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sul
설동란
(피커링 거주)
블로그 ( 오늘 방문자 수: 63 전체: 126,870 )
좋은 아침나절에
drsul

 

좋은 아침나절에

 

 공기가 맑고 평온한 이른 아침이다. 화단 위에 작년에 피었던 꽃나무 잎이 보이기 시작한다. 겨우내 눈 속에 덮여 힘들었던지 노랑 꽃이 피어나고 나뭇잎들이 우렁우렁 힘차게 이파리를 피울 것이다.


 아직 두 달도 채 안 된 외손주 Eliot도 제법 크다. 그러나 아직은 세상에 적응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엄마 뱃속같이 따뜻하고 좋은 곳이 아닌 세상에 태어났으니 잘 적응하면서 커가라. 밤낮의 구분이나 너의 언어나 표현은 울음으로 알리는 방법밖에 없으니까.


 딸아이가 두 아들의 엄마가 되었으니 대견하면서도 안쓰럽다. 잘 견디어라. 나도 오빠랑 네가 어릴 적에도 젊음이 있었기에 잘 감당하고 참았더니 오늘날 너희가 있다.


 고짐감래(苦盡甘來), 쓴맛이 지나면 단맛 나는 세상살이. 그저 세월에 순응하며 현실에 만족하라. 

 

 새 차를 구한 지 아직 한 달이 안되니까 남편은 애지중지 새 차를 말끔히 손질한다. 나보다 먼저 퇴근한 남편의 식탁을 준비 중이다. 닭고기를 잘 끓이다가 미역, 양파, 감자를 골고루 섞어 맛있게 국을 만든다. 
참조기라고 맘먹고 구입한 걸로 생선구이도 한다. 옛날의 고향에서는 그렇게 맛있던 음식. 세월따라 입맛도 변한다더니…

 

 요즘은 자주 책상에 앉게 된다. 옛날에 기록해놨던 수첩들. 적어도 10년 이상 된 낡은 수첩, 일기장을 가끔 들춰본다. 재미있고 유익하다. 손주들과 찍은 각양각색의 사진들도 본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진다. 너희가 커가면서 더 의젓해지고 당당한 모습...


 왜! 우리는 너희의 모습과 달라지는 것일까? 그러나 심각할 것 없다. 세월 속의 우리는 변하기 일쑤니까.

 

 이제 무거운 겨울옷을 치워두자. 봄, 여름에 즐겨 입은 산뜻한 색깔의 가벼운 옷가지를 정돈하면서 신이 난다.


 경로대학에도 가고 오래 못본 친구들, 후배들도 모두 만나 정담을 나누자. 봄소식도 함께. 이렇게 좋은 아침에도 유독 맘에 걸리는 아우 Y.K. 너무 힘들지? 힘내라. 참아라. 손주들은 2명이나 하루도 빼지 않고 챙기니 장하다. 귀한 모성애를 실천하는 아우야. 더욱 건강히 지내라고 기도해주마.


 녹음방초 짙어가는 좋은 시절이 꼭 오고 있다. 손주들을 대동하고 공원에서 만나자. 산책하며 얘기하자. 네가 지친 심신을 잘 회복하기 바라며 한 달만 잘 보내라. 손주들의 재롱이 너무 귀여워서 피곤도 모르는 할머니의 심정. 밖에서 또 나를 부른다. 산책도 하고 오라고. 일어난 김에 헬스장에 가서 사우나, 월풀, 수영, 모두 하고 싶다. 땀을 내고 정신 차리자. 그래야 걸어서 출근할 때 거뜬할테니. 근무할 때는 잡념도 걱정도 물러서거라.

 

 엊그제는 최고 Boss인 Owner R씨가 멋있게 액자에 담은 ‘To. Commemorate’를 선사했다. 고마워요. 최선을 다해 우리 회사에서 10년 이상 성실하게 일한 모범직원이라며 금일봉과 함께 악수하는 손에 힘이 나고 격려와 칭찬은 나를 춤추게 했다.


 옆에 있는 젊은 Co Worker들도 축하해줬다. 꾸준함과 성실함이 대단했다고. 70세의 할머니를 위로해준 직원 모두에게 고마웠다.


 식탁 위에서 내가 웃고 있는 사진들을 보고 있다. 주님, 모든 것이 은혜로소이다. 더욱 분발하는 제가 되기를 다짐하면서 Gym Bag을 어깨에 메고 문밖을 나선다.


 금일봉으로 준 감사금으로 우리 자녀들을 옆에 두고 맛있게 밥을 사련다. 너희도 모두 끈기있게 노력하라고 당부할 것이다. 선한 끝(노력의 댓가)은 꼭 있는 법이다. 


 잘 채찍질해주신 부모님 은혜를 다시 감사드립니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