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량 海 月 정선규 어느 날 온 몸 스쳐 지나는 바람이 초콜릿 없는 빈 상자 하나 골목어귀 가로등 아래 버린 채 봄으로 불려갔다 누가 다 먹었을까? 흔들어도 소리가 없을 만큼 꽉 들어차 있었을 텐데 삶도 그러하리라 세월로 먹을 것이다 다 먹은 초콜릿 대하듯 세월속 팔십평생 마음에 들었다 안들었다 기쁨은 팽챙되어 늘어나고 슬픔은 가라앉아 줄고 더는 커질 수 없을 만큼 늘어나 쳐진다 고생도 삶의 크기만큼 담아 오리니 평생을 범하지 못해 살만큼 다 살면 비워지리니 초콜릿없는 빈 상자가 그렇듯 속없이 부지런히 사는 것만이 덜 산 삶만큼 비우는 고생으로 이루리라 2009.2.22.11:06 程善奎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