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노력으로 완성된다 몇 해 전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 내용인즉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의 작용으로 인해 안보면 그립고,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이며, 만나면 흥분되고, 작은 신체접촉이라도 일어나면 다른 때는 경험하지 못한 짜릿한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 발표는 주로 정신적 작용이라고 생각했던 '사랑'이라는 감정도 사실은 생리적인 기반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대중적으로 인식 시켜 주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호르몬 배출의 지속기간이 30개월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약 2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호르몬의 배출이 점차 약해지면서 그토록 강렬하게 일어났던 느낌들의 강도가 떨어지고 열기도 점차 식어가면서 흥분과 격정이 다소 시들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사랑한다는 감정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의 눈이 멀 듯한 열정과 흥분이 사라지고 차츰 안정을 찾아가게 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사랑에 빠져 다른 것에 전혀 신경을 못 쓰던 사람들이 차분히 자신의 생활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코넬대의 연구결과가 얼마나 과학적인 근거가 있고 학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인간관계 특히 사랑을 둘러싼 사람들의 관계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은 사실이다. 한참 뜨겁게 잘 사귀던 연인들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서로를 열정적으로 이상화시키고 낭만적으로 도취되었던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으며, 부정적으로 보면 조금은 일상화되고 타성적인 관계로 진입할 수도 있게 된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가장 의미심장하게 적용되는 것은, 바로 결혼 이후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 부부관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한쪽에서 결혼하는 사람들이 세 쌍이라면 다른 한 쪽에서 한 쌍이 이혼을 하고,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백년해로하라"는 결혼식 주례사가 무색해질 정도로 헤어지는 부부들이 허다해진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부부란 처음에 결혼해서 출발할 때는 영원히 함께 하자고 맹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욱이 전통사회에서처럼 부모나 가문에서 짝을 정해줘서 살아야 하는 관계가 아니라 주로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해서 결혼을 하고, 또 결혼 이후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현대사회에서의 부부관계를 보면 이 연구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결국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생각하는 부부들도 2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호르몬의 분출에 의한 흥분과 열정은 차츰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2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많은 부부들이 헤어져야 할까? 물론 요즘 많은 부부들이 이혼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더 많은 부부들이 20년, 30년이란 긴 세월을 함께 잘 살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서 사랑의 호르몬이 떨어지고 나서도 변함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남들 보기에' 그렇게 큰 문제없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일까? 해야할 이야기는 바로 여기에서부터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생리학적으로는 2년 반 정도의 시간만이 유효하지만, 결국 사랑은 '노력'으로 평생을 간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동고동락하는 부부들, 흔히 '잉꼬부부'로 지칭되는 사람들의 뒷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이 결혼생활에 상당히 많은 것을 투자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인생에서 가정과 배우자에 대해 우선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끊임없이 배려하고 노력해야 행복한 가정, 다정한 부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결혼생활은 '꽃밭'과 같다. 꽃밭에 물을 주고 바람이 잘 통하나 볕이 잘 들고 있나 벌레가 끼지는 않는가를 항상 신경쓰고, 필요 없는 잡초를 뽑아주고, 마음과 시간을 투자할 때만이 꽃밭은 싱그럽고 아름다운 꽃을 활짝 피워준다. 그러나 조금만 신경 쓰지 않아도 꽃밭은 황폐해져 가기 마련이다. 부부는 사랑할 때 나오는 호르몬만으로는 살지 못한다. 결혼생활은 결국 '노력'과 '의지'인 것이다