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oonja
한순자

경기도 여주 출생,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기도 광수중학교 근무, 1992년 캐나다 이민, 캐나다문인협회 수필 부문 입상, 2006년 해외동포문학상, 작품집 <인생에 실패는 없다 다만 또 다른 삶이 있을 뿐이다>, <나이만큼 행복한 여자>, <밀리언 달러 티켓 나도 한장>,<행복이라는 이름의 여행> 외 다수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20 전체: 88,263 )
색마노구(色魔老狗)(2)
hansoonja

 

 (지난 호에 이어)
집안 식구들은 그녀가 외국 남자와 살고 있는 것을 모르고, 그녀 말로는 한국인 남자와 사고를 쳐서 자식을 낳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나와 꼭 12년 나이 차이가 나는 같은 띠였다. 40넘도록 결혼도 못하고 있다가 호주에 가서 몇 년 살다가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며 몇 번 죽으려고 생각도 했었다고 한다. 


 그녀가 이혼을 하려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지금의 남편인 그의 사생활, 이를테면 여자 문제가 하나하나 불거지면서 게다가 웰페어를 타고 있으면서 도박을 한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데는 사랑이 바탕이 되어 만나면서 그 사랑이 깊어지면서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와,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아도, 서로 섹스 파트너, 즉 성적인 충동을 느껴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 만나는 남녀 등 그 관계가 너무 많기도 하겠지만, 처음엔 그런 저런 사이로 만나다가 서로가 원하는 사람, 원하는 방향이 아닐 때는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이를테면 여자는 결혼까지 했으니 더 이상 다른 이성은 관심도, 가까이 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살지만, 남자는 아내와 아이에게 정신적으로 안주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요, 또 다른 여자를 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니, 이미 여자 마음은 떠나 있어 그 나마의 결혼생활도 지속할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녀의 얘기를 듣고 곰곰 되짚어보니 내가 한국 아가씨를 소개해 주었던 때가 그녀가 아이를 데리고 한국에 나가 있는 동안이라 아차! 싶었다. 그러고 보니 그 남자는 여자를 단순히 성적인 상대로 만나는 것이지, 결혼 따위는 생각지도 않고 물론 그때 그 남자는 아내와 아들까지 있었는데도 단순히 여자로만 만나고자 그리했을 것이다.


 내가 소개해준 아가씨가 만남을 지속하기를 원하지 않았기 망정이지 그 아가씨도 그 남자와 만남을 계속 가졌더라면 어떤 감언이설에 속아 깊은 상처를 받을 수도 있었겠다 싶어 아찔했다. 


 그녀의 얘기를 토대로 해서 그 남자를 유추해 보니, 한 남자가 결혼을 했으면 다른 여자와는 성관계를 갖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임을 모르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결혼을 한 여자는 당연한 것이고 밖에 나가서도 기회만 있으면 여자와 관계를 할 수 있는 그런 남자로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았다. 


 그 후 그렇게 봐서 그런 사람들이 더 눈에 띄었을까. 아니면 평소엔 무심히 보아 넘겼던 광경들이 눈에 보인 것일까? 꽤 오래 전 여기 TV프로를 봤던 적이 있었다. 


그 프로 내용이야말로 친구 남편, 형제지간, 별의별 불륜관계를 갖고 있으면서도 프로에 같이 나와 몸싸움까지도 서슴지 않던 그들을 보며 모르는 게 약이다 싶어 그 프로는 두 번 다시 보지 않았다. 그런 남녀 관계를 얼마만큼 알고 있던 탄틴이란 젊은이가 크레이지라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이따금씩 창녀와 같이 가게에 오는 남자들이 있었다. 그런 남자들의 표정은 조금은 쑥스럽기도, 창피하지는 않아도 떳떳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지만, 하룻밤을 같이 보낸 여자에게 그녀가 좋아하는 차라도 한 잔 사주는 그런 배려, 그런 매너쯤은 있는 남자처럼 그렇게 보였다. 


그런 남자들이야 창녀와 하룻밤을 보낸 것이겠지 싶었으나, 창녀 같지는 않은데 남자가 며칠 전엔 이 여자와, 며칠 지난 다음엔 다른 여자와 같이 다니는 남자를 보고는 ‘색마노구’란 말이 얼핏 떠올랐다. 손님 층이 나이든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었을까? 나이든 사람들이 성에 대해서는 더 문란하게 보였다. 


 가게에 매일 오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여자 장사를 한다는 얘기를 나중에야 알게 되었으니 그 다음부터는 그 할아버지와 얘기를 나누는 여자만 봐도 평범한 여자로 보이지가 않았다. 


 우리가 젊었을 때 생각하기로는 나이 든 사람, 환갑 진갑 다 지난 노인들이 성생활을 어찌 할 수 있겠느냐 하지만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남자는 검부러기 들 수 있는 기운만 있어도 성생활을 할 수 있다는 얘기도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닌 것 같다. 

 

 형광등 인생 


 얘기를 하다 보니 어린 시절 들었던 얘기가 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새로 맞아들인 할머니도 몇 년 만에 돌아가셨다. 그 후 할아버지가 다른 할머니를 또 맞아 들였다. 그런데 그 할머니한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아들을 살리고자 뒤로 돈을 챙긴다는 얘기가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