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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잔한 놈의 기분 좋은 하루
allellu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세비야.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무대로 잘 알려진 이 도시에는 레알 베티스와 세비야FC라는 프로축구팀이 있다. 2007년 무렵 부산아이파크의 겨울 전지훈련을 취재하다 베티스와 세비야의 라이벌 경기를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이 라이벌전은 밤 10시에 시작됐다. 베티스 홈 경기였는데, 경기장 주변은 팀을 상징하는 녹색물결로 넘쳐났다. 동행했던 스위스 출신의 앤디 에글리 부산감독은 절대 붉은색(세비야의 상징) 옷을 입지 말라고 미리 주의를 줬다.

원정 온 세비야 팬들은 경기가 시작되고 10분쯤 지나서야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경기장 원정팀 응원석에 입장했고, 경기가 끝나고는 베티스 팬들이 모두 경기장을 빠져나간 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만큼 경기장 분위기는 뜨겁고 살벌했다.

세비야 주택가를 걷다 보면 집 주인이 세비야 팬인지, 베티스 팬인지 곧바로 알 수 있다. 창문이나 출입문에 좋아하는 구단 깃발을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웃돈을 주고 암표를 사 관람한 독일 분데스리가의 라이벌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경기도 인상적이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응원가가 고막을 찢을 듯했다. 홈팀인 도르트문트 구단은 대규모 응원단을 동원해 그라운드 전체를 노란색 깃발로 뒤덮어 분위기를 띄웠다. 관중들은 잠시도 의자에 앉지 않고 선수들의 움직임에 탄식과 환호를 질렀다.

축구 열기라면 남미도 빼놓을 수 없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기도 한 아르헨티나 프로축구 보카 주니어스와 리베르 플라테의 맞대결은 늘 이야기를 만든다. 라이벌 중의 라이벌이라는 이유로 '슈페르 클라시코'란 애칭을 갖고 있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연고로 하는 두 팀이지만 보카 주니어스가 빈민층의 지지를 받는 반면 리베르 플라테는 부유층 밀집지를 홈으로 쓴다. 1968년 양 팀 서포터스의 충돌로 74명이 사망했다. 1994년에는 보카가 0-2로 패하자 화가 난 보카 팬들은 리베르 팬들을 집단 폭행해 2명이 숨지는 사건도 벌어졌다. 다음날 경기장 벽에는 '2-2'라는 섬뜩한 문구가 낙서로 남겨져 충격을 줬다.

이밖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리버풀, 아스널-토트넘(잉글랜시 프리미어리그), 셀틱-레인저스(스코티시 프리미어리그) 등 축구에서 라이벌전은 역사와 종교, 도시와 문화의 충돌을 상징한다.

오죽하면 1969년 중앙아메리카의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가 월드컵 때문에 전쟁까지 했을까. 팬들은 응원하는 팀을 자신과 동일시한다. 광적인 팬이라면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자신의 승리, 패하면 자신의 실패로 받아들인다. 사람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지난 5일 카타르월드컵에서 동아시아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16강전에 나섰다. 안타깝게도 두 팀 모두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이 세계랭킹 1위 브라질에 1-4로 대패했지만 그다지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예상했던 패배라 담담했고, 최강팀을 상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이 자랑스러웠다.

오히려 긴장한 것은 일본과 크로아티아의 경기였다. 일본의 8강 진출 가능성이 한국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 떨리는 승부차기 끝에 일본은 고배를 마셨다. 크로아티아 골키퍼의 선방도 있었지만 일본 선수들은 킥을 하기 전부터 이미 바짝 졸아 있었다. 적어도 승부차기만 놓고 보면 애초부터 일본이 이길 수 없는 내용이었다.

동아시아의 라이벌이 함께 탈락한 것은 내심 다행이었다. 너무 쪼잔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통쾌했다.

최근 한국의 일부 정치인 집단은 일본에 대해 이웃을 넘어 안보동맹이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적어도, 아직은 전혀 동의할 수 없는 견해다. 지난 수천 년의 한반도 역사에서 일본은 최소 수백 번 한반도를 침탈했고, 재산과 막대한 인명 피해를 입혔다. 고작 지난 수십 년 큰 사건이 없었다고 향후 수십 년 안에 그런 도발이 또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진정한 동맹이 되기 위해서는 ‘통석의 념을 느낀다’는 둥 눈꼽만큼도 감흥이 오지 않는 사과로 얼버무려선 곤란하다.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로 나가자는 말도 결국 뻔한 흰소리다.

월드컵에 대한 열광은 잠시뿐, 하루 지나면 또 일상이 기다린다. 축구는 축구일 뿐이지만 그래도 일본 축구대표팀의 허망한 월드컵 패퇴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고소했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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