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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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23)
knyoon
2025-01-17
46. 종달새의 지각(知覺)
종달새가 수수밭에 새끼를 두었는데, 날개가 나기 전에 일꾼들이 와서 수수를 베러 올까 염려하여 막을 것을 구하려 나갈 때마다 새끼들에게 당부하여 밭 임자가 오거든 무슨 말 하나 자세히 들어두라 하고 나갔다. 하루는 어미가 집에 돌아온 즉 새끼들이 무서워 벌벌 떨며, “어머니, 어머니, 큰일 났소. 아까 밭 임자가 그 아들더러 내일은 동네사람들을 청하여 수수를 베이라고 하니, 오늘 밤이라도 곧 이사합시다” 하거늘, 어미새가 웃으며, “걱정 말고 잠이나 자거라. 동네사람을 청하려면 내일은 일 못한다” 하고, 그 이튿날 어미새가 또 여전히 나갔더니, 밭 임자가 일찍이 밭에 와서 동네 사람을 기다려도 오지 않더라.
그가 아들더러 말하기를, “이것 보아라. 동네사람이라고 믿을 수 있느냐. 내일은 우리 일가 사람들을 좀 청하여 일 좀 하여 달라고 하자” 하고 가거늘, 저녁에 새새끼들이 그 어미를 보고 밭 임자가 하던 말을 다하고 밤으로 떠나자고 조르자, 어미새가 태연히 저녁을 먹으며 하는 말이, “일가도 쓸데 없느니라. 아무 염려 말고 내일 또 밭 임자의 말이나 잘 들어두어라”하고, 그 이튿날 또 벌이 하러 나갔더니 밭 임자 부자가 와서 종일 기다려도 일가사람 하나도 오지 않는지라.
밭 임자가 분하여 아들더러 이르되, “동네 친구도 쓸데없고 일가 사람도 믿을 수 없으니 내일은 낫 둘만 잘 갈아가지고 나하고 너하고 둘이 이 수수를 베여버리자” 하거늘, 어미새가 돌아와 그 말을 듣고, “어린 것들아, 인제 우리가 이 밭을 떠나야 살겠구나. 누구든지 제 일을 제가 하려 들면 다 되나니라” 하고, 다음날 날이 밝자 일찍이 다른 밭으로 이사하였더니, 과연 그날 밭 임자 부자가 수수를 다 베이더라. 네 일을 잘 하려면 네가 하고, 잘 못하겠거든 그때 남을 시켜라.
엮은이의 글
“스스로 돕는 자는 하늘이 돕는다”는 격언이다.
“과학기술 발전에 보통사람들이 관심 가져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여 볼 수 있지만, 우선 인간에게 공통된 몇 가지 욕구와 연결하여 생각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사람이 먹고 입고 자고 등 최소한의 생존 단계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예술, 문학, 과학 등을 통한 미의 추구와 고급도구의 사용에 의한 생활수준의 향상에 관심을 갖게 되는 단계가 온다. 그 중에도 과학과 같이 우주와 인간의 본질을 규명하거나 기술과 같이 끊임없이 새로운 도구를 창출하는 분야에서 남에게 뒤지기 싫어하는 것은 문명인의 기본적 자격요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필요한 것은 우수한 두뇌, 연구시설과 지원, 합리적 사고가 존중되는 사회 환경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따라서 과학자나 기술자나 정책 입안자가 아닌 보통 사람이 과학 기술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이러한 사회 제도와 국가 정책의 형성에 영향을 주고 장기적으로 합리적 사고를 존중하는 사회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윤창구 수필집[뱀의 발] p.134)
윤치호 일기
“애국심만 있으면 흉악범들도 면제된다는 잘못된 사조가 있다. 경제, 도덕적 독립과 자기신뢰가 없으면 정치적 독립은 쓸모 없을 것이다.
조선사람들은 애국심이 수많은 범죄의 면죄부라도 되는 듯이 생각하고 행동한다. 결국 모든 애국심은 확대된 이기심이다. 다른 덕목들처럼 애국심이란 것도 오용될 수 있다. 애국심의 목적이나 정수라 할 수 있는, 국민의 참된 행복을 깨뜨릴 수도 있다. 조선인에게는 단순한 정치적 독립보다는 경제적 도덕적 독립과 자기 신뢰가 훨씬 더 중요하다. 경제적 도덕적 독립과 자기 신뢰가 없다면, 정치적 독립은 사실상 쓸모 없을 것이다.”- 1920년4월9일
47. 여우와 신 포도
하루는 여우가 길을 가다가 배가 고프던 차에 포도넝쿨에 포도송이가 높은 데에 늘어진 것을 보고 먹으려고 뛰어도 키가 자라지 않는지라. 할 수 없어 돌아가며 하는 말이 “못된 포도 같으니. 너같이 시고 떫은 포도를 어떤 양반이 먹겠니?” 하더라.
엮은이의 글
자신의 손이나 능력이 닿지 않는 것이 자신의 능력 없음인 데도 경시하는 사람이 많다. 자신이 쟁취할 수 없는 것을 다른 핑계를 대며 경멸하는 척한다.
“합리적 사고가 존중되는 환경을: 과학자를 인정해 주지 않고 기업에서 기술인을 대우하지 않는 사회풍토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모두 의사, 변호사, 사업가가 되려고만 한다고 개탄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실제로 어느 원로 화학자는 자신의 분야에서 큰 공적을 남겼는데도 아이들의 진학 때마다 과학이나 공학을 하지 말고 언제고 독립 개업할 수 있는 의사가 되라고 권고하는 것을 보았다. 이 분이 반드시 예외적인 경우는 아니라 생각한다.
과학기술이 예술이나 문학과 달리 보통 사람들에 중요한 한 가지 이유를 들라면 사회, 경제, 군사면에서 우리의 생활에 미칠 수 있는 그것의 영향이 너무나도 큰 점이라고 하겠다.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 중에 과학과 기술을 떠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이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직접 기여하지 못해도 그러한 발전이 가져오는 여러 가지 문제, 공해나 핵 전쟁위기 등의 윤곽을 이해하고 비판 능력을 갖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의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보통 사람이 기여할 수 있는 길은; 단기적으로는 과학 기술이 사회적 우선 순위를 바르게 설정하고 실현하는 제도와 정책을 세우는데 영향력을 행사는 것. 장기적으로는 합리적인 사고를 존중하는 사회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의 개화운동이 지향해 온 바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윤창구 수필집[뱀의 발p.136];
윤치호일기
“백성들은 러시아-일본 간의 비밀조약에 대해 제각기 분분한 의견을 내며 흥분해 있다 조선의 문제는 일본이나 러시아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조선 정부 안에 있다.”-1897년3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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