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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란
(피커링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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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숙의 영면을 빕니다-채영수 님 영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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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모자라는 78살 더 살아도 충분했는데… 자꾸만 외숙의 생시 옛날 모습과 기억들이 떠올라 1주일 동안 너무 힘들었고, 마음고생으로 육신도 지쳐있다. 그래도 외숙모(미망인)는 훨씬 괜찮아 보이는데, 아니다 한동안 잊혀질 수가 없을 것 같다. 
살아생전에 너무 열심히 사셨던 외숙의 형편을 너무 잘 이해하니까 더욱더 인연이 사무친다. 이민도 3개월 정도 늦은 여름날에 올망졸망 3남매를 데리고 먼 땅으로 이주했다. 
남편보다 3살 많았던 외숙은 촌수가 어떻든 친구같이 시골 고향에서 같이 자라며 추억을 만들고 살아왔는데, 캐나다의 이민도 처음엔 원룸의 옹색한 공간에서 고생해도 달갑게 받아들이고, 추억을 만들고, 인정도 인품도 동네 아저씨 마냥 순수하시고 선량했던 외숙.


기억에 남는 것은 조카(남편)에게 운전을 가르쳐주시고 그때 당시 74년도에 교습비라도 아껴야 한다면서 주말엔 쇼핑몰 주차장에서 운전 교습을 해주셨던 외숙이다.
44년 지난 지금에야 죄송함을 떨구지 못한 채 평소에 자주 찾아 뵙지 못함이 마음에 저리다. 손주를 무릎에 앉힌 젊었을 때 사진 속에서 무한한 사랑을 주셨던 기억도 있다.
병마와 싸우고 괴로워했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로 마음이 송구스럽다. 불과 몇 달 전에 “질부, 별일은 없겠지?”하며 조카를 걱정해 주시면서 식이요법을 알려 주시던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얼마나 고통이 심했으면 호스피스 집엘 가겠노라고 애원했다니 의식이 없으면서도 눈을 떠서 가족을 보다가도 말할 힘이 없어서 조용히 눈을 감으신 채 영면하신 외숙님, 평안을 기도합니다.


오늘로 일주일 지났지만 온통 아픈 마음이 심하게 다가온다.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다면서 남편과 나는 헛되이 가버리는 우리네 인생의 끝자락을, 살아온 날보다는 살 날이 더 짧은 우리들이니까 더욱 노력하자. 건강을 지키자고 다짐한다. 
지면을 빌어서 평소에 친근하게 지냈던 우정회 여러 지인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내가 토론토 동쪽에서 산지도 31년이 되었으니, 처음에 이민 짐을 서쪽 미시사가에 풀었던 젊었을 때는 그곳에서 뿌리를 내릴 결심도 했었는데, 15년이나 머문 정든 곳이면서도 자주 안 다녔더니 던다스 길과 첫 집을 마련해 아들, 딸을 아침 저녁으로 등하교 시켰던 코스라와 딕시, 번햄도프 길도 낯설게 느껴진다. 
세월이 참 무상하다. 나와 남편이 젊어서 살았던 친정 같은 동네가 많이 변해서 밤길 운전이 서툴 정도이니. 
외삼촌! 나는 친정 쪽의 동기간이 달랑 조카들 2명밖에 없지만 외숙 2명과 숙모들과 어쩜 친구만큼이나 격의 없는 처지였는데…
12월 19일 생신날도 못 보시고 고통도 불만도 걱정도 없는 곳으로 훌쩍 떠나신 그날은 유난히도 어둡고, 밖엔 주룩주룩 비까지 내려 슬펐습니다. 편안한 곳에서 세상일 다 잊으시고 조용히 쉬세요.


 시어머니의 장례식에 오셨다가 다리가 불편하다고, 걸음이 힘들다고 한지가 2년 되었는데 이렇게 빨리 작별할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이곳 저희는 다들 무고합니다. 외숙! 7일만에 영면을 비는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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