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그리기 동 이 틀 무렵 하얀 솜털이 쌓인 골짜기마다 춘삼월 햇살이 붉은 얼굴로 청동 거울을 비춰가며 아무도 눈치 챌 수 없이 파란 그물을 치고 마법의 손 인양 연록 색 주먹을 오므렸다 폈다 꽃바람을 부추긴다, 따스한 봄 빗살에 틈틈이 은빛 가슴을 열고 맑은 속살을 드러내는 시냇물이 부끄러운지, 시린 얼굴로 어디론가 황급히 달아나며 요란스럽게 개울가 을 흔들고 이제 갓 태어난 버들개지가 두려운 마음에 어미의 젖꼭지를 꽉 물고 부르르 떨고 있다, 아직도 춘설을 뒤집어 쓴 들녘에는 냉 냉한 휘파람소리에 살 떨리는데 아침부터 농부 손에 끌려 나온 황소가 언 땅을 파헤치며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코 김을 불어 대며 고집 피우다 갈퀴 같은 농부 손에 엉덩이를 얻어맞고 아무렇지도 않는 듯 긴 한줄기 정겨운 울음소리로 봄을 부르고 지난날 농부 가슴에 남겨둔 파란 상처들이 어느새 꽃이 되고 나비 되어 누리 누릿한 들녘에 초록색 물감으로 부지런히 색칠을 하고 있다, 娥祉 /글/에스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