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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을 위한 여행' (Journey for Margaret) (중)
youngho2017
2025-01-17
WWII - 전쟁과 여인의 운명 (XI)
전쟁 고아의 파란만장한 여정…
더 이상 도시의 불이 꺼지지 않는 곳으로
(지난 호에 이어)
의사의 허가로 노라의 입원실을 찾은 존. 노라는 피하주사 기운 때문에 "나치가 우리 아이를, 아니 모든 아이들을 죽였다"고 횡설수설한다. 존이 "낙엽이 지고 눈이 내리는… 우리 고향 코네티컷을 생각해 봐!"라며 달랜다. "아니야, 그게 내 인생이 아냐! 나도 당신도 유령이며 온 세상이 모두 유령!"이라며 울부짖다가 잠이 드는 노라.
몇 달 후, 차 안에서 존과 노라, 허버트 등 일행이 불콰한 상태에서 스코틀랜드의 유명 민요인 "로몬드 호수의 아름다운 강 언덕(The Bonnie Banks of Loch Lomond)"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You'll take the high road and I'll take the low road (그대는 고갯길로 올라가고 나는 아랫길로 가게되리라)
And I'll be in Scotland before ye (그대보다 먼저 고향 스코틀랜드로 돌아가리니)
For me and my true love will never meet again (사랑하는 그대, 이제 우리 다시 만나지 못하리라)
On the bonnie bonnie banks of Loch Lomond (그 아름답던 로몬드 호숫가의 강 언덕이여)
[註: 이 노래는 1745년 잉글랜드군과의 전쟁 중에 포로가 된 스코틀랜드의 한 병사가 처형되기 직전에 쓴,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의 로몬드 호수와 두고온 연인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전하는 편지로부터 유래한 민요라고 한다.]
6개월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노라가 리스본을 거쳐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되어 모두 술에 취해 흥겨운 분위기다. 노라가 "다만 우리가 윗길로 가야 하는지 아랫길로 가야 하는지 헷갈린다"고 말하자 별명이 '못난이(rugged)'인 동료기자(G.P. 헌틀리)가 공항 가기 전 딱 3분 동안 한 잔만 더 걸치자고 제안한다.
팝에서 허버트가 노라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여기 계속 남아서 그녀에게 닥친 운명을 극복하라고…. 아마도 그녀가 나중에 불임 사실을 알았을 때 겪을 정신적 충격을 미리 다독거리고, 홀로 남는 친구 존을 염려하는 진정한 우정에서 그랬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리스본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다들 술에 취해 '로몬드 호수' 노래를 흥얼대며 기쁜 마음으로 노라를 배웅하는데, 드디어 비행기가 이륙하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는 현실에 거부하듯 노라를 부르며 몹시 허탈해 하는 존의 모습이 애처롭다.
장면은 리스윅 고아원(Riswick Children's House). 트루디 스트라우스 원장(페이 베인터)을 방문하는 존. 보모인 틸리 웨버 양(리사 곰)과 함께 어린이 방을 둘러보는데 한 여자애가 비명을 지른다. 자기 옆에 있던 엄마가 폭격으로 죽은 기억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트루디 원장.
이때 천장 위를 쳐다보고 두리번거리며 걸어오는 남자애를 발견하는 존. 원장은 일주일 전에 엄마를 잃고 들어왔다며 그의 이름이 피터 험프리스(월리엄 세번)라고 알려준다. 존 데이비스는 런던 폭격 때 취재하면서 목격했던 바로 그 애임을 알아차린다. 선반에 보관하고 있던 양털인형을 피터에게 주면서 원장은 "이것이야말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그의 기억을 연결해 주는 소중한 통로"라고 말한다.
고아원에 도착한 이후로 한마디 말도 하지 않는 벙어리가 된 피터는 양털 인형을 보고는 "수프를 쏟고 숟가락도 집어던지고 옷이 다 젖어 도망갔었는데 이제 함께 있자"라고 말하며 인형을 계속 쓰다듬는다. 존에게 다시 보러 올 것을 약속 받고서야 돌아가는 피터!
이때 해리스 부인(헤더 대처)이 여자애를 데리고 원장을 찾아온다. 3명의 아이를 입양했는데 다른 애들과는 달리 리틀 마가렛 화이트(마가렛 오브라이언)는 삐지고 변덕스러워 '실쭉이(sulky)'라고 부르는데, 어젯밤 가족회의 끝에 고아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며 계속 눈물을 훔치고 있는 마가렛을 내팽개치듯 버리고 떠나는 해리스 부인.
트루디가 울고 싶으면 실컷 울라고 하자 정말 크게 우는 마가렛을 원장은 어머니가 그리워 우는 거라며 그녀를 포근히 감싸준다. 이를 보고 눈물을 글썽이는 존에게 트루디 원장은 "어린애가 운다고 때리는 일을 상상해 보라"며 "애들은 우는 일 외에 달리 세상을 바꿀 게 없다."고 말한다.
무엇이 원인인지 캐내기는커녕 울 때마다 때리기만 하던 그 전쟁고아의 기억은 어떻게 치유되어야 하나… 옷을 갈아입으라는데 목에 걸고 있는 폭탄 케이스는 한사코 벗지 않으려는 마가렛.
떠나는 존 데이비스에게 스트라우스 원장은 아이들과의 약속은 절대 깨서는 안 된다며 피터와의 약속을 상기시키는데….
티타임(tea time, 영국의 전통문화로 늦은 오후와 이른 저녁 사이에 먹는 차를 이용한 식사)에 고아원을 방문한 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피터. 그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수단으로 양털 인형을 사용한다고 말하는 원장. 예컨대 피터가 인형에게 빵을 먹으라고 말하니까 마가렛이 순순히 식사하는 것을 보라고….
온 김에 애들 목욕도 시키는 존 데이비스. 마가렛과 피터 사이에 서로 "내 아저씨"라며 말다툼이 일어나는데…. 밤에 폭격기가 고아원 위를 날아갈 때 존은 숫자를 세며 아이들을 진정시킨다. LP레코드판을 틀어주며 마가렛과 피터를 재울 때까지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존!
런던 시내에 공습으로 화재가 일어나자 이를 취재하기 위해 허버트와 함께 가는 존. 죽은 아이를 안고 "잠 들었다"며 실성하여 울지도 않는 여인을 보고, "오 하느님, 저는 이 포연과 역겨운 냄새와 어린아이들을 죽이는 나치 폭격에 분노가 치솟습니다. 저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세요."라고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존!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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