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oonja
한순자

경기도 여주 출생,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기도 광수중학교 근무, 1992년 캐나다 이민, 캐나다문인협회 수필 부문 입상, 2006년 해외동포문학상, 작품집 <인생에 실패는 없다 다만 또 다른 삶이 있을 뿐이다>, <나이만큼 행복한 여자>, <밀리언 달러 티켓 나도 한장>,<행복이라는 이름의 여행>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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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은 애련(哀憐)이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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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큰딸네 집으로 들어가기로 결정을 하고 난 후 큰딸이 손녀(4살)한테, 할머니네 개 세 마리에서 한 마리만 데리고 와야 하는데 누구를 데리고 오면 좋겠느냐고 물으니,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다는 듯 “으-음” 하며 생각을 해봐야 되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고 한다.  


그 후 우리 집엘 왔기에 “서진아, 개 세 마리 중에 누구를 데려가면 좋겠느냐”고 제 어미와 같은 질문을 아이에게 하니, 개들을 한 마리씩 다시 살펴보며 얘는 누구, 얘는 누구냐며 다시금 이름을 외우기도, 누구를 데려갈까 마치도 선을 보는 듯한 모양새였다. 


잠시 있더니 “세 마리 다 데려가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엄마하고 할머니가 너무 힘이 들어 한 마리만 데려가야 한다고 했더니 “노노” 하며 반은 울음이 섞인 말투로 들렸다. 


우리 식구끼리는 새끼들의 아비인 럭키(13살)와, 막내인 금비(10살)는, 작은 딸네로 보내기로 결정을 하고 있었다. 금비는 작은 사위가 더 예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쁜이(11살)는 엄마인 나를 떠나서는 살기 힘들 것 같아서였다. 


드디어 이사를 가는 날, 개 세 마리를 다 데리고 가서는, 이쁜이를 집에 두고 럭키와 금비만 데리고 차에 탔다. 럭키와 금비는 엄마와 헤어지는 것도 모르고 마치도 나들이 가는 줄 아는지 재빠르게 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이젠 손녀딸이 이쁜이가 아니고, 금비를 제 집에 둬야 한다며 보채기 시작했다. 엄마와 아빠, 나까지 합세해서 손녀에게 설명하고 설득해 보았지만 “이쁜이는 노, 금비 금비”가 있어야 한다고 울기 시작했다. 


난 이따금씩 느끼는 것이지만, 딸 내외는 차를 세우더니 손녀를 다시 설득하기 시작했다. 부모의 마음, 주장이 우선이 아니고, 아이의 심경을 충분히 읽어 안 되는 것은 왜 안 되는지, 아이가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차분하게 얘기하며 기다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그 자세가 참 마음에 들어, 난 그럴 때면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며 내가 딸들을 키울 때는 어떠했나?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내가 보기에는 손녀가 “이쁜이 노, 금비”를 주장하는 것은, 꼭 금비를 원해서이기보다는, 두 마리 다 같이 살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에, 처음부터 한 마리만 된다고 다짐을 한 엄마 말을 기억하기에 두 마리 소리는 더 이상 못하고, 집에 있는 이쁜이 소리는 없고, 금비 금비만을 부르며 우는 것으로 그렇게 보였다. 


전혀 예측도 하지 못한 복병이었다. 작은 딸이 두 마리를 데리고 가면, 난 한 마리만 데리고 큰 딸네로 가서 그곳에 있는 두 마리와 다시 또 나의 삶이 시작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손녀딸이 울고 보채기 시작해서, 제 어미가 일주일에 한 번씩 바꾸면 어떻겠느냐고 애를 달래기 시작했다. 그렇게 손녀는 울며 떼를 쓰다가 잠이 오는지 울음을 그쳤다. 


드디어 작은 딸네 집에 도착해서 난 차에 앉아 있으면서 큰 딸보고 데려다 주라고 했다. 럭키와 금비는 이번에도 어디 놀러 가는 듯 가볍게 따라 나섰다. 


개 두 마리를 작은 딸네 집에 데려다 주고, 손녀는 잠이 들어 조용해지고, 우린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갔다. 


우린 음식을 주문해 놓고는 아이가 잠에서 깨어나 다시 또 금비 타령을 하면 어쩌나 내심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많이 진정이 되었는지 이쁜이, 금비 타령은 하지 않았으나 생각을 하는 눈치이기도, 울고 나서 입맛도 없는지 밥은 먹지 않고 제 아빠한테 안겨 가만히 있었다. 거의 우리의 식사가 끝나갈 무렵 밥을 조금 먹는 듯 했으나 제대로 먹지도 않아 음식을 싸가지고 음식점을 나왔다. 


그 다음 날이 마침 일요일이어서 밥을 먹고는 손녀가 내 방으로 오더니 이쁜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다시 자세하게 보려는 마음도 있고, 잘 친해 봐야지 싶은지 이불을 뒤집어쓰며 이쁜이도 같이 이불을 씌워 주는 것이었다. 그것은 이쁜이와 놀아 주려는 마음이 있어 그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작은 딸네 집으로 간 두 마리, 럭키와 금비에 관해서는 가급적이면 난 소식을 듣지 않으려 했다. 그것은 작은 딸 같은 경우는 혼자서 직접 개를 키워보지 않았기에 이제부터 시작이니 어떤 고충 어떤 말, 표정이 나오려나 보지 않아도 그려지기도, 어차피 딸이나 개들도 그 환경에 적응해 나가고, 살아내야 하기에 애써 난 무심해지고 싶다. 


그런데 우선 들리는 소리가 개들에게 기저귀를 채우려 하니 럭키는 뚱뚱해서 안 되고, 금비만 기저귀를 채웠다고 한다. 그런데 또, 개들이 밤새 현관 문 앞에 앉아 기다리더란 말에 그 표정은 익히 읽히는 것이지만, 거의 10년 넘게 나와 같이 살다가, 금비는 잠을 잘 때면 내 품에 안기듯, 아니면 등에 바짝 붙어 자곤 했다.


물론 큰딸 작은 딸도 결혼 전엔 한 집에서 살기도 했건만, 결혼 후 딸들이 우리 집에 왔을 때 엄마인 내가 없으면 개 세 마리가 주방 옆 식탁 밑에 가서 꼭 눈치를 보는 것처럼 웅크리고 있더니, 그런 딸네 집에 가서 어떤 마음 이려나 눈에 밟혀 가슴이 싸하니 목이 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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