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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yoon
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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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자연의 모자이크를 따라서-인각사와 삼국유사
knyoon

 

 

천년 고도 경주의 지세가 영험한 암거북이 형세를 하고 있다는데, 미숙한 내 눈엔 옛날에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보았던 둥근 왕릉과 사찰들만 보인다. 둥글둥글한 왕릉들이 알의 상징이라서 김시습의 금오신화(金鰲新話; 금거북이 이야기)와 일연스님의 ‘삼국유사’를 낳은 것일까?

 제78차 국제펜 경주대회 나흘째 되던 날, 세계 각지에서 참석한 대표들이 열 대의 버스에 나누어 타고 일연스님이 머물던 경북 군위군 인각사(麟角寺)를 향해 달려갔다. 비 온 끝에 더 환한 금잔화, 코스모스, 붉은 칸나의 큰 잎이 보내는 정겨운 손짓을 내다보면서.

 인각사 입구에 들어서자, 고인돌 무더기 위에 한 아시아계 작가가 자신의 문운을 기원하며(?) 작은 돌멩이들을 쌓아올리고 있다.

 

 

새로 단청해서 맑은 하늘과 잘 어울리는 인각사 법당 옆에 보각국사정조지탑(普覺國師靜照之塔)과 석불좌상이 서있다. 뒤뜰 산책길엔 비각과 천년생 돌거북이 뿜어내는 맑은 샘이 한 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하늘빛 긴 드레스를 입은 인도 대표가 석불좌상 앞에서 묵념을 올리고 있다. 나는 그 옆에 서있는 신비스런 보각국사 탑의 부도에 시선을 뺏기고 있었다. 그 탑은 일연스님의 부도(浮屠/浮圖, 사리탑)인데, 투박한 화강암 석탑에 조각한 그림들이 매끄러운 암각보다 정겹다. 

 탑의 맨 아래, 우주 방위를 상징하는 4각 지대석 위에 8각 하대석을 올려 각 면마다 8부의 신궁을 새겨 넣었다. 그 위의 둥근 상대석에 그려 넣은 연꽃 모양은 두 개의 연꽃잎이 겹치게 한 사이사이로 홑잎을 넣어, 그 위의 8각형 사리탑을 받쳐주고 있다. 

또 그 사리탑 위에 올린 옥개석은 날아갈 듯한 추녀 끝에 귀꽃을 장식했는데, 멀리 법당의 추녀 끝과 맞물리는 듯 보인다. 제일 꼭대기의 탑신꼭지는 앵화와 보륜이 타오르는 불꽃 모양을 하면서 탑의 보루를 마무리했다. 탑신꼭지의 조각은, 일연스님의 어머님이 눈을 아래로 내려뜨고, 아들을 위해 기도하는 영원한 어머니의 모습 같았다. 

 

 

아침 해가 일연스님의 부도에 비칠 때 반사하는 빛살이 그의 어머님의 묘소에 닿는다고 한다. 생전에 어머니를 위해 드리고 사랑하던 그의 마음이 이 옥탑의 기도하는 여인상으로 나타난 것 같다. 따라서 ‘자유로운 영혼의 속성’도 지녔을 일연스님의 혼이 지금은 어머니와 더 자애로운 대화를 나누고 있으리라.

 고려 충렬왕 때의 명승인 보국국사 일연(一然: 1206~1289)은 14세에 출가하여 78세 때 국사(國師)가 되었으나, 이태 후에 인각사로 은퇴하여 96세의 노모를 모시고 지내는 동안 ‘삼국유사’를 편찬하고 마무리한 인물이다.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와 더불어 한국 고대사의 쌍벽을 이루는 책으로 신라, 고구려, 백제 3국의 유사를 모아서 지은 역사서이다. 삼국사기에 기록되지 않은 야사-전설, 설화, 시가, 향가 14수가 들어있다. 2004년 인각사의 극락전을 복원할 때, 그 과정이 적힌 중수기와 일연의 이야기가 발견되었을 때, 비로소 이곳이 ‘삼국유사’의 산실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족의 뿌리를 단군에서 찾은 일연이 ‘단군신화’로 시작한 이 훌륭한 삼국유사를 야사라 부르는 것은 정당한 대우가 아니므로, 대안사서(代案史書)라고 부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인각사의 현재 주지인 도권 스님에게서 삼국유사와 일연의 생애를 진지하게 귀담아 들은 세계펜클럽 회원들이 이제는 삼국유사 문화의 밤 잔치가 벌어지는 일연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원 잔디밭 식탁에서 만찬 후에 월간 문학세계에 등단한 작가이기도 한 도권스님이 삼국유사의 두 번째 기이(紀異)편에 나오는 설화 ‘도화녀와 비형랑’을 각색하고 대본을 쓴 뮤지컬 공연이 펼쳐졌다. 두 남녀 주인공의 생사를 초월한 ‘천년의 사랑과 천년의 기다림’이라는 애틋한 내용이었다. 1년도 기다리기 어려운데 천년이라니! 그러면서도 우리는 모두 빗소리와 한숨 소리 속에서 신화적인 사랑에 젖어들었다. 

 삼국유사 문화의 밤 피날레는 도권스님이 국제펜클럽 소울 회장에게 삼국유사 영인본을 황금빛 예쁜 보자기에 싸서 선물하는 장면이었다. 박수갈채 속에! 그런데 이 삼국유사 영인본은

 

 

이번 국제펜대회에 사정이 생겨 참석하지 못한 토론토의 소설가 강기영 회원에게 소울 박사가 건네주는 선물로 변신했다. 강기영씨 부부는 소울 박사 내외의 오랜 친구이며 첫 한국인 친구이다(우리 부부는 두 번째 한국친구이고).

 더 의미가 있는 것은, 그가 새 작품으로 구상하고 있는 ‘神市’가 삼국유사 영인본 제1권 2페이지에 나오는 ‘단군설화’이기 때문이다. 그는 일연스님이 한 페이지에 쓴 단군설화를 1,200매의 원고지에 펼칠 예정이라고 기쁨과 자부심에 차 있다.

 상서로운 기린의 뿔 모양을 한 산자락에 놓인 인각사에서 기린아(麒麟兒)같은 일연스님의 삼국유사가 태어난 것은 앞으로 우리 역사를 바르게 그리고 새롭게 조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란 예감이 든다. 내가 만일 조각가라면 일연스님의 상징적인 부도 한 모퉁이 돌에 목이 긴 기린 한 쌍을 암각해 넣었을 것이다. 

 

 

아무튼 세계국제펜클럽 대회를 국내에 끌어들인 한국펜클럽 이길원 이사장의 탁월한 활동과 우리나라의 찬란한 역사를 알리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준 경주시와 문화관광부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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