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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묘미
yeodongwon

 

 한술에 배부를까? 나만이라는 이기적 1등 성공주의가 판을 치는 요란한 한국의 모습이 늘 어수선하게 보여 불안하면서도 그 역동성에 의해 민주 한국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때론 용트림 같아 흐뭇하다.


 하면서도 선거를 조용히 치르는 캐나다에 오래 살아서일까? 사생결단식 한국의 선거전은 늘 전쟁터 같아 불안하다. 청와대 입성은 고지점령이 아닌데 죽기로 덤비는 모습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고지점령은 속여서 가든, 기어서 가든, 수단과 방법이 고려되지 않지만 청와대는 민의(民意)에 의한 민의를 위해 마련된 머슴살이 집인데 말이다.


 그 집에 잠시 머물 머슴을 뽑는 선거는 고지점령식 피의 전쟁터가 아니라 과정의 미학으로 꽃을 피우는 축제의 장이다. 그 과정의 미학은 깨끗한 후보에, 깨끗한 선거전에, 깨끗한 승복으로 얻어지는 하늘 축복의 꽃다발이다. 이런 선거가 있다는 건 이 얼마나 신바람 나는 축제인가. 한 가문의 핏줄에 의해 자동 대물려 권력이 행사되는 왕정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그렇다고 민의에 의한 선거라 해서 장마다 꼴뚜기가 나오는 건 물론 아니다. 잘 뽑았건 잘못 뽑았건 그 책임은 유권자의 몫이다. 혹 잘못 뽑았다 해도 임기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줄 줄 아는 도량 또한 제대로 된 민주의식이다. 선거엔 뽑는 기능 외에 바꾼다는 기능이 있고 임기라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 이보다 더 멋진 제도가 있을까.


 그때 노무현 대통령 탄핵은 그래서 서툰 처사였다. 임기는 유권자와의 약속이다. 일단 뽑았으면 유,무능은 뽑은 자들의 행운 문제, 범법이 아닌 무능은 잘못 뽑은 국민의 불행이지 죄가 아닌 것이다. 선거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무능한 자를 잘못 뽑을 수도 있는 데 있고, 그래서 임기라는 못을 박아놓은 것이다. 이 단단히 박힌 대못을 스스로 빼려다 혼쭐이 난 비극의 대통령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세상일이란 얼렁뚱땅 호락호락 공짜로 주어지는 법이 없다. 시행착오라는 혹독한 터널의 과정을 거쳐 얻도록 한 것 또한 어렵게 얻은 것 귀하게 잘 관리하라는 하늘의 뜻일 것이다.


함석헌 씨는 '뜻으로 본 한국역사'라는 책에서 "한국역사의 밑에 숨어 흐르는 바닥 가락은 압박이요, 부끄러움이요, 찢어지고 갈라짐이요, 잃고 떨어짐의 고난의 역사다." 했다.


 해방 후 오늘에 이르는 대통령 선거와 인물들을 살펴 60년 한국현대사를 한 줄로 꿰어놓고 보면 민주주의가 그저 얻어진 무임승차가 아니라 값비싼 고난의 대가지불로 얻은 역사 진화의 과정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독재와 군부와 보수와 진보라는 9명 대통령의 다스림으로 오늘에 이르러 또 새 대통령을 뽑아놓고 기대와 우려로 기다리고 있는데, 우려이든 기대이든 기다린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 함이다. 희망은 열린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무변화의 닫힌 무대에서는 희망의 꿈은 절대 꾸어지지 않는다. 


 북한 인민이 볼 때는 남한의 어지러운 소용돌이 소식을 들을 때마다 곧 망할 듯한데도 되레 잘 산다는 소문이 들리니 헷갈려도 보통 헷갈리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아마 모르긴 하지만 선거로 지도자를 바꿔치기 하는 남한 인민이 얼마나 부러울까?


 이상 같아서는 처음부터 순조로운 민주 선거에 의한 다스림으로 오늘에 이르렀다면 얼마나 좋았겠냐만 그 많은 불행한 사건으로 얼룩진 고난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선거로 지탱한 정치 진화 과정이 있었기에 그나마 오늘의 번영된 민주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니 값비싼 고난의 과정이 보석처럼 빛나 보인다.


 때로는 독재에 멍이 들고, 군벌에 짓밟히고, 금력과 부정으로 썩어 부패하고, 지방색으로 절망하면서도 선거라는 민주의 대장정에 의해 치유되고 다듬어지며 한발 한발 발전시키고 있는 민족적 역량에 뿌듯한 박수를 보낸다.


 돌이켜 9명 대통령의 치적들이 모여 세계가 놀라는 오늘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것이라는 데 대해 뿌듯한 자긍심을 가지면서도 그 고난과 시련은 너무 컸고 아팠다. 이 모든 과정들이 하늘의 뜻이라 여기면서도 하늘은 깨끗한 후보의 당선을 이번에도 미루는 것으로 봐 진행형 숙제로 남겨두신 것 같다.


 후보 스스로도 시인한 흠을 보였음에도 압도적인 표로 뽑아준 것은 검증된 능력에 기대를 걸어서 일 것이니 부디 그 기대가 보답되어 5년 후에 국민이 내보내기 아쉬워하는 멋진 대통령이 되시길 나 또한 함께 기대하며 멀리서 당선을 축하드린다.  - 2008년 새해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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