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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펜클럽회원, 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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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님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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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우 박성민 씨가 2023년 4월 8일 새벽 3시에, 한 많은 지구별에서 68년을 살고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성민 씨는 올해 1월 말경부터 감기 들었다고 하더니, 검사결과 코로나는 아닌데 한 달이 지나도 낫질 않아서 가정의한테 갔습니다. 독감이라며 X-레이를 찍어보니 폐는 괜찮다고 했는데.

 며칠 후에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한 달 만에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져 4일 만에, 정말 안타깝게도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이게 웬 일인가요? 이렇게 어이없이 생의 마침표를 찍다니요. 허망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는 소설가요 시인으로 평생 글 쓰는 일에만 전념했습니다. 만나면 문학에 관한 이야기만하며 다른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합니다. 시간이 아깝다고.

 커피타임을 갖던, 전화를 하던 그가 생전에 늘 저에게 한 말들이 생각납니다.

“헬렌 님 그런 얘기 그만하고 글이나 쓰세요.”

“그런 일 신경 쓰지 말고 책 읽고 공부합시다. 요즘 공부하기가 얼마나 좋아요, 인터넷에 각종 정보 다 있고요, 캐나다 땅에 앉아있어도 얼마든지 읽고 싶은 한국의 문학책들을 구입해서 읽을 수 있잖아요?”

 소설가 K씨는 박성민 씨의 시들은 참으로 맑다고 합니다.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고 깨끗하다며 어쩌면 그런 맑은 시를 쓸 수 있는지? K도 그런 맑은 글을 써보고 싶다고 합니다. 깨끗하고 맑은 글.

 올해 2023년 초, 성민 씨 희망은 뭐예요? 하고 물으니, 시는 다 준비됐다며 3번째 시집을 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목이 뭐냐고 하니 “아직 못 정했어요, 헬렌님이 정해주세요”라고 했어요. 형편이 되면 소설집도 내보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주로 단편소설들과 꽁트를 많이 썼고 단편소설 ‘아리랑 식당’으로 재외동포상도 탔습니다. 시는 물론 써 놓은 많은 소설들을 책으로 엮지 못한 것이 정말 안타깝기만 합니다.

 성민 씨의 첫 번째 시집은 ‘블루어 연가’, 두 번째 시집은 ‘꿈꾸는 섬’ 입니다. 세 번째 시집을 내지 못한 채 숨을 쉬지 않았습니다.

 성민 씨는 문학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누에고치에서 명주실이 줄줄 풀려 나오듯, 끝이 없는 문학세계 이야기로 신이 오르면서 얼굴에 함박꽃이 피어납니다.

 그동안 그의 속에 농익은 것들을 다 쏟아내야 하는데, 이제부터 시작인데, 원도 한도 없이 글을 써야 하는데,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글, 가슴속에 있는 것들을 다 글로 써야 하는데, 세상에서 다 쓰지 못했는데, 글 쓰다 말고 어딜 가나요? 쓴 글들을 묶어야 하는데 묶다 말고 왜 눈을 감나요?

 성민 씨는 자장면과 생태매운탕을 좋아했지요. 꽃 사진 찍기, 아가들 사진 찍기를 즐겨 했지요. 다문화 축제가 많은 토론토, 어느 축제든 쫓아가서 구경하며 사진 찍기를 거의 빠지지 않았지요. 이제는 사진작가라 할만큼 사진도 잘 찍는데, 올 봄엔 꽃 사진 찍으러 어디 어디 가자고 약속도 했는데, 사진 찍다 말고 어딜 가나요?

 성민 씨와 대화하면,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문학세계. 문학 활동, 문인 등 모르는 것이 없습니다. 문학세계의 뉴스나 시사에도 상당히 박식합니다. 그는 진정한 문학인이었습니다.

 항상 미디움 블랙으로 뜨거운 커피를 소중한 듯 두 손으로 꼭 감싸 쥐고, 커피 향 속에 젖어 천천히 음미하며 보약처럼 마셨습니다.

 술, 담배를 오랫동안 즐겼지만 담배는 2년 전에 끊었지요. 토론토대학 영문과를 나왔고, 남매를 두었는데, 둘 다 토론토에서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 준비해 둔 묘지, 성민 씨는 엄마 옆에 고이 잠들었습니다.

 남의 말 할 시간이 있으면 “글이나 써요,”라는 명언을 남긴 채.

어느 그리운 사람 있어 이른 새벽 영면에 들었는지요? 성민 씨, 이제는 아무 걱정 말고 편히 쉬기를 바랍니다. (202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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