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엔 권정순 詩 ※○ 가을엔 햇살이 호랑이 옷을 날름날름 벗기고 빡빡 빨아 가나 보다. 산 골 골마다 핏물 넘쳐흐르고 산 산마다 호랑이 옷 널브러져 가는 걸 보면 산 밑 허름한 집 담장까지 부잣집 앞마당까지 고루고루 핏물 스며들며 호랑이 옷 날아들게 하는 걸 보면 호랑이 애잔히 앓는 소리 울음소리 뒤섞여 푸릇한 창공 당겨 내리는 걸 보면 가을엔 햇살이 호랑이 지쳐 잠들 때까지 빠득빠득 핏물 짜 내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