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펜클럽본부회원, 한국번역문학가협회 회원 / <눈물의 아들 어거스틴>, <윤치호 영문일기> 번역 외에 <좌옹 윤치호 평전> 2018년에 편저 간행
죠반니노 과레스끼의 <23인 클럽>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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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읽는 풍운아 윤치호의 <우순소리>(22)
knyoon
2025-01-09
45. 제비의 충고
제비가 세계 유람을 널리 하여 지식이 출중한지라. 하루는 농부가 노끈 꼬는 삼씨를 심는 것을 보고 생각해보니, 그 삼이 자라면 노끈이 되어 그물을 떠서 들에 있는 새들이 많이 잡힐 터이라. 제비가 그 동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여러 새들을 모아놓고 연설하되, “저 삼이 자라면 우리 동포에게 큰 해가 될 터이니, 우리 가서 삼씨를 낱낱이 다 집어먹어 후환을 없이하자.” 하고, 지성으로 권하자, 여러 새들이 웃으며 혹은 말하되, “맛 없는 삼씨 먹느니 다른 곡식을 먹지.”하고, 혹은, “아무리 하기로 나야 잡힐까?”하고, 혹은, “오활한(迂闊: 실정에 어두운) 소리 마라. 그런 짓 않고도 우리는 사천 년이나 잘 살았다.”하고, 혹은, “애고, 나는 늙었으니 설마 내 생전에야 어떻겠나?” 하고 제비 말을 듣지 않더니 미구에 삼씨가 자라서 싹이 파릇파릇 나는지라. 제비가 다시 새들에게 연설하여, “아직도 늦지 않으니, 어린 싹을 모두 먹어버리자” 하되, 새들이 듣지 않고 도리어 제비더러 ‘미쳤다.’ 하며, ‘물정을 모른다.’하며, ‘역적을 모의한다.’하며, 몽둥이로 때려 쫓아서 새 종중에 들지 못하게 하였더니 몇 달 후에 그 삼이 무성하매 농부가 거두어 껍질을 벗겨 노끈을 꼬아 새그물을 떠서 새를 수없이 잡아 없이하니, 그제야 새들이 제비의 충고를 생각하고 듣지 아니한 일을 후회하더라.
후회도 않는 사람 보다는 낫다.
엮은이의 글
윤치호가 청년들을 교육시켜도 알아듣지 못한 경우와 정부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다가 결국 을사늑약에 이른 일 등을 빗댄 우화이다.
악의 씨앗을 파괴하지 않으면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교훈.
‘넒은 들에 익은 곡식’(마태복음9:37)도 제때 창고에 거둬들여야 추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윤치호 일기
“송도는 남감리교 감독교회를 위한 본부 내지 동력원이 되어야 하고 감리교 감독 선교단에 전념해야 한다. 남감리교선교단의 모든 길은 송도로 향해야 한다. 이 도시는 조선에서의 전략적 거점이고 전망이 밝다. 게다가 송도는 다른 선교단의 암묵적 동의를 통해 남감리교선교단에 주어진 도시다. 만약 남감리교 감독 선교단이 분산 정책을 통해 시간과 힘을 차츰차츰 까먹으면서 송도 사업의 인력과 시설이 부족하게 만든다면, 선교단은 자신은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남들이 쓰지 못하게 만드는 심술쟁이 노릇을 하는 셈이 될 것이다.
실업 교육은 선교단이 수행해야 할 유일한 교육이다. 문예 교육도 그 자체로는 좋지만, 선교단은 문예 교육을 할 수 있는 자금도 없고 이에 대한 지지층도 없다. 조선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들에게 근로의 고귀함을 가르치는 것이다. 작업도구를 조작하고 잘 다룰 줄 아는 조선의 청년이 세익스피어나 스펜서를 인용할 줄 아는 청년보다 더 바람직한 시민이다.”-1902년10월31일
“스티븐스 씨에게,-- 외부대신 서리 임무를 맡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원래의 외부대신과 협판에게 부여했던 임무가 더 이상 수행할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2. 나 자신이 굴욕감을 이길 수 없으며, 우리 동포들에게도 미움을 받는 일입니다.
전에 말씀 드린 대로, 조선사람이라면 아무도 이 조약에 서명 하지 않습니다. 만일 그 조약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일본은 그 노예 문서 같은 계약서에 도장 찍는 조선사람이 아니고는 성과를 거둘 수도 없고 거두지도 못할 것입니다.
3. 왜냐하면, 모멸감에 찬 내 동포들 앞에 나를 드러낼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조선사람이라면 황제의 말씀을 제쳐 놓고 일본이 약속 하는 것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는 일본이 자칭 보호국으로서 조선사람들을 공평하고 정의롭고 관대한 국가라고 주장하는 것을 다른 누구보다도 믿지 않습니다. 부정부패가 온나라를 뒤덮고 있습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개개인이 자신의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본은 전쟁을 벌이고, 조선은 파멸에 이르고, 따라서 이들은 완전히 권력의 수중에 들게 될 겁니다.
우리의 구원자이며 보호자인 일본은 틀림없이 현명한 자의 눈을 멀게 하는 그럴 듯한 규정을 제정할 것이 틀림 없을 테니까요! 이러한 무리 속에서 내가 무엇을 선택할 것이라고 기대 합니까?. 중략…
‘나는 우리 황제께서 통치 기반을 깨끗이 마련해놓고 진정한 개혁을 하시지 않는 한, 어떤 직책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어제 당신이 보낸 다정한 편지를 받고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당신은 편지에서 내가 우울한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더군요. 나도 민영환처럼 마왕과 악마들이 있는 이 지옥을, 마왕의 보호자들과 그 보호자들의 범죄자들이 들끓는 이 지옥을, 이중의 압제와 이중의 무정부 상태에 있는 이 지옥을 떠날 용기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나를 철저한 비관주의자라고 지적한 첫 번째 사람은 아닙니다. 실(Sill) 공사, 웨베르(Waeber) 공사, 그리고 다른 이들도 그렇게 말했고, 모든 일이 종국에는 잘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조선에서는 그들의 낙관적인 예견보다는 나의 비관적인 예감이 더욱 현실에 가까왔습니다. 당신의 낙관주의는 더 나은 운명을 가져오게 되길 바랍니다.
내 행동이 당신을 혼란스럽게 만듭니까? 나는 러시아가 조선의 개혁을 도와주리라고 생각했을 때에는 러시아 편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속았다는 걸 알고, 비록 친러가 출세와 부를 의미했을지라도 즉시 러시아에 등을 돌렸습니다. 나는 조선을 지지하는 정도, 딱 그 정도만 일본을 지지합니다. 일본에 대한 내 신념이 식는다면, 그 이유는, 누군가 일본이 관음보살이라고 믿게 만든다 해도, 일본은 자비와 고귀함으로 가득한 관음보살이 아니라 사람들을 제물로 요구하는 나쁜 신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와 일본을 혐오하면서 그들을 거부하도록 만드는 이런 신념 때문에, 나는 조선이 겪는 고통과 치욕을 만든 작자가 이제 이른바 독립이라는 것을 회복하기 위해 꾸미고 있을지도 모르는 유치하고 은밀한 음모에 동참하거나 그 음모를 인정조차 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나는 천박한 선동가들과 관련된 적이 없습니다. 나는 조선인들이 자신이 짊어지게 된 상황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그 상황을 이용해야만 한다고 믿습니다. 나는 현재 구상하고 있는 내각에 참여하기보다는 개인적인 능력을 통해 우리나라에 더 잘 기여할 수 있습니다. 도적떼 가운데 하나인 이윤용이 평리원 재판장에 임명되었습니다. 이 썩어빠진 인간에 견주면 이용익은 신사이고 학자입니다. 이런 것이 우리 보호자가 불쌍한 야만인인 우리를 구제하려고 채택한 새로운 계획의 일부란 말입니까?
이렇게 조선에서 보이는 일본인의 성격에 당신과 내가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해도, 당신에 대한 우정에는 변함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1905.12.12. 스티븐스 고문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우리 황제께서 통치 기반을 깨끗이 마련해놓고 진정한 개혁을 하시지 않는 한, 어떤 직책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심했다.”- 1905년12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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