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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의 변
yeodongwon

 
 
 
나는 자타가 인정하는 짠돌이다. 그래서 집에서는 Cheap Daddy(짠돌이 아빠)로 통한다. 벌이와 씀씀이라는 주머니 경제학에서 지출에 인색하다 해서 붙인 별명인데, 함에도 당연한 듯 부끄러움 없이 받아들이고 있으니 이 또한 짠돌이답다 할까? 


1불을 벌어 1불1전을 썼다면 1전 적자이고 99전을 썼다면 1전 흑자인데, 여기서 1전 적자와 1전 흑자 사이는 겨우 2전 이지만 적자인생과 흑자인생이라는 차이는 단순 산술적 숫자 의미를 넘은 삶의 방향이라는 질적 문제로 확대된다.


적자는 뒤로 가고 흑자는 앞으로 간다는 빼기(-)와 보태기(+)의 차이, 이는 작음과 큼의 차이가 아니라 부정(否定)과 긍정(肯定)의 차이다. 부산서 출발하여 한 발짝씩 서울로 향하면 언젠가는 서울에 닿을 것이나, 한 발짝씩 뒷걸음치면 얼마 안가 영도다리 밑으로 빠져버리고 만다.


이 따위 좀스러운 계산이나 하고있는 내가 워낙 벌이가 시원찮아서 겠지만, 그래도 적자 인생을 면해 보려는 안간힘이랄 수 있다.


그랬다. 나는 언제나 내 능력의 과소비를 겁내며 살았다. 어쩌다 아는 체, 있는 체 실력 이상을 과시했을 땐 뒷감당의 마음을 추스르느라 애를 먹곤 한다. 이 소심증은 의도적 작심에서라기보다 내 분수를 알아서 긴, 본능적 버릇이라 여기고 있다.


‘짠돌이’, 가진 것은 많으나 쓰지않는 사람을 말하는데, 나는 가진 것이 빈약해서 이니 짠돌이라는 별명이 좀은 섭섭하다. 


그리고 나는 최고와 1등과는 인연이 멀어서인지 초인이니, 초월이니, 기적이니 하는 비논리적 관념의 세계에 대해서도 둔감한 편이라 나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만약 기적이라는 사건이 일어났다면 일어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조건을 아직 우리의 인식능력이 미치지 못해서지 언젠가는 우리를 비웃으며 그 필연의 정체를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치 지동설이 옛날엔 무엄한 이론이었지만 지금은 상식으로 통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점괘, 풍수지리, 초능력, 기적 같은 것들을 보편적 우리의 인식능력을 부풀리는 인식과 소비 허풍으로 보고 있다. 신의 능력을 대신하려는 천기누설의 허풍이라 하면 지나친 빈정거림일까? 인간적인 삶을 통해서 나오는 살아있는 진리야말로 참 아름다움이고 최고 선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내 능력 밖의 초능력의 망상에 집착하기 보다 내 능력으로 얻은 재력과 재간과 지식에 고마워하며 주어진 것에 적당히 만족하며 사는 삶, 편한 옷을 입은 듯 부담감 없어 좋다.


옷은 고급은 못되나 태를 보일 정도는, 많이 벌지는 못했으나 궁색해 보이지 않을 정도는, 사람 좋다는 축에는 못 드나 나쁜 놈 소리 안 들을 정도는, 그 정도의 분수에 걸맞은 평범한 삶을 살았다 자부하고 싶은데, 과연 남 보기에도?


소위 사내다움의 3대조건이라는 술, 담배, 도박 중 하나의 맛에도 심취 못해본, 호탕함이 부족한 것이 험일는지 모르나, 일할 때는 열심히, 놀 때 또한 그렇게 신명을 낼 줄도 아는데, 아무래도 남에겐 깐깐하게 보일는지 모른다. 


하긴 고급신발은 생채기 날까 신경 쓰여 피하고, 고급시계는 팔에 무게 실려 피하고, 고급식당은 격식 차리느라 소화 안돼 피하는, 촌티 못 벗은 사내이니 내가 봐도 좀은 궁하나, 이런 고급과 과소비에 대한 궁상스런 삶의 방식이 내 적성에 맞아 편하니, 가히 체질적 운명이라 치자.


그렇다. 이 시대는 넘치게 소비하는 왕 과소비시대다. 쇼핑은 일과요, 너무 먹어 살 빼기는 기본이요, 세계여행은 필수의 시대다. 옷과 신발은 철 따라, 용도 따라, 유행 따라 갖추다 보니 그만큼의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그래서 망가지는 것은 애꿎은 자연환경인데,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인간에게 공해로 되받고 있다.


이 오염이라는 자연환경의 불치병은 소비가 미덕이라는 인간의 그 망할 과소비신앙에 맹종한 당연한 결과라, 나는 하늘 스스로 자연을 지키겠다는 방어적 최후통첩의 암시로 본다. 이 결연한 하늘의지의 벌을 인간들은 먼산 구경하듯 비웃고 있으니 어이하나.


그러고 보니 내가 물건 아끼는 짠돌이 짓거리로나마 하늘 뜻에 화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괜스레 우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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