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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메시지(5)?
young2017

 

 

 

(지난 호에 이어)
"아- 아저씨 참 반갑습니다. 이렇게 만나 뵙다니 참 반갑습니다. 그런데, 아저씨 어디 가시는 거예요?" 아저씨의 인사말을 듣기도 전에 비둘기는 묻고 있었다.


아저씨는 하려던 인사말을 접고서, "저기 저 섬에 가는 중이지. 바다사자가 전보를 쳐 왔어. 지금 큰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하던데. 그래서 전보 받자 마자 그쪽 섬을 향해 귀를 기울이며 주시 해 보았더니, 굉장히 많은 날치 떼와 굉장히 많은 상어 떼와 그리고 굉장히 많은 고래 떼가 뒤범벅이 되어 어우러져 있단 말이야. 그래서 뭔 일이 일어난 것 같아서, 그게 뭔지 궁금해서 가는 중이야." 


비둘기와 여우가 사공 아저씨의 말을 들으며 한가지 궁금증이 풀렸다. 여느 때 같으면 그 섬을 둘러싸고 있는 때맞지 않은 안개 같은 그것 몹시 궁금하였겠지만, 지금처럼 곤경에 처한 때라 궁금해 하지 않던 것은 시야로 봐서 불분명하지만 그것은 수 많은 날치들의 낢이 물보라와 함께 날치니 안개처럼 보이기도 하는구나 하고 이해가 되는 것이다. 


비둘기가 다른 때 같으면 아저씨와 수다를 떨고 싶었을 것이나, 여우의 눈빛이 그것을 저지하고 있었다. 비둘기는 그것을 금방 알아차리고, 제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비둘기는 직감적으로 바다사자를 만나면 뭔가 좋은 수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드는지, "아저씨 저희도 저 섬에 가야 하는데, 누군가 건네다 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어요." 하고 비둘기가 말하는 것이었다. 


비둘기의 그 말을 듣고 여우는 조금 안정이 되는 듯했다. 여우 생각에도 바다사자를 만나면 뭔가 메세지 찾을 방법이 나올 것도 같았다. 


아저씨가, "그래. 그럼 내가 태워다 주지." 하고 말하는 것이다. 비둘기가 포르르 날아 아저씨 왼쪽 어깨 위에 앉으며 아저씨 수염에 대고 뽀뽀를 마구 해댄다. 귀엽고 예쁜 비둘기가 뽀뽀해주니 아저씨는 기분이 좋아, 벌써 배로 뛰어 올라서 그들을 쳐다보는, 여우의 머리를 다정다감하게 쓰다듬어 주시는 것이다. 


가끔 낚시에 나가 달빛을 가득 싣고 빈 배로 돌아오는 아저씨가 오늘은 그 배에 비둘기와 여우를 태우고 그 섬으로 가는 것이다. 고요히 내리는 햇빛에 침묵하는 바다가 그들을 말없이 영접하는 그런 날에. 


순풍에 돛을 달고 가듯이 막 바람에 밀려 나아가는데, 저만치에서 원숭이가 일엽편주를 타고 역시 바람에 미끄러지면서 어딘가를 가고 있는 것이다. 

 

아저씨가 미소 지으며 원숭이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너 홀로 외롭게 어디를 가느냐?" 아저씨가 원숭이에게 물었다. 아저씨는 전생의 진묵대사 였다. 


이상한 광경이다. 원숭이가 홀로, 그것도 바다에서 일엽편주를 타고 마치 방향을 잃기라도 한 것같이 떠가는 모습이. 원숭이가 정신을 차린 듯이 두 팔로 노저어 가며 우리 쪽으로 오고 있다. 그러나 수척한 그의 얼굴에는 장난기나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이 마음이 지쳐있다. 여우는 그와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는 자신의 마음을 보고 있다. 


원숭이들의 숲이 점점 죽어가는 요즈음, 많은 원숭이들이 원숭이 자립구역으로 이주를 하였다. 말이 자립이지, 그들이 자립적으로 살아온 터전이 죽어가니 인간들이 제공하여준 공원이다. 즉 인간들에게 자신들이 그 공원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쳐다보게 내버려주며 사는 것이 보호구역에서 원숭이들이 사는 모습이다. 


이제 인간들이 제공하는 씨 없는 포도나 씨 없는 수박을 먹으며 원숭이들의 자연적 삶이 제한되어 가는 것이다. 그리 살다 보니 전에는 풀쩍풀쩍 날듯이 뛰어 건너던 나무와 나무 사이를 그냥 처다만 볼뿐이다. 


이제 나무 타는 원숭이보다 나무 타는 원숭이를 바라보는 원숭이들이 더 많아진 것이다. 유전자 조작 식품(genetically modified food)개발로 더 크고 더 많이 과일이나 채소나 곡식을 가질 수 있지만, 겉만이 비슷할 뿐 내용이 다른 것이다. 


아주 오랜 시간을 경과하며 사계절의 순환 속에서 그들 자신의 리듬에 맞게 진화되어가며 나고 자라는 식물이 하루아침에 유전자 조작으로 인하여 그들 자신도 의식할 수 없는 리듬의 진행상태로 자라가는 것이다. 


이에 그들 식물의 몸 속에서는 갈등과 모순이 함께 자라며 이것을 음식으로 먹고 사는 원숭이들의 몸에서 전과 다른 것이 원숭이들의 행동에 자신들도 모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을 먹는 원숭이들이 머지 않아 아마도 직립 보행이나 할 것인지, 혹은 원숭이들도 불에 음식을 요리해먹고 살며 뇌가 커져 영리해지면 인간 자립지역을 만들어 줄 수도 있을지 모를 것이다. 여우가 원숭이를 보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여우에게 떠오르는 생각을 비둘기가 보고, 그리고 비둘기가 보는 생각을 아저씨가 보는 것이다. 이런 진행상태를 원숭이는 알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이 원숭이는 자기도 감 잡을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한 그리움에 젖어 홀로 살고 싶어서 고도의 섬으로 탈출하고 싶어서 노 저어 가는 것이다. 


아저씨가 원숭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측은하기 짝이 없어 하시는 것을 비둘기가 보고 있다. 비둘기가 아저씨의 마음을 보고 있는 것을 여우가 보고 있다. 그리고 여우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을 보고 있다. 그러면서 지금 자신과 비둘기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본다. 


그러니까, 옥황상제님의 메세지 내용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그 내용일만한 것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아저씨를 만나고 그리고 원숭이를 만난 것이다. 바다사자를 만나기도 전에 원숭이를 만났는데, 옥황상제님께서 뭔가를 전하려고 뜬금없이 원숭이를 내 앞에 보이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비둘기에게 뜬금없이 아저씨의 전생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야기는 이렇다. 아저씨가 전생에서 어린 소년이었을 적에, 개구리를 여러 마리 잡아서 꿰미에 꿰어서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물가에 자라들이 놀기에 그 개구리 꿰미를 물가에 꽂아두고, 자라들과 재미에 빠져 놀다가 개구리 꿰미를 잊어버리고 집에 와 버렸다. 


그리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와서 그 소년은 또 개구리 잡으러 그곳에 갔다. 그 봄에 소년은 그곳에서 작년에 자신이 잊어버리고 가버린 꿰미에 꿰어진, 그 개구리들이 지금도 살아서 움직이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 개구리들이 여태껏 살아 있다니!' '북풍한설의 추위에도 얼어 죽지 않고 살아있다니', 충격을 받은 소년은 즉각 개구리들을 꿰미에서 빼어 풀어 주었다. 


개구리들이 한 마리 한 마리 물에 뛰어드는 모습과 퐁당퐁당 뛰어드는 소리를 들으며 어떤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무엇인가, 저렇게 아파하지도 않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사라지는 모습은? 


비둘기가 아저씨가 전생에 겪은 이 사건을 이미지로 재현해 보고 있는데 갑자기 섬광처럼 머릿속을, 그리고 가슴속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뭔가를 느끼고 있어서, 고개 들고 여우의 얼굴을 쳐다보니 그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공 아저씨의 얼굴을 바라보니 역시 아저씨께서도 그런 뭔가를 경험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인연으로 인한 현상인지는 모르지만 비둘기와 여우와 아저씨는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때 뭔가 뜻을 같이하는 그런 무엇에 제한된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는 것이다. 


옥황상제님께서만이 이들의 이런 현상을 알고 계시는 것이다. 하여간에 서로 각자가 그 섬광의 흐름을 마음의 눈으로 추적하며 따라가보니 임금님이 계시는 궁전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애써 마음을 가다듬어 바라보니 섬광의 맨 끝자락에 중전께서 쓰러지는 임금을 끌어안고 임금님께서 잃어가시는 정신을 부여잡으러 애쓰시는 것이다. 저쪽 빛이 내리는 복도 끝에는 시퍼런 칼끝에 떨어지는 붉은 핏방울 자국들을 그 침입자의 검은 도포자락 끝에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막 임금님께서는 뭔가를 중전에게 말씀 하시려다 끝내 말하지 못하고 말았다. 임금님의 몸에서 기운이 빠져 나가고 있는 것을 느끼며 중전은 임금님을 소리쳐 부르나, 임금님은 대답으로 그의 팔을 힘없이 떨어뜨리는 것이다. 임금님께서 죽은 것이다. 


이 찰나에 저 바다에서는 고래가 상어를 토해내고, 상어가 날치를 토해내고, 날치가 그의 뱃속에 있는 옥황상제님이 임금님께 전하는 메세지를 토해낸 것이다. 즉 메세지를 받을 이가 죽었으니 그 메세지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날치가 메세지를 토해내자, 물위에 떠서 세 바퀴를 천천히 우측으로 돌더니 잠시 멈춰서 있다가 이젠 왼쪽으로 세 바퀴 돌고 나서 서서히 일어서더니 하얀 연기처럼 어떤 기운이 감돌더니 하늘로 서서히 올라가는 것이다. 


그 메세지를 토해낸 날치와 함께 주위에서 헤엄치며 서성이던 날치들과 상어들과 고래들이 그 메세지가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비둘기와 여우와 아저씨가 날치와 상어와 고래가 사라지는 메세지를 바라보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때, 비둘기에게 한 의문이 번개처럼 스쳐가고 있는 것이다. '대중들도 옥황상제님께서 내리신 저 메세지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이 순간 알고 있을 수 있을까?' 


이 메세지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이들이 일부러 임금님을 시해한 것일까? 왜냐하면 그 메세지의 내용이 무엇이든 그 메세지가 공표되는 날에는 자기들이 계획한 사업이...
 소설은 독자 여러분의 일상에서 계속!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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