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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대회장에서 만난 최경주 양용은 김경태
lucasyun

US오픈 대회장에서 만난 최경주 양용은 김경태

대회 개막 앞두고 양용은은 김경태와, 최경주는 배상문과 함께 함께 연습라운드

마니아리포트 | 이사부 | 입력 2012.06.13 10:01

[마니아리포트 이사부]15일(이하 한국시간)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올림픽 클럽에서 벌어지는 제112회 US오픈의 가장 큰 관심은 아무래도 타이거 우즈의 진정한 부활 여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 시즌 미국PGA투어에서 2승을 거두긴 했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해야 진정한 부활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미국 팬들의 관심은 당연히 우즈에게 쏠리겠지만 아무래도 우리 한국 사람들은 한국선수들에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1, 2라운드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최경주(42.SK텔레콤), 양용은(40.KB금융그룹), 김경태(26.신한금융그룹) 등 세 선수가 나란히 한 조에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이들의 맞대결이 초미의 관심입니다.

대회 개막 이틀을 앞둔 13일(현지시간 12일) 대회가 열리는 올림픽 클럽을 찾아 연습라운드 중인 이들을 만났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오전에 양용은과 김경태가 함께 연습라운드를 했고, 최경주는 오후에 배상문 등과 함께 코스를 탐색했습니다. 이들에게 한국선수들끼리 맞대결을 벌이는 것에 대해 물었습니다. 반응은 별 게 없었습니다. 어차피 골프는 자기 게임이기 때문에 동반자가 한국선수이든, 외국선수이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이지요.

물론 아무래도 한국선수들끼리 치게 되면 당연히 한국인 갤러리들이 많이 모이게 되고. 익숙한 응원소리를 들으면 좀 더 잘 칠 수 있으리라는 것 정도? 또 힘든 영어 안 하고 동반자끼리 한국어로 이야기하면서 라운드를 할 수 있으니 다른 데 신경 쓸 일(?)이 없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사실 최경주와 양용은 하면 미국PGA투어에서 뛰는 한국의 간판입니다. 굳이 이들의 경력을 이야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지금까지 미국PGA투어에서 이들이 동반 라운드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다른 한국 선수들과는 몇 차례씩 공식 대회 라운드 경험이 있지만 공교롭게도 최경주와 양용은은 한 번도 같은 조에서 부딪힌 적이 없습니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결정하는 1, 2라운드는 물론이고 성적순으로 편성되는 3, 4라운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양용은에게 혹시 한국에서라도 같은 조에서 친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한참을 생각하더니 한 번 있더라고 합니다. 바로 2003년 SK텔레콤 오픈 마지막 라운드였습니다. 당시 최경주와 양용은, 그리고 신용진이 함께 라운드했는데 막판 추격한 최경주가 선두를 달리던 신용진과 공동 1위가 돼 연장 끝에 결국 최경주가 우승했다고 합니다. 양용은은 4위를 했습니다.

사실 최경주와 양용은은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같은 주택 단지 내에서 살고 있습니다. 또 매니지먼트사도 같은 IMG입니다. 하지만 서로의 스케줄이 있고, 각자의 가정이 있기 때문에 만날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합니다. 메이저 대회 같은 경우 가족과 함께 오기 때문에 대회 중에도 만나기가 어렵고, 가족들과 같이 가지 않는 일반 대회의 경우 일부러 한국선수들끼리 저녁이라도 먹자고 해서 한데 뭉치곤 한답니다.

대선배들을 모시고 라운드를 해야 하는 김경태로서는 사실 눈치가 보입니다. 표현이야 못하지만 1, 2년 선배도 아닌 10년 이상의 대선배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것저것 신경을 써야 할 게 많은가 봅니다. 김경태는 "대 선배들을 모시고 쳐 영광"이라고 하지만 라운드가 편치만은 않을 듯합니다.

최경주는 한국선수들끼리 한 조를 편성한 것에 대해 "미국골프협회(USGA)가 한국의 위상을 인정해서 이 같은 조 편성을 한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물론 세계적으로 한국은 골프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같은 분석도 있지만 한국선수들끼리 한 조에 묶은 것이나 미국에서 현재 가장 인기가 높은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버바 왓슨을 한 조로 묶은 것이나, 세계랭킹 1~3위인 루크 도널드(잉글랜드),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를 한 조로 만든 것에는 주최 측인 미국골프협회의 꼼수가 숨어 있습니다.

대회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티켓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일반 티켓 뿐 아니라 스카이박스에서 즐길 수 있는 수백 달러짜리 비싼 티켓도 매진이 안됐습니다. 지금까지의 경우를 봐서 대회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불구하고 매진이 안 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주말 입장권은 매진이 됐지만 평일에 벌어지는 1,2라운드 티켓이 많이 남자 미국골프협회가 1, 2라운드 조 편성을 흥행 위주로 짜 지난 주에 일찌감치 발표를 한 것이지요. 팬들의 재미를 돋우면서 남은 티켓까지 팔겠다는 속셈이지요.

지금까지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우즈와 미켈슨이 첫 날부터 같은 조에서 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US오픈의 경우 전년도 챔피언과 아마추어 챔피언이 함께 치는 등의 여러 가지 조 편성과 관련된 관례들이 있지만 티켓이 매진되지 않은 이번 대회에서는 이런 전통이 모두 무시됐습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보는 사람들이야 더 재미있게 됐으니 별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교민들도 3명의 코리안 스타 플레이어의 대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많이들 올림픽 클럽을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누가 가장 잘 칠 지. 또 재미있는 사실은 세 명 다 바닷가 출신이라는 겁니다. 최경주는 전라남도 완도가 고향이고, 양용은은 제주, 그리고 김경태는 속초 출신입니다. 대회가 열리는 올림픽 클럽도 바닷가에 있습니다. 계속해서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나무와 잔디와 옷깃을 흔듭니다. 바닷가 출신 세 명의 동반 라운드가 어떤 상승 효과를 가져올 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