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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협 협동조합 전 자산을 한인사회에 환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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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고천석(전 협동조합 운영이사장)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온타리오 한인실업인협회 협동조합의 전 자산을 한인사회에 내놓겠다는 발상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협동조합 설립은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이민 온 토론토지역의 동포들이 코너스토어를 시작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편의점을 운영하는 회원이 5~6백 정도였고, 대부분이 일주일에 한두 번은 도매상을 찾아야 했다. 

 

유태계가 독점으로 UBA란 도매상을 장악하고 있을 때니 물건을 팔아주면서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허다했다. 경제력이 약하고 결집된 힘이 없어 당하는 수모였다. 
 필연적으로 한인들이 해야 할 것은 모두 단합하여 협동조합을 만들고 공동구매로 실익과 권익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생겼으나 많은 자금을 모으기에는 역부족이라 자금조달 방법으로 주식공모를 했다. 실협 임원과 이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밤낮으로 뛰었고, 1983년 6월 드디어 온타리오 한인실업인협회 부대사업체인 협동조합이 탄생했다. 
조합 창설이 어느덧 40년째다. 그동안 수차례 홍역도 치렀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는 본점과 동서에 두 지점을 둘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2800여 회원에 상당한 구매력을 갖춰 북미한인사회에서 제일 잘된 모범 경제단체로 인정받았다. 90년대 초기에는 벤치마킹을 위해 뉴욕, 시카고, LA 등지에서 여러 사람들이 왔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형마트 일요일 영업이 허용되는 등 상권이 변하면서 소규모 코너스토어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폐업까지 하는 지경에 몰렸다. 조합도 서서히 예전의 위용을 잃어가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장사가 안 되니 수익도 줄고 운영하기 힘들어 그냥 한인사회에 환원한다’? 
얼른 듣기에는 통 크게 잘한 결정이라고 들릴 수도 있지만 협동조합 자산은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조합에 많은 애정을 가진 분들 대부분이 은퇴를 하고 세상을 떠나기도 했지만 고국을 떠나 어렵게 이민의 삶을 만들어온 정신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기부는 영업실적이 났을 때 하는 것이다. 장사가 안 된다는 이유로 사업장 전체를 팔아 기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조합의 영업실적이 좋아 수익이 생겼다면 운영비를 제외한 모두를 기부한다면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공감대도 없이 공동자산을 처분하여 사회에 환원한다면 명분도 사라지고 말썽만 날 것 아닌가. 

 

1983년 실협 재무부장으로 있으면서 가까이서 조합설립에 애쓰신 많은 분들을 지켜봤고 많은 시간이 지났으나 지금도 실협과 조합 간판을 보면 가슴이 뜨거워질 것 같다. 
국가나 사회에 몸 바친 분들이 어린 시절 살았던 한낱 보잘것없고 거추장스런 집이나 터전을 보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수익이 없다고 조합자산을 몽땅 처분하겠다면 최소한 어렵게 조합을 세워 이끌어온 사람들의 동의라도 받아야 될 것이다. 
 조합설립에 노력하신 이춘수, 최영식, 이 분들 의견도 경청하길 바란다. 공청회도 공감대도 없이 몇몇 인사를 식당으로 초청해 미리 정해둔 일방적인 안을 설명하고는 박수로 끝낼 일은 아닐 것이다. 

 

혹시나 외부의 회유나 설득으로 성급하게 결정된 일이라면 뼈아픈 역사로 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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