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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몽(春夢)
leed2017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어머니께서 늘 입버릇처럼 “인생은 일장춘몽(人生一場春夢)”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어머니는 경상북도 칠곡 왜관읍 매원동 광주이씨 집성촌, 딸 둘 집에서 태어나서 16살 되던 해에 안동 예산 부포동 역동집으로 시집왔습니다. 모두 8남매를 두었으나 넷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지금까지 살아있는 자매는 넷, 그중 하나는 요양원에 있습니다.

 어머니는 학교교육은 받아보지 못한 분. 이야기로는 할아버지가 서울, 그러니까 한양가는 길에 외가 매원에서 손님으로 하루 묵어가는데 아침에 세살된 딸 아이(어머니)가 마당에서 아장아장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외할아버지에게 “우리 며느리가 지금 태중인데 만약 아들이면 저 아이를 내 손부(孫婦)하세” 하여 그 자리에서 구두 “약혼”을 했답니다. 그러니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3년 연상의 여인이지요.

 어머니는 큰 집에 며느리로 들어와서 이 어른 눈치 보랴 저사람 어른으로 모시랴, 언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천재적인 기억력의 소유자로 한국의 옛 시조, 가사, 춘향전(당시는 금서)은 물론 소동파의 적벽부, 향산의 장한몽 같은 시가도 외웁니다. 어릴 때 자기가 신동이어서 학교를 안보냈다 하나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어머니는 자라는 동안 트라우마(trauma)는 전혀 없없고 문학적인 감수성이 높아서 그런지 무척이나 감상적이었습니다. 기쁘기 보다는 슬픈 사연을 더 좋아하신 어머니, 다 큰 아들을 둘이나 잃어버리고 토지개혁, 6.25를 겪고 말년에 와서는 허무감의 절정에서 허덕이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가 말하는 일장춘몽이 무슨 말인지는 알았지만 이해는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안다는 것은 표면적인 것, 귀로 듣는 것이고 이해 한다는 것은 체험이 내재화(內在化) 되어 가슴으로 듣는 것입니다. 내가 은퇴를 하고 70, 80에 가까워 왜 이 말은 그 전에 듣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들려왔습니다.

 한번은 우리 동네에 사는 H형, C형, 나 이렇게 세 집이서 우리가 죽으면 묻힐 묘지를 사러 함께 갔습니다. 묘석에 적어두고 싶은 말이 있으면 알려 달라는 직원에게 나는 “Life is but an empty dream”이라는 롱펠로(H. Longfellow)의 싯구를 묘비에 넣어 달라고 했습니다. 하버드대학 교수를 지냈고 미국에서 유명하다는 시인의 시에 나오는 구절이라 무슨 심오한 의미라도 담겨 있으려니 여기니까 그렇지 우리나라에서는 학교 근처도 못 가본 사람도 이 글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인생을 어떻게 보느냐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양(洋)의 동서가 다른 것 같고, 나라마다도 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인생은 허무한 꿈이라는 말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 같습니다. 요새 와서 행복하게, 즐겁게, 내가 하고 싶은대로, 기운차게, 희망을 갖고 살자고 하도 외쳐대니까 그렇지 나처럼 황혼에 모든 것이 가물거리기 시작하는 사람이 “인생은 하나의 긴 봄 꿈”이라는 말에 가슴을 치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고등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 당시 이름을 날리던 소설가 정비석의 ‘산정무한’이라는 수필이 있었습니다. ‘산정무한’은 천하명산 금강산에 유람을 가서 느낀 감회를 유려한 필치로 쓴 글입니다. 정비석, 이은상, 양주동은 고등학교 때부터 내가 무척 좋아하던 문장가들이지요. 길고 어려운 한문 투성이의 글이나 여기 인용한 것은 대학입학시험에 하도 자주 나오는 대목이라 달달 외워서 지금도 입에서 술술 흘러 나옵니다.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것은 이보다 더나은 문장이 없다 싶어서 여기에 인용을 해볼까 합니다. 금강산으로 숨어버린 신라의 마지막 임금 경순왕의 장남 마의태자 무덤앞에 선 감회를 적은 것입니다.

 

 천년사직이 남가일몽(南柯一夢)이었고 태자 가신지 또다시 천년이 지났으니 유구한  영겁(永劫)으로 보면 천년도 수유(須臾)런가! 고작 칠십 생애에 희로애락을 싣고 각축(角逐)하다가 한웅큼 부토(腐土)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하니 의지없는 나그네의 마음은 암연(?然)히 수수(愁愁)롭다.

 

 대학입학 시험 때문에 이 명문을 어제 배운 것처럼 아직까지 쉽게 외우고 있습니다.  남가일몽, 영겁, 수유, 각축, 부토, 암연 같은 단어는 한문으로도 알아야했습니다.

아무리 고등학교 국어책에서 읽은 글이 명문이니 어쩌니 해도 인생이 유장한 변천과 행운유수()를 노래한 다음의 흔해빠진, 그러나 천하명구를 지나칠 수야 있겠습니까.

 

태어남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에 사라짐이라

(生也一片浮雲起 / 死也一片浮雲滅 )

 

 백년인생도 이렇게 명료하게 처리할 수 있으니 인생의 태어남에도 기뻐할 것 없고 죽음 앞에서도 겁낼 것 없다는 말입니다. 이 얼마나 통쾌하고 시원한 말입니까. (202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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