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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知性)의 시인, 이상묵 시인의 시 세계(상)
kimyoungjae

<다음은 지난 11월 10일 이상묵 시인의 타계 1주기를 맞아 행한 ‘칼의 길’ 출판기념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정리, 요약한 것입니다. – 필자 주>

 

저는 오늘 여러분과 함께 이상묵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오늘의 형식은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여러분과 제가 묻고 대답하며 대화하는 형식이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상묵 시인의 시들이 ‘지성의 시’ 라고 했는데 어떻게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여러분과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먼저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시를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지난 수 천년 간 수많은 시인들이 시에 대하여 나름대로 정의하고 시는 이런 것이니 이렇게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들의 시의 정의에 대한 의견은 각자 나름대로 일리가 있고 옳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에서는 수학과 달리 하나의 정답이라는 것이 없으며 그것은 자신이 정의한 것에 대해 나름대로 적절한 설명이 있다면 그 대답은 옳은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시는 '감성의 표현'이라고 여러분 중의 한 분이 말씀하셨는데 맞는 말씀입니다.

시는 우리가 느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역사적으로 선인들에 의하여 시는 어떻게 정의되었는지를 살펴봅시다.

2. 그러면 동양에서는 시를 무엇이라고 정의하였을까요?

우리 잠깐, 시를 한자로 詩 라고 적고 그 의미를 해석해 봅시다. 시는 말씀 언 言 과 절 사 寺 의 결합이지요. 어떤 사람들은 따라서 시란 말로 절 즉 집을 짓는 것이라고 말하기도합니다. 나름대로 맞는 말입니다만…

지금으로부터 2800여년전 중국에서 편찬된 시경(詩經)에 나오는 시의 정의를 살펴보겠습니다. 시경의 모시(毛詩)의 서언 중, 관저(關雎) 편의 시언지 (詩言志) 설 (?)을 보면… 시란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뜻과 생각을 표현한 것이라는 것이 저 유명한 '시언지(詩言志)설' 입니다.

즉, 제 나름으로 해석 한다면, 절 사(寺 ) 원래 뜻 지(志)가 변형된 것으로, 즉 의미, 우리의 생각이라 할 수 있고요, 말씀이란 우리가 소리 내는 것, 즉 노래라고 할 수 있지요. 즉 한자의 뜻 풀이와 시경의 정의에서 보면, 시란 우리가 무엇을 보고 느끼고 생각한 바를 노래로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럴듯한가요?

3. 그러면 서양에서는 시를 어떻게 정의하였을까요?

Spontaneous overflowing of powerful feeling. 모두 아시다시피 19세기까지는 낭만주의 시인 워즈워드(William Wordsworth) 처럼, 시는 시인이 대상을 보고 느낀 기쁘거나 슬픈 감정, 느낌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여과 없이 그대로 쏟아내는 것이라고 정의하였지요.

여기서 spontaneous 란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즉 시란, 시인이 어떤 대상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쏟아져 나온 감흥을 이기지 못하여 그것을 소리 내어 노래하는 것인데 그것이 그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진 다른 사람의 감성을 움직이게 되고 따라서 그 사람이 그 노래에 공명하여 감흥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4. 현대시에서의 시의 정의

그러다가 20세기에 들어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 나 엘리어트(T. S. Eliot)

등 주지주의 시인들에 의해 현대시에 대한 정의가 크게 바뀌게 됩니다. 어떻게 바뀌지요? 이들은 ‘시’를

  •  사상과 정서/ 감정의 등가물 (等價物)
  •  Intellectual Equivalent of Emotion
  •  Equilibrium between feeling and thought 이라 정의하지요.

이건 무슨 말 입니까? 시란 우리가 대상을 보고 느낀 감정과 그것을 통해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 사이에,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는 것 입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니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이들 현대 시인들은 19세기에 시에 대한 정의, 우리가 보고 느낀 직접적이고 단순한 감정의 토로는 너무나 주관적이고 일방적이어서 독자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방법론적으로 우리가 느낀 감정을 아, 슬프다 라고 직접 토로할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환치할 사물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 그 묘사를 읽고 독자가 그 풍경을 상상함으로써 그로부터 시인이 느꼈던 감흥을 공감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이 현대시의 중요한 개념중의 하나인 객관적 상관물(관적 상관물(客觀的 相關物, objective correlative; 감정을 객관화하거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공식 역할을 하는 대상물) 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생략하겠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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