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공포 보건당국 비상 "전국 확산때 1천만명 감염, 3만명 사망 가능" 박창욱기자 = 조류독감(Avian Influenza) 공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유행할 경우 큰 피해가 우려돼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조류독감은 주로 닭과 오리, 칠면조 등 가금류에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전파속도가 매우 빠르고 고(高)병원성의 경우 치사율이 100%에 이를 정도로 폐사율이 높다. 아직까지는 가금류를 통해서만 감염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인간 대 인간 감염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이다. ◆조류독감이란모든 종류의 조류에 감염될 수 있는 인플루엔자(유행성독감)이다. 특히 기르는 가금류의 감염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조류독감은 인체에도 전염이 된다. 그러나 아직 인간 대 인간을 통한 전염 케이스는 공식 보고되지 않았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포유류에 비해 혈청형이 다양하므로 포유류에서 새로 발견되는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대개 조류에서 유래된 경우가 많다. 오리가 돼지에게, 또는 사람이 동물에게 전파할 수도 있는 것처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약간의 변이를 통해 동물 간 전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류독감의 경과대략 100년 전부터 나타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세계적으로 1930년대 이후 발생하지 않다가 1983년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이래 2004년 현재까지 세계 각국에서 약(弱)병원성을 비롯한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생하고 있다. 조류독감은 야생조류나 돼지 사이에서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1997년 홍콩에서 조류와 접촉한 뒤 감염된 8명 가운데 6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람도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2003년 이후 아시아에서 확산된 조류독감 H5N1 바이러스로 인해 베트남에서만 40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적어도 65명이 숨졌으며 수천만 마리의 새와 가금류가 집단폐사했다. H5N1은 감염된 조류가 다른 가축과 접촉하거나 배설물을 통해 조류독감을 전파하기 때문에 방역이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에서도 1996년에 이어 2003년 12월 충청북도 음성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나 약병원성으로 인체에는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간 대 인간 감염 위험인간이 조류독감에 감염되면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돌연변이를 일으킨 변종 바이러스는 인간끼리의 전염을 유발, 전세계적인 대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조류독감을 A급으로, 한국에서도 이를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각각 분류하고 있다. 병원성(病原性)에 따라 고병원성, 약병원성, 비(非)병원성 3종류로 구분되며 이 가운데 고병원성은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리스트 A등급으로, 한국에서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전이돼 인간 감염으로 확산되는 최악의 경우 1억명 가까운 사람이 수주 일 내에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 WHO의 경고다. ◆감염경로와 증상조류독감에 감염된 닭, 오리 등 가금류의 타액이나 배설물 등을 통해 전염된다. 지금까지는 조류독감에 걸린 가금류와 직접 접촉한 사람들만이 이 병에 걸렸지만 전문가들은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사람들이 걸리는 독감바이러스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변이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증상은 조류의 경우 경우에 따라 볏 등 머리 부위에 청색증이 나타나고 식욕이 떨어지고 열이 나며 설사를 하거나 갈증 증세를 보이고 부종도 나타날 수 있다. 뉴캐슬병, 미코플라스마 감염증 등과도 증상이 비슷하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악성일 경우 50%에서 100%의 폐사율을 보인다. 사람이 조류독감에 걸렸을 때는 일반 독감과 비슷한 증세가 나타나는데 열이 나 고 기침을 하며 인후염, 근육통, 충혈, 호흡장애, 폐렴 등의 증세를 보인다. ◆예방법과 감염시 치료전문가들은 조류독감 감염은 조류의 분비물을 직접 접촉할 때 주로 일어나기 때문에 최선의 예방책은 살아 있는 닭과 오리 같은 가금류와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또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섭씨 70도 이상의 온도에서는 죽기 때문에 가금류를 섭취할 경우 충분히 익힌 뒤 먹을 것을 권고했다. 손을 자주 씻고 환기를 잘 시키며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는 접촉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직까지 조류독감방역은 백신보다는 차단방역 등을 통한 유입방지가 최선의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WHO는 올해 나타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기존의 값싼 항바이러스제인 아만타딘이나 리만타딘 등에 저항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현재 과학자들은 좀 더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조류독감 발생시 조치조류독감이 발생하면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전량 도살 처분하며 발생국가에서는 양계산물을 수출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조류독감이 의심되면 즉시 방역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이후 보건당국의 지시에 따라 감염예방을 위해 항바이러스 제제를 복용하고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등 조류독감 증상이 발생하는지 살펴야 한다. ◆가금류 먹어도 되나닭고기 등을 먹었다는 이유로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WHO는 열이 바이러스를 죽이기 때문에 닭고기 등을 먹을 때는 반드시 최소 섭씨 70도 이상으로 가열해 조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가금류를 취급한 뒤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국내 유행할 경우 피해 정도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2월 보건복지부에 조류독감 예방 치료제 `타미플루' 구입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조류독감이 대 유행할 경우 최대 1천만명이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 100만명의 병원 입원 환자가 발생할 수 있고 전 세계적으로 치사율이 3%를 감안할때 3만명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3월 실시한 `신종전염병 위기관리 훈련'에서 조류독감 등을 대상으로 모의훈련을 했다. 당시 훈련 시나리오는 1천500만명이 신종전염병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자가 9만∼45만 명에 이를 것으로 가정했다. 이와 관련 오대규 질병관리본부장은 "훈련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실제 예상치보다 훨씬 높게 시나리오를 상정해 훈련을 한 것으로 의미있는 수치는 아니다"며 "그러나 조류독감에 대해서 심각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약 비축 충분한가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125억원을 들여 조류독감 치료약 `타미플루' 50만 명분을 구입했으며 올해 65억원을 들여 25만명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본부는 내년에도 25만명분을 구입하기 위한 예산 65억원을 확보해놓고 있다. 오 본부장은 "미국이 비축하고 있는 물량이 240만명분으로 인구 대비 국내 비축량은 적지 않은 편이며 10만명분 밖에 비축하지 않고 있는 영국에 비하면 충분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 비축분으로는 비상시 의료 종사자나 군인.노약자 등 필수인력에 대한 긴급 방역용으로도 모자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WHO가 권장한 비축량은 150만 명분이다. ◆조류독감 발생주의보 발령농림부는 조류독감이 겨울철 철새를 통해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을 우려해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를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했다. 농림부는 닭ㆍ오리 등을 수입할 때 초기 3회 연속으로 검사하고, 이후 수입 10회에 한 번씩 검사를 되풀이하기로 했다. 또 공항과 항만에 배치한 검역관 및 검역 탐지견을 늘려 해외 여행객의 휴대품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 방역을 위해서는 경기도 이천, 충남 천안 등 전국 21개소에 달하는 집중관리대상지역의 농가에 대해 3일 간격으로 닭.오리에 대한 임상관찰을 하고 있다. 조류독감 유입원으로 추정되는 철새와 잠복감염원인 오리에 대한 예찰 활동도 강화해 10월부터 전국 24개소에서 철새의 분변을 검사하고, 내달부터는 900개 농가를 대상으로 오리 혈청검사를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철새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농가의 사육장과 사료 저장소 등에 그물망을 설치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동남아 지역 여행객에 대해 `조류독감 인체감염 예방수칙'을 배포하는 한편, 조류독감 발생국 여행자와 체류자에 대한 체온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