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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1) -지하 궁전(물 저장소 Yerebatan Sara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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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지형에 매료되었으며, 또 그 바위를 파고 믿음을 지켜 나가던 초대 교회의 가슴 뭉클한 자취를 떠나야만 한다는 아쉬움과, 그래도 떠나야만 한다는 현실 사이에서 탈출하기 위하여서는 어두운 한 밤 중에 일어나 부산을 떨어야만 하였습니다.

어둠 속을 한참 달리니 멀리 하늘이 뿌옇게 밝아 오기 시작합니다. 조금 더 밝아지자 시야에 들어오는 높은 산 정상에는 하얀 눈이 덮여 있었습니다. 이 지역을 경이롭게 만들어 주기 위하여 화산을 폭발시킨 에르지에스 산이랍니다. 여기, 산 아래는 벌써 이른 여름이 다가왔는데 아직도 하얀 눈을 이고 있는, 그만큼 높은 산이었습니다.

조그마한 시골 비행장이었습니다. 트랩도 걸어 올라가야 하는… 비행기에 올라 조그마한 창으로 보이는 흰 눈을 이고 있는 산을 바라보며 지난 며칠을 되뇌어 보았습니다.

쿠샤다시에서 시작해서 카파도키아까지 구불구불 돌아온 길이 약 3000km의 거리였습니다. 이제 여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여기서부터 직선 거리로 631km 떨어져 있는 터키 최대의 도시 이스탄불로 비행하는 것입니다.

버스로 가면 볼 것이 좀 더 많겠지만 시간이 없으니 하늘길로 가야지요. 6시 40분에 출발한 비행기가 땅에 닿은 것이 7시 50분이니 약 한 시간 10분 만에 631km를 날라온 셈입니다. 참 세월 좋아졌습니다.

이스탄불,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로마의 수도를 이곳으로 옮긴 후부터 동로마로 불리우다가 권력의 주체가 바뀌면서 자연스레 비잔틴 제국으로 불리워지며, 약1600년간을 세계의 수도가 되어 120명의 황제와 술탄에 의해 번영하며 지배되어 온,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도시입니다.

기독교의 영향력 아래 번성하였던 제국의 수도가 왕족과 교회 관계자들 사이에 벌어지는 음모와 술수, 이에 덧붙여 페르시아와 아랍의 침공으로 기독교의 유산들이 파괴되고, 이를 되찾는 명분으로 일어난 십자군전쟁은 오히려 이 곳에 산재한 많은 기독교의 유물들을 더 부수어 라틴계 유럽으로 반환하는 바람에 더욱 황폐하여 졌지만, 슐탄 마호멧 2세에 의해 오스만 제국의 수도로 다시 태어나면서 이슬람의 영향력 아래 또 다른 번성기를 맞이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많은 교회의 유적들이 사원으로 개조되었고, 많은 기독교 유물들이 다행히도 부서지지 않고, 횟가루 속에 묻히게 되었던 것이 요즈음 벗겨지고 있는 것입니다.

1차 세계대전으로 오스만 터키가 완전히 몰락한 후, 유럽 연합국에 의해 나라가 분열될 위기에 이르자, 무스타파 케말의 영도로 독립을 쟁취하여 오늘의 터키로 부흥발전 되기까지, 발전과 몰락의 영욕을 함께 경험한 자취로 얼룩진 고도,

이스탄불에 내리니 조금씩 비가 뿌리고 있었습니다.

비 안 맞으려면 집으로 혹은 아예 물 속으로 들어가야겠지요? 호텔에 짐을 내리고 먼저 지하궁전이라고 불리는 지하 물 저장소로 갔습니다.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고리에 있는 이스탄불은 오랜 세월동안 많은 민족들의 이동 경로가 되어 언제나 충분한 물의 공급이 필요했던 도시였습니다.

따라서 로마 제국 시대부터 수로와 지하 저수조(貯水槽)를 많이 건축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저수조가 성 소피아 성당 서편에 위치한 지하궁전(Yerebatan Sarayi)입니다.

물은 이스탄불로부터 약 19Km 떨어진 흑해 근처의 벨그라드 숲에서부터 수로를 통해서 공급했고, 약 8만 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폭70m에 길이는 140m, 높이는 9m나 되는 엄청난 규모의 지하 저수조입니다.

이 건물은 동로마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대제 시대인 AD542년에 건설되었으며 천장 아치 장식을 336개의 기둥이 받히고 있는데, 대부분이 여러 고대 건축물에서 뽑아온 고린도식 기둥머리로 화려하게 건축되었기 때문에 이를 지하 궁전(sarayi 영어로 palace)이라 부릅니다.

1985년에서 1988년 사이, 이스탄불 시는 이 저수조에 쌓여왔던 진흙을 다 퍼내고 기둥들 사이에는 콘크리트와 나무로 도보길을 만들고 조명과 음향효과를 써서 관광객을 위한 장소로 단장하였습니다.

그 옛날, 아니 이곳이 지어진 것에 비하면 바로 어제보다도 가까운 1964년경에 “From Russia with Love”라는007영화에서 처음 본 엄청 큰 지하 물 저장소. 그 때에는 영화 속에서 제임스 본드가 나룻배를 타고 소련 대사관 밑으로 가는 것을 보았는데, 오늘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돌며 그 웅장한 지하 궁전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석주 위의 수심 측정기의 눈금이 기둥머리에까지 다다른 것을 보면 당시 이 저수조에 물이 얼마나 가득하였었는지를 짐작할 수가 있겠지만, 사실 8만톤이라는 양이 얼마나 많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가로, 세로, 너비가 1m인 box, 8만개를 쌓으면…?

가이드를 따라 깊이 안쪽으로 들어가니 기둥의 받침돌이 메두사의 머리모양을 하고 있는데, 메두사의 머리도 똑바로 놓인 것이 아니라 하나는 옆으로 뉘어 있고, 다른 하나는 아예 거꾸로 놓여 있었습니다.

결국 메두사의 머리에 있는 그 수많은 뱀들이 1500년 동안이나 물에 잠겨 있었으니 결국 정력에 좋다는 뱀물(?)이 된 것이 아닌가요! 그런데 아무도 마시려고 하지를 않습니다. 이젠 모두들 정력이 필요 없는 나이들이 되었나 봅니다? ㅋㅋ

이는 아마도 이를 건설한 사람들이 이방신들을 믿지않는 기독교인들이었기에 일부러 이렇게 하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이 메두사의 머리도 어디엔가 있었던 신전에서 뽑아온 것만은 확실한데 그게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답니다.

지금은 물이 말라 약 한자 정도 되는 깊이 속에 많은 잉어들이 노닐고 있었습니다. 그 물 속, 석주에는 돌로 잉어가 조각되어 있기도 하였는데 이 조각은 물을 오염으로 보호한다는 의미라는데 과연 정말 보호가 될까요?

 그 옛날, 비잔틴의 수도 콘스탄티노폴리스 시민들에게 물을 공급하던 저수조가 15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건재하여 옛사람들의 장인 정신과 과학적인 건축기법을 컴퓨터시대인 오늘날까지 뽐내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한 선조들이었습니다.

물을 저장하기 위한 저수 장소로서는 지나치게 웅장하고 화려하게 지어진 용궁 같은 지하궁전을 보고 나오니, 하늘은 어느새 파랗게 개여있고, 우리는 큰 길 이편에 서있는 것이 아닌가요! 그 저수조 위로는 큰 길이 나 있어 전차와 자동차들이 왕래하고 있으니 그 기초가 얼마나 튼튼하면….

하긴 이 물 저장소가 만들어진 후 그 위에 교회까지 지어져 있었다니까요. 그래서 일명 “바실리카 저수조”라고도 부른답니다. 언제 교회가 헐리고 길로 변하였다는 기록은 못 찾았지만 요즈음 북미에서 하이웨이를 운전하다 보면 가끔씩 보이는 커다란 물탱크와는 비교할 수가 없는 대단한 물탱크였습니다.

 

*메두사: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결국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고르고(Gorgo) 세 자매의 막내 괴녀(怪女)입니다. 머리카락은 모두 뱀이고, 멧돼지의 엄니와 황금의 날개를 가졌으며, 그 추악한 얼굴을 본 사람은 돌이 된다고 하였지만 종래에는 페르세우스에게 목이 잘려서 죽었습니다. 이 장면을 멋지게 조각한 벤베누토 첼리니의 작품이 이탈리아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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