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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약수(上善若水)
ywlee
2023-11-15
Editor’ Note
“Be water, my friend”
-원만한 처세술 ‘상선약수’
-세상만사 물처럼 자연스럽게
*중국계 미국인 액션배우 고(故) 이소룡의 어록
사람의 성격엔 두가지 타입이 있는 것 같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하는 사람과, 그보다는 실제로 일에 부닥쳤을 때 대처하는 유형이 그것이다.
나는 후자(後者에 가깝다. 무슨 일을 하기 위해 사전에 철저하게 탐구하기보다는 막상 상황이 다가오면 그에 대응하는 타입이다.
영어로 표기하면 Play it by ear가 되겠다. 즉 귀로 들은대로 (악보 없이)연주한다. 무슨 일이든 그때 상황에 맞게 자연스럽게 대처한다(Act spontaneously and according to the situation)는 뜻이다.
0…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나의 의지나 계획대로 굴러가는 것은 별로 없다. 내가 부모님으로부터 한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난 것부터가 나의 뜻이 아니었다.
성장해서 의지를 세우고 그 길을 걷는 것은 어느정도 계획에 따른 것이지만, 그후부터 전개되는 모든 성공여부는 주변의 상황과 맞아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 내일은 보장되지 않는다(Tomorrow is not promised).
0…영어에 Go with the Flow란 말이 있다. 즉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뜻이다. 여기서Flow는 시류(時流)라고 할 수 있다. 한자성어로 표기하면 상선약수(上善若水)와 같다.
시대의 지성 신영복(1941~2016) 교수에 따르면, 중국 노자(老子)는 일찍이 강물을 최고의 선(善)이라고 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수선리만물(水善利萬物). 즉,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기 때문이다. 물이 곧 생명이라는 것이다.
둘째, 부쟁(不爭 ). 즉 물은 서로 다투지 않는다. 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 흐르는 물은 선두를 다투지 않는다. 산이 가로막으면 돌아가고 큰 바위를 만나면 몸을 나누어 지나간다. 웅덩이를 만나면 다 채우고 난 다음 뒷물을 기다려 앞으로 나아간다.
셋째, 처중인지소오(處衆人之所惡).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처하기 때문에 상선(上善)이다. 싫어하는 곳이란 낮은 곳, 소외된 곳이다. 물은 높은 곳으로 흐르는 법이 없다. 반드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물은 흐르고 모여서 바다가 된다. 바다는 가장 큰 물이다. 어떠한 것도 대적할 수 없는 압도적 위력을 지닌다. 곧 기층 민중이 연대할 때 민중은 주체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0…“Be Water, My Friend”. 전설적인 액션배우 이소룡(영어이름 Bruce Lee)이 남겼다는 어록이다. 도교(道敎)의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이소룡의 말로 옮긴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소룡을 33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무술액션배우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그는 액션배우이기 전에 철학가였다.
중국계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그는 워싱턴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그는 서재에 동서고금의 다양한 철학서적을 쌓아놓고 탐독할 정도로 철학에 깊은 관심과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그가 남긴 어록이나 인터뷰를 보면 유명한 철학가들의 말을 인용한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자신의 영화에도 그만의 철학적 사유를 녹여내고자 했다.
0…이소룡이 남긴 어록 중 가장 유명한 말이 바로 위의 "물이 되어라, 친구여”다.
물은 형태가 없기에 담기는 잔에 따라 그 모양이 늘 바뀐다. 컵에 따르면 컵이 되고, 병에 따르면 병이 되듯, 고수(高手)가 되기 위해서는 고정된 틀 안에서 벗어나 늘 자유로운 움직임을 추구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물에 빗댄 것이다.
이소룡이 남긴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줬다.
“Always be yourself, express yourself. Have faith in yourself. Do not go out and look for a successful personality and duplicate it. Empty your mind. Be formless, be shapeless, like water. Now you put water into a cup, it becomes the cup. You put water into a bottle, it becomes the bottle. You put it in a teapot, it becomes the teapot. Now water can flow, or it can crash. Be water, my friend.”
(“항상 나답게 행동하고 나 자신을 표현하고 나를 믿자. 성공한 사람을 찾아다니면서 그의 성격을 복제하려 하지 마라. 마음을 비워라. 형체를 없애고 모양도 없애라. 물처럼… 컵에 따르면 물은 컵이 된다. 병에 따르면 물은 병이 된다. 물을 찻주전자에 따르면 그건 찻주전자가 된다. 물은 흐를 수도 있고 무언가를 파괴할 수도 있다. 물이 되어라, 친구여”)
0…특히 이소룡의 이 말은 지난 2019년 6월 홍콩에서 벌어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대규모 반대시위 참가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당시의 시위 형태는 일반적인 시위와 달랐다. 한 장소에 대규모 사람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시위가 나타난 것이다.
이들은 정해진 장소 주위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정해진 시간에 모이는 게릴라식 시위를 벌였다. 즉 진압경찰을 따돌리면서 정부를 골치 아프게 하는 새로운 형태의 게릴라 전술을 펼친 것이다. 이는 이소룡의 물(water) 발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0…물은 부드럽게 모든 것을 피해서 흘러갈 수도 있고, 강하게 부딪혀서 무언가를 부술 수도 있다. 인간세상에서 가장 무난한 처세원칙이 바로 상선약수(上善若水)가 아닌가 한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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