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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란
(피커링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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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서로의 관계 속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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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뜨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관계를 맺는다. 남편이 출근한 뒤, 바로 옆 건물인 레크리에이션센터가 아침 6시에 문을 여니 벌써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영장에 가도 탈의실에도 로비도 낯익은 사람들이다. 정답고 반가운 이웃. 


한 달에 한번, 3번째 수요일엔 시에서 제공하는 커피의 날이다. 낯익은 멤버인 우리들, 헬렌은 몸이 불편한 서양 아주머니께 커피와 다과를 챙겨주고 말을 나눈다. 남편인 에릭은 굉장한 애처가이다. 매일 아침 운동하러 나오면서 부인도 챙기고 열심이다.


독일인 아주머니 부대에도 8명의 수다쟁이들이 있다. 해나는 팀호튼에서 열심히 봉사했으니 자기들도 챙겨달라고 농담이다. 나는 갓 구워낸 머핀과 쿠키를 대접한다. 구수한 냄새가 입맛을 돋우니 더욱 화기애애하다.


가끔 할아버지들도 혼자 온다. 오나가나 여자들이 득세이니 겸연쩍어 합석이 안 된다고 저쪽 구석으로 자리를 잡는다. Jin, Nick 이름을 불러주면서 다가간다. 친교와 화목한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고 “해나, 우리 내일 또 만나요” 인사도 정겹다.


내가 자주 드나드는 도서실에 온다. 모두가 이웃들이다. 신문을 읽고, 책도 보고, 저녁 시간엔 피커링 아줌마들 모임의 날이다. 한국식당이 있는 영 스트릿까지는 30분이면 된다.


고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YS 아우가 소식도 전해주고 입담이 좋아 얘기를 구수하게 한다. 부대찌개! 이름조차 정겨운 우리 음식이 아니던가. 내 식성엔 좀 매운 듯하나 맛있다.


남은 수다를 위한 2차는 커피점, 그리고 미용실, 세탁소, 편의점. 아우들이 열심이다.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가 없으면 사는 낙이 무엇일까. 얽히고 설키고 이런 게 사는 것 아닐까.


지난번 몸이 힘들 때는 이런 고마움을 잊었고, 정상으로 돌아와 감사함으로 좋은 관계를 다시 시작하며 주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내가 조금 힘들어도 안될 일이 없다.


무던히도 성실한 남편을 보니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불평 없이 감사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끈기가 있다. 아직은 어디를 가도 거리가 먼 나의 입장이다. 2~3년 후엔 자녀들과도 조금 가깝게 살고 싶다. 30~50분 운전이 지금은 OK이지만 어려워질 날이 곧 올 것을 대비해야지.


 손재주와 기술이 뛰어난 남편의 구두수선 업도 그때쯤엔 손을 놓아야 할 테고 지금까지 건강한 체력으로 꾸준하게도 성실할 수 있음을 항상 감사하는 우리다. 천천히 계획한다. 일손을 놓은 뒤엔 과연 우리 부부의 모습은 어떨는지.


마음은 전혀 늙지를 않는데 몸은 변하니 순응해야지. 그 동안에 더 많은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웃과 가족과 친구들, 모두에게 이해와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밖엔 햇빛이 밝고 따스하다. 조금 걸어야 하니 일어난다. 내일은 후배들을 만나면 반갑고 정다운 시간도 되겠구나. 남편이 즐기는 누룽지도 구할 수 있고 숭늉이 구수해 맛있는 식품도 사올 수 있어 좋구나.


어릴 적의 맛있게 먹던 팥 시루떡과 단감을 사자. 식혜도 파김치랑 오이 김치도 만들자. 약밥과 포기김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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