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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면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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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知者不言(지자불언):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言者不知(언자부지):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노자 도덕경 56장에 나오는 말이다.

면접장에서 이런 포지션을 취하면 100퍼센트 탈락이다. 면접을 통해서 상대가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파악해야 하는 자리에서 모르는 것도 아는 척해야 하는데 뭘 알고 있는지 말을 아낀다면 채용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원자들은 질문에 답하려고 애를 쓴다. 면접을 자주 진행하다 보면 상대가 알고 말하는 것인지, 암기해서 말하는 것인지,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을 홍보하는데 주력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현대 회사조직에서 리더는 신분이나 계급, 카리스마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식으로 좌우된다. 아는 사람은 말로 설명할 수 있고, 그 설명도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 팀은 문제해결을 위해서 조직되었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때 그의 말발은 조직에서 먹힌다.

따라서 신입사원이라고 해도 오래된 직원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생기고, 신참자가 해당 문제에 대한 해결능력이 있다면 그가 조만간 그 팀의 리더가 될 수도 있다. 나이, 성별, 학벌에 상관없이 문제해결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이 리더가 되면 그 조직은 성과를 많이 올리게 된다.

내가 캐나다로 이민 와서 근 30년을 일하면서 배운 이 사회의 조직문화 속에서 인정받는 리더의 조건이었다. 지금 내가 소속된 팀에서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은 없지만, 나의 연봉과 인사고과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나보다 회사경력이 적고 나이도 어린 사람들이다. 회의에서 자기 의견을 많이 말하고 그 의견에 수긍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는 리더가 될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된다.

한국 대선에서 이재명과 윤석열이 각종 대담프로에서 질문에 답하는 걸 보면서 내가 회사의 사장이라면 누구를 채용하면 대한민국 정부를 잘 이끌어 갈 수 있을지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

아는 사람은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자신있게 현안에 대하여 원인을 설명하고 시원하게 답변하는 사람과 질문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길게 말하는데 듣고 나서 해결책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 지원자를 놓고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말을 잘한다는 것은 말만 잘하는 것과는 다르다. 전문적인 질문에 대하여 말을 잘하는 사람은 그 사안을 이해하고 자신이 고민해보았고, 해결책을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리고 이력서를 검토하고 그가 우리 회사에서 필요한 업무경험이 있는지 과거에 어떤 성과를 냈는가를 말로 물어보고, 사실관계 배경조사를 한다. 그가 소속된 회사, 학교에 대한 조회, 그와 같이 일해 본 상사나 동료들에게 확인해보고 평가를 들어본다. 이렇게 선발하고 나서도 3개월의 유보기간을 둔다. 3개월간 일을 시켜보고 아니다 싶으면 계약해지를 한다.

대선과정이 이런 것과 그다지 차이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 후보자의 인상, 소문, 도덕성, 윤리의식, 그를 비판하는 미디어들의 해설은 판단요소가 아니다. 산적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들어보고, 그 원인분석과 제안을 평가하는 것으로 족하다.

회사조직은 리더 한 두 사람이 모든 전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여러 직무를 가진 사람들의 동의에 의해서 이성적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정치에서도 삼권분립을 지키면서 어느 한편이 특권을 가지지 못하게 장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수를 줄이고, 파멸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스템이 권력의 견제와 능력위주의 평가체제이다. 사회의 어느 한 부분도 과도한 권력을 소유하지 못하게 장치하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 일을 해보면 혼자서 하는 것보다 팀웍이 확률적으로 효과적이다. 팀원들의 다양한 재주와 견해가 문제를 보다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해결책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누구든지 발언할 수 있고 그 발언에 대한 제재나 희생을 보아서는 안 된다. 제재가 두려워 발언을 못하게 하는 조직은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진다.

이런 면에서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보다 현대사회 조직에 더 어울린다. 지난번 친구와의 식사자리에서 나에게 "왜 이재명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의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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