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러'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형, 나 우는 거 아니예요. 눈에 먼지가 들어갔나봐."

휘슬러마운틴으로 오르는 곤돌라가 보이는 광장에 들어서자 그는 눈가를 문지르고 있었습니다. 내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그가 고개를 돌리며 한 말입니다.

눈자위가 붉어진 채로 그는 잠시동안 휘슬러와 블랙콤을 둘러보았습니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그에게 그동안의 사연을 들어보니 그 눈물이 이해가 갔습니다.

그는 4년전에 휘슬러에 다녀갔습니다. 
그 후 4년동안 그에게 닥친 개인적인 불행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많이도 힘들만한 사연이더군요. 그 불행과 슬픔속에서 그는 휘슬러에서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렸습니다. 하얀 눈 위를 달리던 기억들, 그 행복했던 순간들이 그에겐 유일한 구원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4년만에 그 구원의 기억을 찾아 다시 휘슬러에 왔고 휘슬러와 블랙콤 마운틴을 보자 그 감동에 압도되어 자연스럽게 눈물이 흘렀던 것입니다. 마치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사랑하는 연인을 만난듯이.

휘슬러가 가지는 의미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릅니다.
특히 스키나 스노보드의 중독자들이 아닌 사람들에게 휘슬러는 그저 '이름난 스키 리조트' 이상의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스키나 스노보드의 중독자들에게 휘슬러의 의미는 유별난 것입니다.

저는 스키를 타는 분들에게 휘슬러를 꼭 다녀가라고 권하는 입장입니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 성지순례라는 특별한 의식이 있듯이 스키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휘슬러는 스키를 타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번은 거쳐야할 순례지요, 관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휘슬러가 가진 자연적 환경이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휘슬러는 세계적 스키장들이 가진 장점들을 교묘적절하게 조화시킨 스키장입니다. 유럽의 알프스 주변의 스키장들처럼 넓지도 않고, 콜로라도나 유타의 스키장들처럼 설질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북미최고의 스키장이라는 것에 이의를 다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스키를 타면서 즐길 수 있는 모든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정설된 슬로프는 물론이고 파우더와 범프, 트리런과 블랙다이아몬드, 그리고 백컨트리 스킹까지...... 골프에 비교하자면, 한국의 스키장은 연습장이요, 위슬러는 필드라 할 수 있습니다.

위슬러를 다녀간 많은 사람들이 위슬러를 '스키어의 천국'이라 부릅니다.
아마 그들이 꿈꿔왔던 천국(天國)은 다른 사람들이 꿈꾸는 천국과는 많이 다른 모습일 것입니다. 그들은 이미 흰 눈에 중독된(?) 스키어들이니까요. 그들이 꿈 속에서 그리던 천국을 엿보고 행복한 기억들을 가지고 돌아갑니다.

그 기억들은 그들에게 스킹에 대한 한 차원 높은 안목을 주었고,
살아가면서 만나는 어려움과 슬픔속에서 커다란 힘이 되었습니다.

'휘슬러'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