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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묘(孔廟) 앞에서
munsungmo
2017-12-19
공묘(孔廟) 앞에서
거대한 비석 베게 삼고
홀로 누워 영욕의 삶 회고하는
당신의 어두운 잠자리에서
천년의 고독을 느낀다
산발한 여인네의 머리처럼
흐트러져 주저앉아버린
20만 기의 당신 후손들 무덤 앞에서
천년의 허무를 느낀다
힘없는 가난한 노인처럼
동공이 풀린 채 나를 응시하는
빛바랜 비석들의 군상 앞에서
천년의 무상(無想)을 느낀다
무엇을 보러 여기에 왔나?
무엇을 얻고 여기를 떠나야 하나?
화려한 업적을 자랑하고
박수소리에 도취된 채 살던 마음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세상만사 부귀영화 무병장수의 피날레도
결국 고독과 허무와 인생무상임을
잊고 살아온 저 어리석음을 어찌하랴!
죽은 공자가 산 사람을 아직도 가르치고 있는
영원한 배움터 공묘(孔廟) 앞에 서서
눈 감고
세상을 떠나
영원에 잇댄 기도를 드린다
-중국 제남 공자의 묘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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