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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지도사의 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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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간의 몬트리올 이민생활을 마치고 17년 전 이곳 토론토로 이사를 왔다. 이곳에 와서 작은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를 운영하게 되었고 비즈니스를 위해 내 젊음을 투자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가게를 운영한지 7년째 되는 해에 자리 재계약과 레노베이션들의 문제로 가게를 잃을 위기가 오게 되었다. 그때 문득 “아, 이제는 이 비즈니스에 모든 것을 의지하고 살다가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일이 있기 몇달 전 우연히 알던 지인의 아버님 장례식에 참여했고 모든 장례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다. 슬픔을 추스르는 가족을 보며 안타까워 하였고 무엇이든 내가 도움될 수 있는 것은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 모든 장례 과정을 지켜보면서 유난히 내 관심을 뺏어간 것이 있었다. 바로 이 모든 과정을 도와주던 외국인 장례지도사와 그의 도우미들이었다.


 처음 참석해 보는 장례식이라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들이 하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모든 과정을 친절하고 침착하게 진행해 나가는 것을 보고 문득 “나의 성격에 참 잘 맞는 직업이겠구나”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들이 참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가게를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해보았고 빚을 내어서 간신히 가게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내 마음은 벌써 장례업계에 빼앗긴 후라는 걸 알게 되었다. 조심히 아내에게 내 의지를 언급했고, 장례지도사가 되기 위해선 이곳에서 2년 과정의 풀타임 College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까지 말했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달리 아무런 주저없이 나에게 해보라는 것이었다. 가게는 자기가 맡아서 할테니 학교를 다니라고 했다. 5살과 7살인 두 아들의 풀타임 엄마이기도 하면서 가게를 맡겠다는 게 고맙기도 했지만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결국 Humber College의 Funeral Service Education라는 학과에 들어가게 됐고, 아내의 희생 덕분에 무사히 2년 과정(1년 학부, 1년 인턴사원)을 마치게 되었다. 


 졸업 후 주정부 시험을 보게 됐고 합격을 하여 장례지도사 면허를 따게 되면서 나에게는 제2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인턴사원 과정 중 이 업계에서 40년 이상 종사하시던 너무도 좋은 멘토를 만나게 되어 이 업계에서 내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목표를 확고히 다지게 되었다. 


 그 분은 나에게 “한 가족이 장례를 치른다는 것은 사람이 배고플 때 쇼핑하는 거와 같아서 감정적으로 가장 취약한 상황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가족에게 현실을 지각하게 하고 현명한 선택을 하게 해주느냐, 아니면 그 취약한 점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이 업계가 최고의 서비스업 혹은 최악의 서비스업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말씀은 매번 유가족을 보살필 때마다 다시 유가족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상기하고 있다. 


 얼마 전 CBC 방송국의 Market Place 라는 프로그램에서 몇몇 기업형 장의사들의 비윤리적 경영사례를 소개한 적이 있다. 물론 방송 내용의 몇몇 부분은 사실이 아닌 경우도 있지만 그 방송으로 인해 그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덕분에 온타리오 장례법에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 수정도 있을 예정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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