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클리닉] 부모가 만든 반응성 애착장애 추부길 우리 아이를 보기만 하면 속에서 불이 납니다. 9살이 된 아이의 지능은 높고, 이해력도 뛰어나지만 말도 더듬고 자기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너무너무 산만해서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병원에서는 반응성 애착장애라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아이의 그러한 것이 부모의 책임이라고 말을 합니다. 우리 부부는 결혼이후로 계속 갈등 가운데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고, 아이 앞에서 안 좋은 행동도 많이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한 것들이 원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부부 때문에 자녀가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잠이 안 옵니다. 이 부부를 상담하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부모의 책임이라는 것이 이렇게도 큰 것인가 하는 점이다. 얼마전 자신을 버린 부모를 향해 던졌던 고등학생의 말이 귀에 쟁쟁하다. “부모면 다예요. 버릴 때는 언제고 자기가 아쉬우니까 인제 찾아요? 책임도 못질 거면서 왜 나를 낳았나요? 부모도 고통을 당해봐야 해요. 나중에 만나서 ‘미안하다’, ‘잘못했다’고 그러면 다예요? 그동안 내가 받은 고통은 어떻게 하란 말이에요?” ‘반응성 애착장애’란 말 그대로 애정이 불충분한 환경 때문에 오는 정서행동상의 장애를 말한다. 부모로부터 충분히 애정을 받고 자라나야 할 아이가 그 발달과정, 특별히 0∼3세 사이에서 결핍될 경우 정서적 안정과 사회성 발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 나타나게 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이유로 뇌기능은 정상이지만 뇌의 발달이 지체되어 정서 지능 발달에 장애가 있게 된다. 대개 보면 아이를 오랫동안 방치해 놓았거나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이 너무 자주 바뀌었을 때, 아이가 상황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함으로 인해 생기게 된다. 또, 가정불화로 인해 부모가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거나, 일 때문에 아이를 너무 일찍 놀이방에 보냈을 때도 그러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반응성 애착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우선 먹고 자고 크는 기본 발달이 원만하지 못하다. 그래서 키와 체중이 평균에 미달하고 눈치를 보거나 기가 죽어 있는 경우가 많다. 또 불안과 긴장이 연속되고 가만있지를 못하고 이리저리 오고가는 그야말로 산만하고도 불안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대인관계에도 지장이 생겨 친구들을 사귀는데 문제가 생긴다. 언어발달도 차이가 난다. 상담을 해왔던 이 부부는 남편과의 심각한 갈등 때문에 임신 초기부터 이혼을 생각해 왔었고, 또 아이를 낳은 이후에도 많은 갈등 가운데 지내왔다. 아이를 앞에 두고 부부싸움을 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이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야 할 시기에 아내는 사업을 한답시고 일터에 나가 있었고, 아이는 놀이방에 방치되어 있었다. 남편 역시 집에 들어와도 아이에게 눈길조차 주질 않았다. 매일 귀가 시간이 12시였고, 아내하고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그런 부부였던 것이다. 남편을 전혀 배려해 주지 않는 아내. 또 아내에게 전혀 신뢰를 주지 못하는 남편. 아이의 이상행동을 발견한 다음 가슴이 내려앉은 아 아내가 그때부터 아이에게 집착을 해 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오히려 남편에 대한 분노를 아이에게 표출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답답했던 아내는 가출까지 단행했다. 결국 집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아이를 만났다. 아이 역시 아버지에 대한 애정은 전혀 없었다. 아빠하고 놀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었다. 차라리 엄마하고 단둘이 살 때가 더 좋았던 것 같다고 말하는 아이. 친구랑 전혀 어울리지도 못하고 그저 컴퓨터에 매달려 게임만 즐기고 있었다. 상담을 하다보니 이 아내는 남편하고 결혼하게 된 동기가 아버지에 대한 증오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그렇게 자신을 구타하고 심지어 성적으로 수치심까지 주는 바람에 집을 뛰쳐나오고 싶어서 그냥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그때 데이트를 했던 이 남자는 그렇게 자상했고, 아버지에게서는 받아보지 못했던 그러한 따스함을 느낄 수가 있어서 결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결혼하고 보니 내가 의지해고 살아야 할 남편이 전혀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결혼 후부터 남편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아내는 말을 했다. 결국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남편에게 덮쳐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 눈물 많았던 과거를 이 남편만큼은 더 덮어 주리라고 생각했는데 그 남편마저 자신의 아버지와 비슷한 행동을 보이더라는 것이다. 그때 덮쳐오는 절망감. 그럴수록 자신이 그렇게 만들어버린 아이에게 집착을 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있는 돈, 없는 돈, 심지어는 카드 빚까지 내서 아이의 치료를 위해 돈을 썼다. 남편은 그것이 또한 못마땅했다. 집안 형편을 봐가면서 치료를 해야지 당장 목을 것도 없으면서 아이에게 웬돈을 그렇게 많이 쓰냐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 엄마가 그렇게 아이에게 과잉이라고 할 정도로 잘 해주는 것은 곧 자신의 마음 속의 내재된 불쌍한 어린아이에게 베푸는 것이리라. 이 부부의 문제, 곧 아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해결은 우선 아내의 내적치유로부터 시작되어야 했다. 아내가 가지고 있는 아버지와의 감정 회복이 가장 중요한 문제중의 하나였다. 그 아버지와 남편이 분리되지 아니하면 부부문제는 해결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의 감정적 관계 회복을 위해 치유적 접근이 시도되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남편에게도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게 하면서 인정해주고 배려해 주는 마음을 갖도록 계속 훈련시켰다. 더불어 아내를 칭찬해주는 훈련도 계속되었다. 또 부부 모두에게 대화의 훈련을 별도로 시켰다. 그리고 부부워크숍에 들어가게 하여 결혼생활 전반에 걸쳐 재정립을 하도록 유도하였다. 그러 남편만을 바라보고 살아가고자 하는 이 아내. 그 아내가 부담스러운 이 남편. 결국 이 부부는 자신들의 문제 회복이 없이는 아이의 반응성애착장애 또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적극적인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아이 앞에서 사랑하는 행동을 많이 보이도록 했다. 적극적으로 포옹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 주도록 했다. 그리고 아이 앞에서 절대 큰 소리 내지 않기로 약속하였다. 혹시 부부가 다툴 일이 있으면 밖으로 나가 차안에서 싸우기로 했다. 아이에게 틈나는 대로 사랑한다고 말을 해 주고 피부 접촉을 많이 하도록 했다. 이 부부는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들의 회복에 스스로 놀라하면서 대견스럽게 서로를 쳐다보기도 했다. 아이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치유에 들어갔다. 다시금 신혼이 이 가정에 스며들었고 자녀도 놀랍게 회복되어 갔다 물론 완벽한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못했지만 우선 불안 증세부터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사례를 보면서 다시금 부모의 책임을 생각하게 된다. 부모가 자신들의 책임과 사명을 다하지 못할 때 그들의 자녀는 어둠 속을 방황하게 된다. 그것도 평생동안 말이다. 자신들의 잘못이 왜 자녀에게 이렇게 아픈 일상으로 남아야만 하는가? 부모들이여! 내 자신을 돌아보자. 자녀는 부모가 뿌린 씨의 열매이다. 내가 뿌린 그대로 열매맺도록 되어 있다. 나는 지금 어떤 씨를 뿌리고 있는가? 심판 날에 심문을 받게 될 중요한 요소임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추부길/목사로 한국가정사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