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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혜기

부동산캐나다 칼럼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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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때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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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이 되면 은근히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 금년에도 또 올 것인가. 지난해에 배달되었던 크리스마스 정령이 담겨진 꽃바구니가 눈에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두 개의 흰 양초가  꽂혀 있고  흰색과 초록 영롱한 빨간색의 조화로 차라리 눈이 부셨다. 이젠 고만하겠거니 하는 나의 기대와는 상관없이 한해도 거름이 없다. 그 분과의 인연 이후 네 번의 주소가 바뀌었음에도 용케도 주소를 추적하여 성탄절 한 주를 앞둔 그 시기면 J씨는 꽃으로 대신 우리 집을 찾아주곤 한다. 1년에 한번 만나 뵙기도 어려울 만큼 바쁘게 살고 있는 그 분의 심성이 우리를 감동시켜주고 있다. 


 남편의 주례로 80년대 중반, 결혼의 예식을 올린 J씨는 그간 삶의 모습을 이 꽃 속에 모두 담아 결혼생활의 리포트 카드를 보내주고 있는 듯싶어 반갑고 고마운 것이야 말할 수 없으나 이젠 송구스럽다. 그러나 따뜻한 마음 오순도순 세 자녀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잘 살고 있다는 메시지를 번번히 읽을 수 있는 흐뭇함을 감추기 어렵다. 남편이 결혼 주례자로서의 자격 상실도 이젠 20년이 넘는다. 교통사고 후유증은 더 이상 정상적인 삶을 영위 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몇 분으로부터 남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접할 때마다 우리도 그 분들의 관심 속에 들어 있다는 고마움은 해가 바뀔 무렵에 받는 더 할 수 없이 값진 최대의 선물이다. 


 좋은 만남은 인간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관계유지의 윤활류(潤滑油)가 되고 있다. 좋은 관계의 비밀은 무엇일까. 관심이요, 사랑이라 한다면 교과서적인 정답이라 하겠지만 역시 관심에서 출발한다는 이 이치는 인생을 한참 살아가다 보니 절로 깨달아지더라. 가족간의 무관심은 가정을 사막화하고 있다. 우정도 이웃과의 관계도 무관심의 아성 속에 들어오면 그건 말짱 꽝이 되고 만다. 나는 그래서 우리가 J씨의 관심 속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고맙기만 하다.


 좋은 만남의 유지는 그만큼 한 값을 치르지 않고는 어렵다. 세상이 다 내관심 속에 들어올 수는 없다. 유엔사무총장이나 세상을 지배하는 정치가들이나 인류애에 헌신하는 특별한 사람들을 제외하곤 말이다. 


 나같이 소시민적인 민초들에게 있어서의 인간관계는 이웃이 중요하다. 가족이 있다. 친구가 있다. 인연을 맺고 살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 가꾸고 더불어 사는 곳에서 삶의 멋을 누린다.


 12월은 어쩌면 그간 소홀히 했던 친지들과 관계 회복의 달로 정해도 좋을 듯싶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평안한 마음에서 바라는 따뜻한 한통의 전화도 좋다. 전자메일은 육필로 쓴 한통의 카드보다는 못하겠지만 소원했던 관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줌엔 틀림없다. 나도 며칠 전 5년 동안 소식 몰라 궁금해 했던 밴쿠버 K시인의 전자메일 한편이 우리들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었다. 잃었던 친구를 다시 찾은 기분이었다. 


 고국에서 산 세월보다 이곳에 정착하여 산 세월이 더 많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고국의 평생친구 몇몇은 모국에 대한 애정을 더하게 해준다. 서로 그리워하며 끊임없이 소통의 길을 열어놓고 있다. 


 우리 모두는 이해관계 얽힘 없이 순수한 마음의 나눔 친구를 소망한다. 그러나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음을 알고 있다. 순수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신뢰와 관심 속에 쌓여지는 관계의 질을 높이고 싶어 한다. 


 한해를 마감하는 물리적인 시점에서 내 관심의 초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 한번쯤 점검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생각하며 바라며 소망하며 보내고 맞이하는 마음 속에 관심의 초점은 나름대로 정립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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