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oonja
한순자

경기도 여주 출생,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기도 광수중학교 근무, 1992년 캐나다 이민, 캐나다문인협회 수필 부문 입상, 2006년 해외동포문학상, 작품집 <인생에 실패는 없다 다만 또 다른 삶이 있을 뿐이다>, <나이만큼 행복한 여자>, <밀리언 달러 티켓 나도 한장>,<행복이라는 이름의 여행>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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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이 더 좋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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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호에 이어)
 그 후 얼마 지나 고종 사촌 언니가 집을 팔고 사면서 그 차익을 보니, 주택가 보다는 길가 쪽이 오르는 폭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른 전에 부동산에 관해 그만큼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해도 그 후로는 투자 가치도 좋지만 내 형편에서 얼마만큼 쾌적한 환경을 누리고 살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더 크게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칫 투자적인 측면만을 중시하다 보면 내가 사는 공간은 다른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한 예가 내가 강북의 주택을 전세를 주고 강남의 아파트로 가고자 할 때 한 친구가 강남의 아파트보다 상가 건물을 사면 어떻겠느냐고 넌지시 내 의중을 묻는 것이었다. 그 친구는 이미 상가 건물에 살고 있으면서 가게 세 군데서 월세가 들어오고 있었고 그녀는 안채 살림집을 쓰고 있었으니 경제적인 여유는 있을망정 살림집은 조금 협소했다.


 난 그 방법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투자적인 측면을 중시하다 보면 내가 쓸 수 있는 공간은 그만 못하다는 결론이었다. 나중에 돈을 더 벌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 동안의 세월은 그렇게 가버리고 말 것이니 어느 쪽을 택하느냐는 전적으로 내게 달려있는 셈이었다. 


 그 후 언젠가 한국을 나가고 보니 그 친구는 그 상가 건물은 아직도 가지고 있으면서 이미 아파트에서 부족함 없이 살고 있었다. 그 동안 친구는 무던해서 오히려 경제적으로는 꽤나 안정이 되어 있음을 보고 나를 한 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성격이 운명을 만든다’고, 나 같은 경우는 같은 환경에서 오래 견디지 못하다 보니 지금 비록 가진 것은 별로 없어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선택하고 내가 내린 결정의 결과이니만큼 어쩔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늘 새로운 환경을 찾는 나로서는 내가 살아가는 삶으로 만족한다. 


 내가 집을 팔고 사며 일 가구 일 주택만을 고정화시켰음은 나와 남편의 경제를 일으키는 안목이 그 정도밖에 되지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엔 아파트는 남편 명의로, 공릉동 집은 동생 명의로 되었고, 건대 직원 아파트는 당연히 남의 명의를 빌었기에 나중에 팔면서 그 명의를 빌린 값으로 얼마간의 수수료만 주고 말았으니 우리는 우리가 들어간 돈의 몇 곱인가 남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 부동산이란 그 이전부터 묻어 두면 돈이 된다는 것은 아버지에게 터득한 지혜였음에도 나도 잘 활용했다고는 볼 수 없다. 김일 선수도 한창 돈 잘 벌 때에 동산과 부동산을 적절하게 운용을 했더라면 말년에 그런 경제적인 고통은 받지 않았을 것임에 그 기사를 보는 순간 안타까웠다. 


 그 즈음 부동산에 관해 속속 보도가 되던 중 아파트를 몇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등의 얘기는 그런 사람이야말로 오히려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이라고 보고 싶다. 그때 아파트를 38채인가를 가지고 있다는 여자야말로 월급 받고 돈이 조금씩 여유가 생기면 명의에 구애 받지 않고 자기 이름으로 사고 또 사고해서 그렇게 많아졌다고 한다. 


그러니 차츰 부동산 값이 올라간 것에 비하면 세금이야 아이들 껌 값도 되지 않으니 그 여자야말로 팔자에 땅 복을 타고났다고 함이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아파트 값, 부동산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니 너나 할 것 없이 제 정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정상이 아닐 지경이 된 것이다. 


 한국에서 살면서 남편이 제대로 된 직장, 여자까지 직장을 가지고 있었다면 전세 끼고 융자 좀 받고 해서 어느 만큼의 재산 증식은 누워서 떡 먹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여자들이 만나면 증권이나 부동산 얘기야 심심치 않게 하는 거여서 아닌 게 아니라 친구 따라 강남을 갔어도, 재산 증식은 더 했을 것이요, 친구 통해 정보를 얻어 그 방면으로 투자를 했어도 어느 만큼 그 덕을 보게도 되는 거였다. 


 좁은 땅덩이 속에서 경제가 성장하다 보니 부동산 값이 급등하게 됨은 극히 당연한 현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기에 돈이 돈을 벌고 웬만큼 있는 사람들이 더 벌고자 혈안이 되지 않는다 해도 먹고 쓰고 남는 돈을 무엇 하겠는가. 


또 조금씩 모아서 부동산을 하나 사고 또 사고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꼭 재산을 늘리고자 돈을 더 벌고자 하지 않아도 있는 돈을 은행에 좀 예금을 시켜둔다고 해도 조금씩 모이는 돈과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사람에게야 더더욱 당연한 결과다. 


 그런 식으로 부동산 값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니 부동산을 팔고 이민을 갔던 사람들이나 외국을 왔다 갔다 했던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서 살게 됨을 후회해서 다시 역이민을 시도하는 사람도 생겨나는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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