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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왕국(2)
leesangmook

 

 

 당신을 동물에 비유한다면 어떤 동물일까요? 페이스북에 나오는 퀴즈다. 연말파티에 많이 등장하는 넌센스 퀴즈처럼 답은 생뚱맞기 짝이 없다. 뜻밖에도 나는 산양이라는 것이다. 산양은 양순한 초식동물. 해발고도 1천미터 이상의 높은 절벽위에 살며 거의 이동하지 않고 한 곳에 서식한다. 나 역시 이사하지 않고 한 집에서 거의 40년 살고 있으니 족집게로 맞춘 셈이다.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인물사진에다 동물 형상을 오버랩해서 매치시키는 프로그램인데 산양은 존재감은 없지만 비호감 동물은 아니다. 소름끼치는 도마뱀도 애완동물이 되는 세상이니 굳이 차별할 일도 아니지만 말이다. 


 지난 달 중순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을 원숭이라고 불러서 파문이 일었다.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다음의 일이다. “백악관에 품위 있고 아름다우며 위엄이 서는 새 영부인이 들어서게 돼 속이 시원하다. 하이힐을 신은 원숭이는 꼴불견이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인구 5백도 안 되는 클레이타운 거주 파멜라가 페이스북에 올린 댓글이었다. 이 클레이 타운은 유권자 거의가 트럼프에 표를 몰아줬다. 하이힐 신은 원숭이란 현직 대통령의 영부인 미셸 오바마를 가리킨 거다.


 1800년대부터 미국의 대중 매체들은 흑인들을 사람보다는 원숭이에 가깝다는 이미지로 유포해 왔다. 비인간화함으로써 흑인들에 대한 폭력이나 사형(私刑)을 가할 때 죄의식을 덜 갖게 했다. LA에서 흑인폭동이 일어났을 때 안개 속에서 흑인부부가 나타나자 “고릴라가 나타난 거 같았다.” 라고 증언하는 백인 경찰관도 있었다.


 그런 정도이니 파멜라 역시 전혀 죄의식을 갖지 않았을 수도 있다. 심지어 그녀는 “백악관 주인이 바뀐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 좋은 날이었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만약 영부인의 교체가 백인 여성에서 백인 여성으로 이뤄졌다면 굳이 나서서 속내를 드러낼 성질의 사안인가.


 파멜라의 댓글이 게시되자 비난이 물 끓듯 일어났다. 그녀를 직장에서 해고하라는 온라인상의 서명자가 20만명을 넘어 그녀는 물론 타운의 읍장도 사퇴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영문인가. 한 달도 못 돼 그녀의 해고가 취소되고 며칠 안으로 직장복귀를 하게 된다는 거다. 지난주 온타리오 주 워털루에서는 유사하지만 상이한 결과의 사건이 벌어졌다. 윌프리드 로리에(Wilfrid Laurier)대학에서 일어난 일이다.


 대학의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이 도우미를 구하는 광고에다 ‘노예처럼 열심히 일할 사람을 구한다.’라는 문구를 넣은 게 화근이었다. 카페의 소유권을 가진 학생회는 당장 카페의 문을 닫게 했다. ‘노예’라는 단어가 이 시대의 도덕성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학생회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경우에는 문을 닫게 한다는 계약 조건을 적용한 것이다. 


 거창하게 캐나다의 인권법까지 들먹일 필요야 없겠다. 하지만 캐나다의 인권법은 인종이나 출신국가, 피부색, 종교나 성별에 의한 어떤 차별도 인정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인간 자체를 무엇보다 존중하는 개념이다. 


 미국의 권리장전은 아직 이 따위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종교,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를 인정하고 언론의 자유 중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데 방점이 찍힌다. 모욕적인 인종 차별 발언 때문에 해고된 파멜라가 버젓이 직장에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캐나다와는 다른 미국의 인권 해석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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