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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울어야 수컷이다
lucasyun
2005-01-31
2005년은 을유년(乙酉年) 닭의 해다. 한 해의 계획을 세우는 1월에는 그 해가 가지는 의미를 곱씹어 보기 마련이다. 이육사의 시 <광야>는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로 시작한다. 닭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액을 막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동물로 여겨져 왔는데 이는 새벽녘 동트기 전 먼저 일어나 우는 닭의 생태가 가져온 상징적인 의미인 것이다.
어스름한 새벽녘, 초가 지붕 위에 올라 ‘꼬끼오’ 하고 길게 목을 빼는 닭 울음 소리는 자명종이 없던 시절 아침의 시작을 알리는 시계 역할을 했다. 이제는 보기 힘든 풍경과 듣기 힘든 소리지만 닭이 우는 새벽에 대한 이야기는 관습적인 표현으로 생활 곳곳에 남아있다. 특히나 새벽에 우는 닭이 수탉이라는 점에서 우리 남성들은 수탉의 ‘아침형’ 열정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수닭이 새벽에 우는 이유는 자기 영역을 표시하고,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남성도 수탉과 마찬가지로 새벽에 무의식적인 힘을 발산하게 되는 데, 그것이 바로 새벽발기다. 새벽 발기는 남성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신체적인 증상이자 건강을 체크하는 주요한 징표이기도 하다. 발기는 신체가 주기적으로 혈액순환을 왕성하게 해 혈관 및 주위 조직에 산소와 영양분을 보내려고 하는 자연적인 생체 메커니즘이다. 노인들도 미약하지만 아침에 발기가 된다는 것이 이러한 점을 잘 설명해준다.
따라서 아침에 섹스를 하지 못할 정도로 발기가 되지 않는 남성은 빨리 치료를 해야 한다. 아침에도 발기가 잘 되지 않는 사람이 밤에 발기가 잘 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새벽 발기가 잘 되는 사람은 발기조직과 발기를 유발시키는 신경전달회로에 큰 문제가 없으나, 새벽 발기가 잘 되지 않는 사람은 발기 부전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으며, 발기 조직의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나이가 들수록 발기시의 강직도와 지속시간은 현저하게 약해지게 되는 데, 이는 발기 조직 자체의 능력을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39세의 직장인 최모씨가 내원해서 처음 한 이야기가 있다. ‘새벽발기가 안 되는 사람에겐 돈도 꾸어주지 말라’는 속설에 관해서였다. 학원강사인 최씨는 밤 늦게까지 일하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 습관이 몸에 배어서 새벽발기를 잊고 산지 몇 년째, 뒤늦게 발기부전을 발견한 케이스다. 아내가 둘째 아이를 가진 후 몇 년 동안 남성의 역할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던 최씨는 ‘그 속설이 정말 맞는 것 같다’며 신기해 했다.
그 속설처럼 남성의 발기는 남성의 능력을 상징하고, 사회적인 인정과 관계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극단적으로, 아침에 울지 않으면 수탉이 아니듯 아침에 발기가 되지 않으면 남성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최씨는 발기부전을 치료하면서 음경확대를 함께 병행했다. 그 동안 잃어버리고 살았던 남성성에 대한 자신감을 최대한으로 키워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불교에서는 닭 우는 시간에 항시 참선한다는 의미로 ‘계명정진’이란 용어를 쓴다. 맞벌이를 하고, 야근을 일삼는 생활 동안 새벽 발기의 느낌과 섹스를 잊고 살았다면, 을유년 새해를 맞아 ‘계명정진’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수탉이 지붕에 올라가 우는 시간에 단단한 느낌으로 잠에서 깨어나, 생리학적으로 남성호르몬 분비가 가장 많은 아침시간에 계명정진으로 즐기는 모닝섹스가 2005년을 활기차게 열게 해 준다면, 을유년은 닭의 해가 아니라 바로 당신의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뇨기과 전문의 이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