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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란
(피커링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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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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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만 있으면 새해. 또 다른 날들이 시작될 텐데 정말로 시간이 너무 잘 가고 한 일이 별로 없는 아까운 시간이 아쉽다. 나이가 더해가고 생각만 늘어나고 매일 반성의 시간이 되지만 뾰족한 대책이나 묘안은 없을까? 하루가 무사해도 감사했다. 작은 일도 행복했고 이렇게 하루하루 지내기가 다행 아닌가.
벌써 남편을 만나서 48년 동고동락 긴 여정이었는데, 젊음의 우리가 만나서 흰머리가 성성하고 노년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로 자꾸만 변해가는 우리의 모습에서 측은지심도. 다행히 아직은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감사의 나날이 되어 조석으로 출퇴근의 남편을 보며 놀면 뭘 해 갈 곳이 있어 좋지?
손재주와 취미로 열심히 일하면 대가도 있고 보람도 되고 이제 2년만 하면 어떨까? 80에 은퇴도 괜찮을 테고. 
친구들 후배들이 능력 있다고 부러워하지만 요즘 추운데 잦은 외출이라 ‘그만해도 될 나이와 처지인데’ 오고 가면서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나이가 어때서? 딱 좋은 나이에 움직이면 좋다.
오늘 가게에 와본다. 쇼핑몰 안에 손님들이 북적댄다. 생기 있고 각자의 분야에 충실한 사람들 모습이 보기 좋다. 미장원에도 부쩍, 네일샵에도 오나가나 여자들이 기승이다. 손톱, 발톱 손질과 예쁜 머리 모양으로 파티에 갈 거라고 들떠있는 손님들과 만나본다.
손주들이 연말 방학을 하면 아들 집에 모두 모일 테고 시끌벅적 하겠구나. 2020년 할머니는 정말 실속 있는 나날을 보낼 거다. 어제 도서실에 안의 시니어 파티장엔 할머니들이 곱게 치장을 하고 푸짐한 음식과 정담도 나누고 상품도 나누고 화기애애했다. 특별히 혼자된 백인 마가렛, 마리아, 유난히 정이 많은 노인 친구들, 우린 자주 만난다. 헬스장에도 2~3곳의 노인 교실에서도.
겨우 며칠 안 남은 2019년 지난 날을 돌아보면서 앞으로의 나를 설계한다. 아직도 컴퓨터 실력이 부진하니 더 배우고 익혀두자. 5살이 되어가는 손주 엘리옷이 나를 생기 있게 자극해준다.
숙제라고 책을 펴서 열심히 공부한다. 이곳은 역시 산 교육이다. 그림을 보면서 녀석은 피자와의 상관있는 것들을 연결하고 중얼거린다. 치즈와 버섯과 양파와 페퍼로니 등등. 그림을 잘 그리는 걸 보니 아들의 끼를 닮은 듯 공룡을 척척 그려 나가면서 나보고 그려 보란다. 겁 없이 용감한 꼬마지만 당당함과 의젓함을 배운다. 
딸아이가 1월 중순 더 크고 좋은 집으로 이사를 한다니 은근히 걱정도 된다. 나도 네 나이 때는 참으로 대범했는데 자꾸 소심해진 이유, 행여 아들, 딸이 걱정되어 그런단다. 부모의 마음 이라잖니.
요즘엔 세계 충청인 모임의 리더인 봉석 후배와 톡을 자주한다. 전 세계 속의 향우회원들과의 교통과 연락이 대단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난 자주 하얀 가래떡을 구입한다. 살짝 찐 떡 위에 꿀을 조금 가미하면 고향이 생각날 때마다 김 구이와 같이 아침상에서 흰떡 가래의 뜻도 오래오래 살라는 말이 있다니 약밥도 별식이다. 옛날에 즐겨 먹던 무나물 맛은 그때 그 맛이 아닌 듯 엄마 생각도 자주 나서 불러본다.
1월 1일엔 떡국을 끓여야지, 맑은 소고기 국물에 계란지단과 고명을 얹어 한 살 더 먹는 기념으로 고향을 생각하면서 따끈한 떡국을 준비해 옆집의 중국(탈북) 동포 내외랑 나눠 먹고 싶다. 인사성도 있고 어른을 공경하는 부부의 모습이 늘 감사해서 고맙다. 장하다. 
시청에서 시장의 배려로 2시간 이웃들이 모인다. 친교와 음식과 음악, 매년 참석한다. 새해가 되면 못다 이룬 계획들을 이루도록 소망해본다. 모쪼록 나를 아는 모든 지인들 가정 내에도 만복을 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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