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anghyunsoo
마인즈프로덕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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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불효자는 웁니다
Hwanghyunsoo

 

 

뉴저지에 있는 친구집을 방문하면 맨 먼저 어머님께 인사를 드리는데 몸이 불편하시지 않으시면 절을 올린다. 매번 사양하시지만, 혹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어서… 그렇게 해야 숙제를 마친 기분이 든다. 


"고마워요. 자네 어머닌 어떠신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예, 어머닌 올 봄에 돌아가셨어요" 한동안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 "병원에 오래 계셨잖아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래..."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계속 말씀이 없는 겸연쩍은 분위기를 바꾸려, 친구가 "어머니, 저희 밖에서 식사하고 올게요." 하며 내 등을 떠민다. 친구 어머닌 돌아가신 어머니 보다 5살이나 연배다. 그러다 보니 어떤 위로의 말을 내게 해야 할지 감당이 안 되신 것 같았다. 


어머니가 살아계시던 시절 고국에 가면, "태진이 어머닌 정정하시지?" 하셨다. 그리곤 "민겸이는 잘 있니? 공부 잘했던 최민도 거기 있다며? 혜경이는 한 번 만나봤니? 그 이발소집 아이는.. " 하며 초등학교 동창생 안부를 챙기셨다. 


태진이 어머닌, 같은 동네에 사셨기에 학부모로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지만, 나의 결혼식 때, 당시 미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들을 대신해 와주었던 것을 항상 고맙게 생각하셨다.


 어머니의 '치맛바람' 덕분에 우리 4남매 모두는 당시에 새로 생긴 초등학교를 함께 다녔는데, 그것은 어머니의 작은 자부심이기도 했다. 돌아가시기 2년 전부터는 거의 병원에 계실 정도로 몸이 쇠약해 그저 간단한 대화만 가능했지만, 그나마 나눈 이야기의 거의가 초등학교 친구 안부였다. 


 동북초등학교 3회 졸업생인 나는 한 학년이 세 반이어서 동창생이 겨우 120여명 뿐이지만, 아직도 가깝게 연락하는 친구가 많다. 특히 북미에 살고 있는 동창생이 많은데 뉴욕, 세인트루이스, 아틀란타, 엘에이 등에 살고 있다. 우리 연배에는 미국으로 이민 가 사는 것이 일종의 로망이랄까? 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 것이 있었다.


친구 부모님들은 대개 한국에 사시거나 돌아가셨다. 우리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넉넉하지 못한 살림을 쪼개 자식을 월사금 비싼 초등학교에 보냈던 우리 부모들의 희생을 이제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부모를 떠나 이곳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의 가슴 한군데에는 항상 부모에 대한 죄스러움이 있다. 


한카노인회가 오는 10월 16일에 하는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를 준비하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커진다. 시대 배경이 내가 자란 시절이어서인지, 대본을 읽으며 여러번 눈물을 훔쳐야 했다. 


악극의 줄거리는 이렇다. 6.25 전쟁이 남긴 폐허로 절망만 가득했던 시절, 해남의 작은 마을에서 남편을 잃고 혼자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어머니 최분이. 자식이 서울의 일류대학에 합격하게 되고, 서울로 올라가는 날 주인공 진호는 결혼을 약속한 옥자와 청순한 사랑을 맺고 앞날을 기약한다. 


진호는 부잣집 가정교사로 들어가 김주희라는 학생을 만나고 그녀의 부모는 진호를 사위로 맞이하려 한다. 하지만, 옥자를 며느리로 생각하고 서로 도와가며 고비고비 함께해 온 어머니는 주희와의 결혼을 용납할 수 없다. 어렵게 대학을 마친 진호는 갈등 속에서 결국 부잣집 딸을 택한다.


홀어머니는 결혼식에 초대 받지만, 홀대를 받고 쫓기듯 고향으로 돌아온다. 옥자는 진호의 배신으로 깊은 상처를 안고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는데, 그녀의 인생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망가져 간다. 


옥자와 잠시 함께 한 건달은 진호 어머니를 찾아와 아들의 가족에게 옥자와의 과거를 폭로하겠다며 협박하여 진호가 보내준 생활비는 물론 모든 것을 빼앗아 간다.


이를 알게 된 옥자는 건달과 함께 죽을 결심을 하고 철길에서 싸움을 하던 중 건달은 열차에 치어 죽게 된다. 그 자리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체와 싸움을 말리던 진호어머니의 도민증만 남게 된다. 


옥자는 그날의 충격으로 정신착란을 일으켜 정신병원에 간다. 모든 사건을 자신이 죽는 것으로 하는 것이 착한 옥자를 살리는 길이라 생각한 어머니는 행방을 감추고, 아들 진호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는데…


 …! …! …! 어머니, 불효자는 웁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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