스키를 주로 팔았지만, 그 맛이 늘 불규칙함에 워커는 불만을 가졌다. 


그는 여러 위스키를 블랜딩해서 동일하게 좋은 맛을 지닌 위스키를 만들 생각을 하였고 그 결과 동일하게 좋은 맛을 지닌 조니 워커 위스키를 만들게 된다. 조니 워커 위스키는 철로, 항로를 따라 세계 곳곳에 운송되는데, 이때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원형 대신 사각 유리병 디자인이 되었고, 정확히 24도 기울어진 독특한 형태의 조니 워커 라벨도 사용된다. 또한 사각 술병의 단점인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손에 잡히는 부분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살짝 안으로 파놓아 안정감을 보완했다.


지난해 1억2천만 병이나 팔렸다는 조니워커의 상표는 걸어가는 신사, ‘스트라이딩맨’이다. 조니워커가 처음 만들어지고 150년 뒤인, 2018년에 제인워커라는 ‘스트라이딩 우먼’이 등장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성 평등 추세에 여성이 주인공인 브랜드가 등장한 것이다.

 

  

 성 평등과 여성 권한 부여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25만 병의 한정판 제인워커를 시장에 내놓으며 병당 1달러를 여성계에 기부하기로 한다. 물론 제인워커는 완판되었다. 당초 제인워커 에디션은 지난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면 출시하기로 했는데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출시가 미뤄진다. 


 미국 언론들은 “위스키는 여성들이 잘 마시지 않는 주류이지만, 이와 같은 마케팅은 위스키 수요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또한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는 여성 차별 반대 운동인 ‘미투 운동’ 흐름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전략”으로 평가하고 있다. 


 제인워커는 급변하는 시대를 읽고 올바른 방향으로 기업이 움직여간다는 평을 받으며 2019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위 안에 선정됐다. 타임지는 종종 사람 이름을 한 브랜드나 캐릭터에게도 상을 준다. 


 

제인워커는 25만 달러에 달하는 기부금을 여성 인권을 위해 사용했고, 270만 번 이상 세계 언론에 보도되고 SNS의 화제가 되며 추산할 수 없을 만큼의 경제적 효과를 누렸다. 안타깝게도 제인워커는 아직 정식으로 상용 브랜드화 되지 못해 토론토 LCBO에서는 구할 수 없다.


 조니워커의 맛은 “이게 스카치 위스키구나” 하고 싶은 것이다. 콧잔등까지 올라오는 알싸한 향에 미묘하고 달콤한 향이 섞여서 난다. 낮게 깔리는 부드러운 바닐라향도 녹아 있는 듯하다. 


 어떤 이는 사과, 배 같은 신선함이 느껴진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내공이 부족한 듯 그 향을 구별하지 못하겠다. 아내가 한국 갔다가 사다 준 조니워커 한 잔은 솜씨 없는 글에 살랑거림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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