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머레이(4위·영국)가 한 달 전 윔블던 대회에서 2위에 머무른 아쉬움을 완벽히 털어냈다.

머레이는 5일(현지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에서 로저 페데러(3위·스위스)를 3-0(6-2, 6-1, 6-4)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머레이는 윔블던에서의 패배를 제대로 설욕했다.

머레이는 지난달 같은 장소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결승전에서 페데러에게 1-3(6-4, 5-7, 3-6, 4-6)으로 역전패했다.

머레이가 결승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영국인들의 기대는 하늘을 찔렀다.

1936년 윔블던 우승자인 프레드 페리 이후 머레이가 자국에 80여 년 만에 윔블던 우승컵을 안겨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영국 전역이 들떴다.

그러나 머레이는 처음으로 진출한 대회 결승에서 '테니스 황제' 페데러를 만나 우승이 좌절됐다.

2008년 US오픈과 2010년, 2011년 호주오픈에서 준우승에 머무른 데 이어 올해 윔블던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하자 머레이에게는 '메이저 무관 신세'라는 딱지가 늘 따라붙었다.

한 달 후 같은 곳에서 치러지는 올림픽에서 똑같은 아픔을 되풀이할 수 없다는 생각에 머레이는 이를 악물었다.

윔블던 맞수 페데러가 올림픽 남자단식에서는 메달을 차지한 적이 없을 정도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기에 머레이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2연패를 노리던 라파엘 나달(3위·스페인)이 부상을 이유로 출전을 포기한 데다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질 수 있다는 점도 호재였다.

순조롭게 결승까지 오른 머레이는 올림픽 마지막 경기에서 페데러를 압도해 홈팬들 앞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올잉글랜드 클럽에 모인 영국팬들도 104년 만에 탄생한 자국의 테니스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영국은 1908년 런던올림픽에서 1위에 오른 조쉬아 리치를 끝으로 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에서 금맥이 끊긴 상태였다.

머레이는 "내 인생 최고의 승리"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머레이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패배를 겪었지만 그때마다 힘들었다"며 "하지만 이번 승리는 윔블던 결승에서의 패배를 완벽히 털어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머레이는 로라 롭슨과 함께 출전한 혼합복식에서도 은메달을 손에 넣어 올림픽에서 메달 두 개를 획득하는 기쁨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