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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왜 실패하나(5)-호주의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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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호주는 근대사에서 영국의 중범죄자들의 유배지였다. 18세기 영국은 범죄자를 다루는 방법이 간단했다. 해외 고도로 보내서 안 보면 그만이었다.

미국이 독립되기 전에는 미국으로 보냈으나, 이후 달가워하지 않아 아프리카로 보냈는데, 말라리아 같은 풍토병이 심해, 아무리 죄수라지만 자국민을 그리로 보낼 수 없어 호주가 선정됐다.

1770년, 제임스 쿡 선장이 발견한 호주는 태평양 가운데 외진 섬으로 죄수를 보내는데 안성맞춤이었다. 다음은 그때 이야기이다.

 


 본론


1788년, 필립선장 지휘아래 죄수를 가득 태운 11척의 배가 지금의 시드니 항에 도착했다. 그날이 호주의 건국기념일이었다.

그 중 한 배에 헨리와 수산나라 불리는 죄수 부부가 타고 있었다. 수산나는 절도죄로 사형을 언도 받고, 아메리카 식민지로 이송될 예정이었으나 미국이 독립하자 계획이 바뀌어 호주로 가게 됐다.

그녀는 같은 재소자로 사랑에 빠진 헨리와 헤어질 처지였는데 다행히 어느 자선가의 도움으로 이들은 갓 태어난 아들과 동행해서 호주로 이송됐다.

자선가는 이들에게 20파운드와 적지 않은 선물을 마련해 이를 선장에게 맡기고, 호주에 닿으면 이 죄수에게 주도록 부탁했다.


 막상 호주에 도착하니 선장의 마음이 달라졌다. 원래 영국 법에는 죄수가 재산을 소유할 수 없어 그곳이 영국이라면 그냥 끝나는 일이었다. 선장도 이를 잘 알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호주 법무관은 달리 판결했다. 선장은 패했고 배상을 명령 받았다. 호주에서 치러진 첫 민사사건이었다.

애초 이곳에는 죄수와 이를 감시하는 간수만 살았는데, 간수는 대부분이 군인 이었다.

죄수는 그곳에서 강제노동을 했는데, 물론 임금은 없고 죄수가 생산한 것은 간수가 차지했다. 죄수가 받는 것은 식량뿐이었다.

간수는 수입을 올릴 생각에 매질도 하고, 더 외딴섬으로 추방도 했으나 별 효과가 없자, 생각을 바꾸어 죄수가 주어진 노동을 한 후에 남는 시간은 자신을 위해 일하고 그 때 생긴 생산품은 죄수의 소유로 했다.

이렇게 하니 죄수도 간수도 이익을 보게 됐고, 죄수들의 노동생산성이 높아졌다. 당시 술(럼주) 제조가 인기였는데 이런 식으로 간수는 큰돈을 만질 수 있었다.


1796년, 간수로 호주에 왔던 맥아더는 호주의 광활한 초원을 보고 목축 사업을 시작, 양모 수출을 크게 키웠다. 양들에게는 이곳에 맹수가 없어 천국이었다. 맥아더는 큰 부자가 되었다.
죄수도 일한만큼 돈을 벌어 사업을 벌이는 게 허용됐고, 이들 또한 다른 죄수를 고용하면서 양모사업은 급속도로 발전하였다.
더욱이 형기를 마친 죄수에게는 복권해 주고 땅도 주었다. 이렇게 포용적인 정책을 쓰니 부가 대중에게 퍼졌다.
이에 다양한 사업이 일어났다. 배를 사서 물개 가죽 무역을 하기도 하고, 호텔, 농장 등도 융성했다.


당시 대개의 유럽 국가들은 특정 귀족이나 권력자가 돈이 될만한 산업을 독점하고, 자기 가족 외에는 허용하지 않는 폐쇄적 정책을 폈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처음부터 귀족이라는 착취 신분이 없고, 죄수와 간수가 건국의 아버지가 된 것이 행운이었다. 이렇게 포용적 경제제도가 정착하니, 이어 포용적 정치제도가 뿌리를 내려, 1856년 세계 최초로 비밀투표가 실시되었다. 죄수가 발을 디딘 후 68년만이다.
호주는 이렇게 경제적, 정치적으로 더불어 잘사는 포용적 제도를 채택하고, 때마침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을 받아들여 성공한 나라다. 


 결론


호주의 첫 민사사건을 다룬 법무관의 신의 한 수 같은 판결을 한 1788년은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의 영조 때였다. (1725-1799).
그때, 조선에서라면 어떠했을까? “죄수 처지에 고얀놈, 곤장을 쳐라”가 답이 아니었을까? 양반(선장)과 노비(죄수)간의 신분질서 유지가 당시 봉건 절대왕조 정치제도하에서 체제유지를 위한 통치수단 이었으니 아마도 ‘돈 잃고, 곤장 맞고’했을 듯하다. 


 1856년 호주에서 비밀투표로 자신들의 대표를 뽑을 때는 조선 순조 때이다. 호주의 역사를 보며, 조선은 왜 실패한 국가가 됐나 하는 복잡한 심정이 든다. 


한편, 국가가 잘 되려면 행운도 따라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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