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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집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가사도우미 아줌마가...
2달 정도 전부터 엄마가 일을 다니시지만, 어디로 다니는지 아무것도 몰라
물어봐도 엄만 말도 안 해주고 그냥 말 돌리고 그러셨어.
우리엄마가 나쁜 일 할 사람도 아니고, "그냥 그렇구나." 하고 말았었어..
내가 나 때문이냐고 물어봐도 엄마는 집에서 놀면 뭐하냐고
조금이라도 벌어서 엄마 용돈 쓰려고 한다고 그러셨었지..
나는 정말 그런가? 하고 바보같이 넘어 갔었어..
그리고 오늘 방학해 친구집에 놀러가기로 했는데, 친구 집이 우리학교에서
버스를 2번이나 갈아타고 가 거의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야.
애들이랑 한 5명정도 친구집에 가서 영화도 보고 맛있는 거도 먹기로 했어.
이때까지는 진짜 즐거웠어.
첫번째 버스 탔을 때 애들이랑 방학식이라 신난다고 장난도 치고 수다를
떨면서 갔지.
그리고 버스 갈아타려고 내려서 정류장에서 기다리는데 집주인 친구가
집에 전화걸어서 아줌마 저 친구들이랑 갈거에요.
"맛있는 거 좀 해주세요" 이렇게 말하더니,
"너네 뭐 먹고 싶어?" 이러는 거야.
우리는 우물쭈물하면서 당황했었지.. 아줌마보고 음식을 해달라니까..
그러니까 얘가 그럼 나 먹고싶은 걸로 할게~ 하더니,
"떡볶이랑 주먹밥 해주세요. 과자랑 주스도 사다놔 주세요. 네 저까지
5명정도 갈 거에요."
"거실이랑 제 방도 치워주시구요"
이러고 끊는 거야.
우리는 "뭐야? 누구야?" 이러니까,
"아 우리 집에 새로 온 일하는 아줌마" ㅋㅋ 이러는 거야.
우리는 집에 아줌마 고용한다길래 너네집 좀 잘 사나보다? 이러면서
장난치면서 얘네집에 갔어.
얘네집이 아파트였는데, 되게 넓고 좋은 아파트였어..아줌마 있을만하구나.
.하고 들어가는데...
비밀번호도 있는데 친구가 벨을 누르는 거야. 집에 사람이 있으면 열어주면
되는데 내가 왜 비밀번호를 누르냐고..
그래서 그냥 얜 이런가보다 하고 들어가려는데,
"우리는 안녕하세요~" 하면서 고개숙이고 인사하고 아줌마께서는
"왔니?" 라고 말하시고,
고개를 딱 드는데 우리엄마가 서 있는 거야. 그 일한다는 아줌마가 우리
엄마였던 거야.
내 친구가 요리해 놓으라고 시키고, 청소하라고 시킨 사람이 우리 엄마였어.
그 순간 진짜 누가 망치로 내 머리를 쿵 하고 내리찧는 기분이었고, 심장도
엄청 빠르게 뛰면서 엄마만 쳐다보면서 아무말도 못하고 눈물날 것 같은 거야.
엄마도 당황해서 나 보더니 아무말도 못하시고 내 눈 피하시면서,
빨리 들어와서 떡볶이먹으라고 식겠다고 그러시는 거야.
애들은 우와~ 이러면서, 빨리먹자 배고파ㅠㅠ 이러고..
나만 혼자 가만히 서있는데,
애들이 야 뭐해 ㅋㅋㅋㅋ
이러면서 데리고 식탁에 가서 앉았는데 눈물날 것 같아서 고개 숙이고 있는데,
애들이 떡볶이 퍼주고 한 사람앞에 하나씩 주먹밥도 만들어져 있고..
엄마는 저 쪽 옆에 씽크대 옆 테이블에 서서 과일깎고 계시고..
애들은 맛있다고 먹는데, 난 못 먹겠는 거야. 평소에 나한테도 해주던 떡볶인데..
아 뭐지..어떻게 해야 되지..
엄마는 내가 아는척 안 해서 속상하려나..
우리 엄마라고 말해야 되는데.. 이런 생각하면서 눈물을 참고 있는데..
친구가 빨리 먹으라고 나한테 하나 집어 주는거야.
그거 웃으면서 집어드는데 눈물이 확 나는 거야.
애들은 당황해서 너 왜 우냐?고 갑자기 왜 그러냐고 떡볶이가 맛있어서 감동했냐고
그러는데,
아무말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울었어.
그러다가 고개들고 엄마 쳐다보니까,
엄마도 울먹거리면서 과일을 계속 깎는 거야.
근데 그때 집주인 친구가, "아줌마 휴지 좀 주시고 자리 비켜 주세요." 이러는데,
엄마가 어? 어 그래.. 이러고 휴지 찾으러 가려는데 친구한테 너무 화나는 거야.
우리 엄마한테 뭐해 달라고 자꾸 시키는 것도 화나고 당당하지 못한 나한테도 화나고,
그냥 나한테 너무 화가 나서 친구보고 됐어, 시키지마, 이러고 눈물을 닦는데,
친구가 당황해서 뭐? 이러고 있는데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방들고 엄마 쳐다 보는데,
엄마가 고개 저으면서 그냥 고개 숙이시는데 울컥하는 게 올라와서,
그대로 일어나서 가방 메고 엄마한테 가서 엄마 가자 하고, 엄마 잡았음.
엄마는 그냥 고개 숙이고 계시고,
애들은 뭐라고? 쟤 뭐라고 했어?.. ....
이러고 정적 흐르고 자기들끼리 눈짓주고받고 다들 어쩔줄 몰라하는데...
주방 한 켠에 엄마 가방이 보이길래 그거 들고 그대로 엄마보고 가자고 엄마 끌고
나오면서,
집주인 친구 보고 이 아줌마 우리 엄마야. 네가 그렇게 시녀부리듯 시키는 거 보니까...
하면서 또 눈물이 나는 거야.
어쨋든 우리엄마 여기서 일 안 해, 안 할 거야. 오늘 분위기 망쳐서 미안해.
이러고 먼저 문 열고 나옴.
엄마는 집주인 애보고 미안하다고 엄마한테 내가 연락드릴게. 친구들한테는 분위기
망쳐서 미안하다. 맛있게 먹고 놀다 가.
○○이 이해해 줄 수 있지?.. 라고 하고 나오심.
엄마랑 집에 가는 내내 한마디도 안 하고 왔어.
집에 갈 때까지 내가 먼저 앞서서 걷고 엄만 뒤에서 쫒아는데 너무 울컥 하는 거야.
내가 뭘 잘했다고 엄마가 나한테 미안해하고.
기 죽어야 하나?
내가 나쁜년인데 하는 생각에 뒤 돌아서 엄마 손 잡고 집에 옴.
그리고 집에 와서 지금까지 서로 말 한마디도 안 하고 엄마는 안방에서, 나는 내 방에서
울었어.
그리고 좀 후에 엄마가 밥 안 먹었으니까 밥 먹으라고 했는데 안 나갔어..
안 먹는다고 그러고 울다 지쳐서...
누워만 있었어..누워서 생각해 보니까 엄마는 내 학원비 보태시려고 일하시는 거였어..
내가 예체능 하는데 아빠는 반대하셔서 엄마가 좀이라도 보태려고...
맨날 예체능하겠고 아빠랑 싸워서 엄마도 중간에서 많이 힘드셨나봐. 그래서 엄마가
일하신거고,
나는 정말 나쁜 년인 게, 내가 엄마가 나때문에 일한다는 거를 무의식중에 알면서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
솔직히 아빠가 돈 내주면서 욕하고 혼나고 싸우는 거보다
엄마가 일 해서 돈 내주면 그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해서..
근데 엄마가 내 친구집에서 아줌마로 일하고 있을 줄은 몰랐지..
진짜 어떡하지. 엄마한테 너무 미안해. 다 내 욕심 때문에 엄마가 자존심을 버린거 같고..
아까 친구집에서는 너무 화도 나고 이런저런 생각도 못하고 눈에 닥치는대로 엄마만
데리고 집에 왔어.
엄마는 일부러 집에서 먼 곳에서 일한다고 하신 건데 거기가 내 친구집일지 모르셨겠지..
그리고 이거 쓰다가 친구들한테 카톡이 왔는데,
○○아, 우리 걱정하지 말고 엄마랑 잘 풀어ㅠㅠ 울지말고ㅠㅠ
우리도 너 가고 얼마 안 돼서 집에 갔어ㅠㅠ
뭐라고 해야될지 모르겠다..
○○아, 울지 말고 엄마하고 말 잘했으면 좋겠다.
너희 어머님 떡볶이 진짜 맛있어!
어머님께 전해 드려줘 ♡카톡해~
이런 식으로 카톡이 왔어..
진짜 친구들한테도 너무 고맙고..
이해해 주는 것 같아서..
근데 카톡 안 온 2명은 좀...
얘네가 소문낼까봐 무섭기도 하고...
엄마 다 이해한다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 소문날까 걱정하는 내가 한심하고,
집주인인 친구는 너한테 뭐라고 말은 해야 되는데 뭐라고 해야될지 모르겠다..
새로 오신 분이 너희 어머님일지는 생각도 못 했었어..
너도 모르고 있던 것 같고ㅠㅠ.. 진짜 아줌마 아줌마 거리면서 시킨 거는 내가 원래 있던
아줌마하고 엄마처럼 지내서..편해서 그랬던거야ㅠㅠ 오해하지 말아줘..
너한테도 미안하고 아줌마한테도 죄송하다고 전해줘..
엄마한테도 내가 잘 말씀드릴 게.. 엄마한테 뭐라고 하지말고 말로 잘 풀어!
절대 싸우고 그러지말고ㅠㅠ
진짜 뭐라고 해줘야될지 모르겠어..
그냥 사랑해♡
난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너가 상처 안 받았으면 좋겠다ㅠㅠ 진심이야!
이렇게 카톡이 왔음.
그래서 더 엉엉 울었어..
친구들 생각도 못하고 내 생각만 해서 친구들이 기분나빴으면 어땠을까?
친구들끼리 모여서 내 얘기하고 나 쌩까면 어떡하나, 이제 방학인데 진짜 난 왕따겠구나 싶고...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면서 계속 울었는데 저렇게 카톡이 먼저 와서 그래도 안심이 돼..
그리고 이거 쓰다가 엄마한테 또 문자가 왔는데,
딸, 일 하러간 엄마를 친구집에서 보고 당황했겠다 그치?
엄마는 너가 속상해 할까 봐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들통나 버렸어. 세상엔 비밀이 없다는데, 진짜로 그렇네.
엄마가 본의 아니게 속여서 미안하고, 친구들하고 곤란하게 만들었을까봐, 걱정이된다.
그래도 엄마는 딸한테 고마워.
친구들 앞에서 엄마를 창피해 할까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는데,
거기서 너가 엄마라고 불러줘서 정말 고마웠어.
집에 오는 길에 너가 엄마손을 잡아줘서 엄마는 우리 딸이 다 컸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더라.
그래도 너가 울면 엄마 속은 뭉개져.
엄마는 너가 잘 되면 좋겠고, 너가 원하는 걸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너를 위해서 일을 한
건데, 그게 널 이렇게 속상하게 할 줄을 몰랐어.
엄마가 다 미안하고 고마워.
저녁땐 나와서 같이 밥 먹자 사랑해.
이렇게 여러번 문자가 끊겨서 왔어..
괜히 더 눈물난다 이거 다 쓰고 엄마 안아주러 갈거야..
진짜 오늘처럼 많이 운 적은 없던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는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얘들아, 엄마한테 잘하자,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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