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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편지
gigo

 

며칠 전 존경하는 우리 할아버지 꿈을 꾸었습니다. 뵙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였나 봅니다. 언제나 그러셨듯이 환한 모습으로 외출에서 돌아오셔서 사랑채로 들어가셔서 누워서 편안한 잠을 청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날은 또 친정엄마 꿈을 꿨답니다. 엄마가 야외의 물가에 있는 안락한 침대에 누우셔서 주무시고 계셨는데 스르르 미끄러져서 물 안으로 빠져드시는 것이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재빨리 기지를 발휘하여 물로 뛰어들어가서 엄마를 물에서 안아 건져내는 꿈을 꾸었습니다. 엄마의 표정이 담담하고 편안하셔서 기뻤습니다

불교였던 우리 엄마와 할아버지의 훌륭한 영혼을 감히 제가 구원하는 느낌을 주셔서 꿈이었지만 기이해서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지인이 보내준 장기게임에 대한 위의 내용을 읽다가 어렸을 때 기억이 났습니다

할아버지가 어린 손녀에게도 가르쳐주셔서 바둑은 못해도 장기는 기본은 할줄 알아서 장애인 노인들 몇 분과 승부와는 전혀 상관없이 장기를 두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노년에 친구분들이 들리시면 가끔씩 장기 두기를 즐기시며 소일하시기도 하셨는데 친구분이 떠나실 때는 항상 밝은 모습으로 기분 좋게 일어서 나가시면서 “다음에 또 함세” 라시며 늘 아쉬운 듯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한번도 장기게임에서 내가 이겼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으셨던 거 같습니다.

굳이 친구에게 승부욕을 보여 이겨서 서운하게 보내서 친구가 편하게 자주 들리지 못할 거라 생각하셨던가 봅니다. 그저 비기고 일어서시면서 다음에 우리 다시 결승전 하세 하시면서 서로 얼굴에 만연의 웃음꽃을 피우시곤 하셨지요.

엄마는 며느리라서 찡그림 없이 먹거리를 준비하시느라 늘 분주하셨지요. 그런 어른들의 모습을 곁에서 보는 우리도 따라서 웃고 마냥 행복했습니다. 철이 없던 저는 현실적인 어른들의 고충은 제대로 모르니 늘 인자하게 누구에게나 평온하게 대하시며 존경 받으시며 생활하시던 어른들 모습은 저에게 참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기품과 기쁨 감사를 알도록 하셨습니다

할머니의 깔끔하셨던 성품은 늘 할아버지랑 이부자리를 정리하시는 과정에서도 할아버지가 차곡차곡 개어둔 것을 할머니는 웃음 띈 얼굴로 눈을 흘기시면서 다시 펼쳐서 모서리마다 가지런히 하셔야 직성이 풀리시곤 하셨지요. 그 또한 어린 손녀들의 시야엔 웃음거리라서 그저 깔깔거리며 컸던 거 같습니다.

무엇보다 철 따라 꽃을 좋아하셨던 어른들의 꽃 가꾸시던 모습도 정서적으로 우리를 편안하게 하셨지요. 초여름 이른 아침에 우물가에 만발한 이슬 젖은 분홍색과 빨간색 장미꽃 넝쿨이 꽃 몽우리를 맺어서 한 송이 두 송이 피기 시작하면 우리들의 행복한 여름은 시작되었습니다.

"얘들아 이것 좀 봐라"

"꽃이 피기 시작한다"

할아버지의 감탄 어린 큰 목소리에 후다닥 일어나서 눈을 비비며 마루를 내려가서 이슬을 가득 머금은 그 눈부시도록 고운 분홍 꽃을 바라보며 잠을 깨운 기억이 납니다.

이른 아침 밝고 기분 좋은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하도록 하신 우리 할아버지의 성품은 깊은 잠에서 깨기 어려운 어린 손주들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도록 하셨지요.

여름 날 해질 무렵엔 마당에 평상을 펴고 모여 앉아서 그 날의 얘기꽃을 피웠지요. 우물가에 길게 늘어선 포도밭의 청포도랑 적포도는 어찌 그리도 조롱조롱 많이도 달렸던지요.

갖가지 과일 나무에서 핀 꽃들이 아름다워서 보는 마음이 환하게 밝았지요. 특별히 새콤달콤한 그 포도 맛과 뒤뜰의 사과나무에서 열린 꿀사과 그리고 이른 봄의 살구 맛, 가을의 떫은 감 맛까지 혀끝의 단맛으로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합니다.

저는 할아버지지만 고모님은 아버지시니 더 많은 추억을 지니고 계실 것입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할아버지 얘기를 아시는 대로 실컷 듣고 싶습니다. 노 할머니까지 사대가 한집에 사는 가정의 어른으로서 농업과 양봉업에 의지하여 손주들 필요한 학비를 기꺼이 나눠주시며 좋아하시던 모습 또한 기억에 새롭습니다.

어떻게 저에겐 좋은 기억만 남겨주셔서 돌아보니 뭐든지 배울 점이고 감사한 일뿐이라서 지금은 이 곳에 안 계셔도 만년세세 우리 할아버지시니 그저 감사하답니다.

어찌 할아버지만 그러하실까요. 복 많고 인정 많으신 깔끔하셨던 할머니, 그리도 재바르시며 지혜로우셨던 효녀 우리 엄마, 심한 노동으로 힘드셔서 어쩌다 술이 과하셨던 아버님. 농부로서 부모님께 순종하시던 인간성이 특별히 좋아서 신사다운 깊은 인물과 인품을 지니셨던 아버님의 성실함을 잊지 못합니다.

입만 벙긋하면 가족사랑이 마음으로 밀려와서 행복하니, 누구에게라도 자랑을 하고 싶답니다. 그러나 누구에게 함부로 쉽게 하겠습니까. 한 형제라도 다 똑같은 기억만 지닌 건 아니더라고요.

제가 말을 꺼내면 대부분의 기억을 공유해서 좋아하며 수긍은 다 하더군요. 이렇듯 경제적으로는 그다지 크게 여유 있는 집은 아니었지만 시골에서는 상대적으로 조금 나은 편이었던 거 같습니다.

첫째는 대부분의 집이 초가집이었습니다. 우리 집을 보며 대궐 같은 집이라며 동무들이 말했으니까요. 지금 보니 적은 기와집 상하 채인데 어릴 땐 그렇듯 크게 보였으니까요

가끔씩 동네 어른들 사이에 마찰로 큰 소리가 나도 우리 할아버지의 설득과 인자하신 사랑의 언어로 모두 무릎 꿇게 하시며 평안을 찾아주셨지요. 토정비결 사주팔자도 책대로 봐주셨는가 하면 관혼상제 날도 잡아주셨지요. 목욕탕도 만들어서 동네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이 와서는 큰 가마솥에 물을 채워선 따뜻하게 데워서 목욕을 하도록 배려해 주셨지요.

전형적인 농촌 가정이었으니 농사철엔 마을 사람들이 서로 힘을 모아서 농사일을 같이 했으니 매일 잔칫집 같아서 흥겹고 이런저런 재미있는 일이 많았던 거 같습니다.

큰 머슴과 작은 머슴(용복이)은 산에 가서 나무를 한 짐 가득지고서 왔는데 그 지게 위에 진달래꽃도 꺾어와서 너무도 기뻤습니다. 거기에 빨갛게 익은 달콤한 물포구 열매까지 있어서 좋았습니다.

용복이는 집이 가난해서 학교 근처도 못 가봤으나 참 영리한 젊은이여서 어른들 사랑을 많이 받았지요. 언니랑 저의 보호자 역할을 거뜬히 해주었으니까요. 할아버지의 일생을 영화로 담으면 그야말로 성군 같으신 분의 일생을 평범 속에서 실천하시면서 기쁘고 행복하게 살다 가신 어른이라는 생각이 든답니다.

다들 수재들인 형제 중 학업성적이 떨어졌던 저는 통지표 내미는 것이 부끄러워서 겨우 할아버지 앞에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수도 우도 아닌 미가 하나 보여도 잘했다 하시며 칭찬해주셔서 너무도 고맙고 기뻤습니다. 손녀가 어디 예쁘다고 그렇게 사랑스럽게 대해주셨는지요.

중학교 입학할 때 바쁜 부모님 대신 할아버지가 저를 데리고 가셨습니다. 운동장에서 등록을 기다리며 이른 봄의 꽃샘추위에 바들바들 떨고 있었는데 그 때 할아버지께서는 하얀 긴 모시 두루마기 자락으로 저를 포근히 감싸주셨습니다.

그렇게 할아버지가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다 힘든 일 있을 때 그 생각이 떠오르면 마음까지 포근해진답니다. 고모님까지 할아버지는 5남매를 두셨으나 손주들이 7남매라 좋은 교훈을 많이 주셔서 감사하답니다.

항상 좌정하고 앉으셔서 남북평화통일을 위해 꾸준히 기도하시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우리들이 누리는 모든 것이 우리를 지으시고 보내주신 창조주의 크신 은혜입니다. 그리고 가정의 중심이 되신 어른들의 사랑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 사랑하며 사랑 받으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이 아름다운 곳에 태어난 우리 모두가 서로 사랑하며 사랑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으니 우리는 모두가 너무도 소중합니다.

문화의 발달로, 편리함으로 과학첨단을 달리는 요즘은 따라오는 부작용도 있어서 부디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실족하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서로 도우며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야 하는 특별한 때를 살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여성들도 모체로서의 자리를 자부심을 가지며 어떤 경우에도 최대한 굳건히 지켜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지요. 남녀노소 모두가 인격적으로 대우받고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함께 누리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소중한 자녀들과 소중한 우리 모두를 위해 실수와 잘못은 너그러우신 우리 능력의 주님을 통해서 회개하며 용서로 구원을 받아 기뻐하며 호흡하는 순간마다 주님을 믿고 의지하며 순종하는 마음으로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감사함으로 오늘도 간절히 기도 드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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