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클리닉] 5-3=2, 2+2=4 추부길 갑자기 “무슨 더하기, 빼기인가”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너무나도 간단한 이 수식에 참으로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 풀이하자면 이렇다. “오해할 때 세 발만 물러서면 이해가 된다. 그리고 이해와 이해가 만나면 사랑이 된다”. 부부간에는 많은 갈등이 찾아온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부모와 자식간에도 갈등이 있고, 한 핏줄을 이은 형제 자매간에도 갈등이 있는데,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끼리 갈등이 어찌 없을 수 있으랴! 문제는 많은 갈등들이 사소한 오해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잘 알지 못해서 생겨나는 오해, 말을 잘 알아듣질 못해서 생겨나는 오해, 잘못 이해해서 생겨나는 오해 등등…. 부부간에는 오해가 끊임없이 찾아오고 그 오해들은 부부간에 막힌 담을 만드는 도구로, 포도원을 허무는 여우같이 찾아드는 것이다. 그럴 때 한 발짝만 물러나서 상대방을 배려해 준다면, 한 발짝으로 안되면 기왕 쓰는 바에 두발 더 써서 세 발짝만 물러서서 상대방을 쳐다본다면 이해되지 않을 것들이 무어 있겠는가? 오해는 오해를 낳고 그 오해는 막힌 담을 낳는다. 또, 그 막힌 담들은 정서적 이혼으로 들어가는 계기가 된다. 저녁마다 늦게 들어오는 남편이 있었다. 얼마 전만 해도 퇴근 시간에 맞춰서 정확하게 들어 왔던 남편의 귀가가 갑자기 늦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왜 늦게 들어오냐”고 물어봐도 묵묵부답인 이 남편을 아내는 오해하기 시작했다. 집에만 들어오면 피곤하다면서 그냥 쓰러지는 남편을 아내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분명히 다른 여자가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신, 여자 생겼어?”라고 묻기라도 하면 남편은 “쓸데없는 소리하지마!”하고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그러니 더욱 더 의심할 수밖에…. 그렇다고 월급에 손을 댄 것 같지는 않아서 참고는 살고 있었지만 오해는 계속 오해를 또 낳다 보니 이 아내는 남편하고 잠자리하는 것조차 싫어지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꼴 보기 싫어지니 남편이 옆에 오는 것도 미웠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직장 동료들이 예고도 없이 집으로 들이 닥쳤다. 당연히 남편이 앞장서서 왔으리라 생각했는데… 말도 없이 집으로 들이닥친 남편 동료들을 보면서 반갑게 맞이하기는 했지만 어쩐지 동료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제수씨, 형수님”하면서 제법 떠들었을 텐데 그날 따라 조용히 와서 “김대리, 어디 갔어요?”라고 묻는 것이었다. 아내는 “왜 그걸 저한테 물어 보세요?”라고 반문하면서 “오늘 회사에서 못 만나셨어요?”라고 물었다. 그때서야 상황을 눈치챈 동료들이 “그럼 아직 모르고 계셨어요?”라고 말하면서 남편이 얼마 전 회사 구조 조정 때 밀려나서 지금 어디선가 힘든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도대체 통화도 안 되고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라서 이렇게 찾아왔다는 것이다. 날 벼락같은 소리에 정신을 가까스로 차린 아내는 “그럼 우리 남편이 회사를 그만 두었단 말이에요? 언제 그랬어요? 왜 그랬대요?…” 아내는 쉬지 않고 물어댔다. 자초지종을 다 들은 아내는 청천 벽력같은 소식에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왜 회사 그만 두었다는 이야기를 안 했단 말인가? 아내인 나에게 말 못할게 뭐가 있어서… 그렇다면 그동안 남편은 어디 가서 시간을 보냈단 말인가? 달마다 가져다주었던 월급은 과연 어디서 나온 돈이란 말인가? 남편이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직장동료들은 이 아내를 위로한 뒤 가져왔던 선물을 주고 다시 돌아갔다. 텅 빈 집안. 아내는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눈물밖에 나오질 않았다. 남편이 한없이 미웠다. 그러면서도 갑자기 측은해 지는 남편. 남편 얼굴을 보면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까? 괜히 두근거리는 가슴… 이런 저런 생각에 1시간 여를 보냈을 때 남편이 여느 때와 같이 피곤한 몸으로 대문을 열고 들어섰다. 지쳐서 들어오는 남편에게 달려간 아내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한없이 흐느껴 울었다. 무슨 말을 묻지도 않았다. 그냥 울기만 한 것이다. 그러다가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왜?”라고 울부짖는 아내를 보면서 사태를 짐작한 남편은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여보, 조용히 해. 애들 눈치채지 않게… 내가 직장을 잃었다고 그러면 아이들이 기죽을 거야. 우선 우리 아이들이 기죽어선 안돼! 그리고 지금 나, 새 직장 얻었어! 실직자도 아니야. 괜찮아, 그만 울어! 내가 당신 굶길 것 같아?” 오해는 오해를 낳는다. ‘왜 저럴까?’라는 생각이 들 때 ‘뭔가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한번 이해해 주려고 하면 관계는 나빠지지 않는다. 부부뿐만이 아니라 인간 관계에서 우리는 이러한 경우를 많이 만나게 된다. 내가 조금만 양보하고, 그냥 손해본 듯이 살다보면 그것이 결국은 ‘남는 장사(?)’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필자만 해도 그렇다. 완벽주의적 삶을 살았던 시절, 모든 것이 불만이고 육신은 육신대로 피곤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한 꺼풀 접고 나니까 그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사는데 지장 없으면 그냥 넘어가자’는 생각도 그후에 나의 삶에 배어든 것이다. ‘자유함’이라는 것이 바로 양보와 이해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고 대충대충 살자는 것은 아니다. 내 욕심대로, 내 뜻대로 이 세상을 살아가지는 말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상대방의 생각이 옳을 때도 많고, 꼭 그렇게까지 지적하지 않아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접어두는 것도 인간관계를 위해 좋은 것 아니겠는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해’는 또 다른 ‘이해’를 낳는다. 그 ‘이해’가 상대방의 ‘이해’를 만나면 그곳에서부터 ‘사랑’이 싹트게 된다. 다시 말해서 ‘이해’가 ‘관계를 형성하는 밑거름’이 되어 ‘사랑’을 꽃피우게 된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지’라고 이해하고, ‘얼마나 아버지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았으면… ’하면서 남편의 돌출행동을 가슴에 다 받아준다면… . ‘그래, 피곤하니까 저러겠지’, ‘학교에서 시험을 못 봤으니 얼마나 속이 터지겠어? 부모인 나보다도 자신이 더 가슴 아프겠지…’하면서 넘어가 주기만 한다면… . ‘그래, 얼마나 급하면 저렇게 갑자기 끼어들 정도로 운전할까?’, ‘저 사람, 가슴속에 얼마나 분노가 꽉 차있으면 저런 행동을 하겠어. 불쌍히 여겨 줘!’ 이런 이해가 가득하다면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까? 5-3=2, 2+2=4. 이 산수 공식이 온 세상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나라가 왜 이꼴일까?’라는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 나라에 ‘5-3=2, 2+2=4’라는 공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이 세상이 그렇게 삭막하지는 않을 거라는 위안도 해보게 된다. 먼저 우리의 가정에서부터, 그리고 내가 속한 교회와 직장에서부터 이 공식을 생활화 해 보자. 그것이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는 삶이 될 것이다. (추부길/한국가정사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