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sungmo
서울장신대 전 총장/서울 한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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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에 올라 황제비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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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에 올라 황제비를 보다

 

 


태산에 오른다
크고 화려한 비석이 슬픈 얼굴로 나를 반긴다

 

황제가 후벼 판 너의 가슴팍 자욱에는
아직도 붉은 선혈이 낭자하다

 

너의 신음소리 지금도 쟁쟁한데
너의 일그러진 얼굴이 저리도 애처로운데

 

가렴주구(苛斂誅求)
혹세무민(惑世誣民)
폭정의 흔적 가슴에 담고
등 돌려 울음 혼자 삭히며
아직도 고통의 세월을 감내하고 있는
너는
공자의 가르침을 받은 충신인가?

 

너의 등에 새겨진 황제 예찬에
사람들의 눈이 쏠려 있다

 

지존의 자리
죽어 썩어 형체가 없어도
황제에만 관심이 있는
어리석은 눈동자들이여!

 

그들은 죽었지만
너는 오늘도 살아서
강자의 논리로 점철된 역사현장을 고발하는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너의 아픔과 눈물을 모른 채 쏟아내는
박수와 감탄의 저 소리를 어찌하랴!

 

귀를 막아라
그리고 너의 길을 가라

 

언젠가
너의 진심을 알아줄 사람이 와
네가 증언하는 역사의 진실을 들으며
너를 위로하겠지

 

세월이 가면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지

 

-중국 제남의 태산을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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