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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 디엠(carpe diem)
gigo

헬렌 시 

이 시랑 (필자)

 

 

꽉 움켜쥔 주먹을 풀어 여름을 놓아주고

볼이 붉은 햇능금 하나가

똬리 위에 가을을 하나 가득 이고

이른 새벽 장터로 향한다

 

전깃줄에 앉아 돋보기안경 넘어

남쪽행 지도를 보는 새가

행랑 속 여름을 챙겨

느릿느릿 매표소로 걸어간다

 

빨랫줄에 걸린 철 지난 여름을

습기를 탈탈 털어 차곡차곡 접어 장롱에 넣으며

약속 없는 이별을 한다

 

여름이 떠나는 기척을 눈치챈 계절이

길을 걸어가는 청바지 나달거리는 무릎

구멍 칸 칸마다 무임승차 시켜

소포를  마을에 배달시킨다

 

가을이요

여기

 

멀리 우주 밖을 건너 온 전령이

타닥타닥 부싯돌을 켜 거리를 돌아다니며

가을을 점화한다

 

세상은 참 아름답고

삶은 너무 멋지잖나요

이런 가을을 두고 떠나다니

 

오- - -

지금 이 시간 어디선가 떠나는

그 사람을 생각한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나의 내일을 끌고 가는

그 사람을

 

볼이 붉은 햇능금이

꽉 움켜쥔 주먹을 풀어 여름을 놓아주고

똬리 위 광주리에 詩를 하나 가득 이고

이른 새벽 장터로 향한다

 

와글와글 장터에서 詩를 한 입 베어 물은

바람의 붉은 입술은

이미 취해 버린 듯 웩 웩 상한 속을 토한다

부서진 단어가 바닥에 곤두박질치고

메실 냄새 나는 쉰 언어가 말을 한다

 

너 -어어 는  늙어 봤니

나- 아 는 젊어 봤다

ㄱㅏ ㅇ ㅡ ㄹ 을 잡아라

 

멀리 어디서 누군가의 무덤에서

응시(應詩 )를 외친다

 

넌 죽어봤니

난 죽어봤다

 

카르페 디엠

카르페 디엠

 

세상은 너무 아름답고

삶은 너무 멋지잖나요

 

오- - -

지금 이 시간 어디선가 떠나는

그 사람을 생각한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나의 내일을 끌고 가는

그 사람의 검은 그림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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